[동상이몽], 정말 괜찮아, 괜찮아?

2016.06.21
지난 6월 6일,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 56회에서는 ‘현대판 콩쥐’ 사연을 다뤘다. 세 명의 언니가 넷째 딸에게 모든 일을 미루고, 가족 외식 때도 넷째를 소외시키기는 등의 상황이 방송되었다. 그러나 넷째 딸이 처한 극단적 상황에도 불구, 방송이 패널들의 코멘트와 화해를 청하는 언니들의 멘트만으로 처리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사연 내용이 조작되었다면 당연히 문제고, 조작되지 않았다면 심각한 상황을 방치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전에도 [동상이몽]은 몇 번의 조작 논란과 출연 당사자들의 인성에 대한 논란을 겪기도 했다. 결국 전문적인 조력이 필요한 상황을 출연 당사자들의 결단과 화해 정도로 처리하는 방식의 한계가, ‘현대판 콩쥐’의 사연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동상이몽]은 청소년들의 입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강점을 가진 프로그램이었다.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VCR을 통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된 출연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17회 중고 직거래하는 딸의 노하우를 소개했던 것이나, 41회처럼 아예 먹방 BJ가 사연 당사자가 되어 여러 유명 BJ들이 게스트로 등장하는 등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향유되는 어떤 문화를 충실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동상이몽]은 청소년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삼아야 하는, 기본적으로 갈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나타나는 갈등 구도가 방송 회차가 쌓일수록 점점 겹쳐지자 [동상이몽]은 비슷한 갈등 구도의 경우 조금 더 자극적인 사연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살찐 딸과 이를 두고 ‘돼지’라며 심하게 구박하는 엄마 사이의 갈등이 다뤄졌을 당시(4회)에는 딸이 요리를 좋아한다는 점 등으로 딸의 시점과 입장을 자주 보여줬다. 그러나 비슷한 사연이 다뤄진 39회는 “너만 보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미쳐버릴 것 같다”는 발언 등으로 언니 세 명과 엄마가 모두 출연자를 심하게 공격하는 모습이 중점적으로 방송되었다. ‘일탈 청소년’을 보여주는 강도 역시 25회에서 ‘가출하는 딸’의 사연 이후 점점 극적인 강도가 높아지면서, 42회는 무면허 오토바이와 대포통장에 연루된 사연으로 경찰서에 가는 것으로 VCR을 시작했다.

방송이 자극적으로 변하고 사연이 심각해질수록 전문적인 조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더욱 필수적이다. 그러나 [동상이몽]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늘 출연자들이 가족을 사랑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50회 디스코팡팡 DJ와 여동생의 사연에서는 뇌출혈과 수술로 인해 딸에게 심각한 욕설을 하는 아버지를 보여주지만, 이에 대한 해결은 스튜디오에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아직은 서툴고 어색한 가족이지만 앞으로 더욱 가깝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결론으로 건너뛰는 것이다.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폭언이나 무리한 신체적 활동 요구 등은 “실질적으로 아동학대에 포함될 수 있는 문제”이고, “프로그램 안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어렵더라도, 자문위원이나 모니터위원이 사전에 해당 사연에서 어떤 위험성이 있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이야기하는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 사연을 다룰 때 프로그램이 줄 수 있는 사회적 영향과 위험성을 인지하고,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지 않는 윤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판 콩쥐’에서 보여주듯, [동상이몽]은 이 문제를 단지 자극적인 드라마의 소재처럼 다루고 있다.

논란이 된 ‘현대판 콩쥐’ 이후, 13일 [동상이몽]의 방송에서는 양재진 정신과의사가 출연해 아직 미성년인 트로트 가수 딸을 일주일에 30번 넘게 행사에 보내는 엄마에게 조언을 건넸다. 이런 행동이 자칫 아동 학대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온전히 보인 것은 아니지만, ‘딸에 대한 집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나아졌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의 출연과 조언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마스터키는 아니며, 필요한 것은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사연을 기획하고 다루는 과정에서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섬세하게 다루는 태도다. 가족 내에서의 폭력이 ‘가족이기 때문에’ 포용 되거나 용서되는 방식은 분명히 문제적이며, 그것이 공중파에서 방송된다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해진다. [동상이몽]은 이미 지금과 같은 소재를 다룰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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