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③ 나무위키의 이것을 경계할 것

2016.06.21
나무위키는 해당 사이트의 정의에 따르면 “2015년 4월 17일(KST)에 만들어진 서브컬처에 특화된 파라과이 국적의 잡학 위키”다. 즉, 백과사전에는 등장하지 않는 각종 서브컬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콘텐츠는 임의의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작성되고 편집된다. 때문에 특히 문화영역에서 문외한인 부분에 대해 짧은 시간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기에 무척 편리한 플랫폼이다. 그러나 작성자의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고 그들의 주관에 의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이면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백과사전이나 전문 서적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영역을 다루지만 한계도 분명한 플랫폼, 나무위키를 이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을 정리했다.

1. 나무위키에 있다고 팩트가 아니다
나무위키는 ‘위키’의 특성상 아예 틀린 정보나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팩트처럼 기술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여러 작성자가 가담함에 따라 내용이 수정되기도 하지만 미처 오류가 발견되지 않거나 소수의 작성자만이 문서 작성에 참가할 때는 잘못된 내용이 그대로 방치될 수 있다. 가령 ‘송중기’ 항목은 그가 “2006년 성균관대학교 2학년 재학 시절 KBS1 [퀴즈 대한민국]에 출연하여 준우승했다”는 정보를 담고 있지만, 2006년 1월 방송 당시 그는 아직 1학년이었다. 또한 “권해봄과 성균관대학교 방송부에서 같이 활동”했다고 서술돼 있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조연출 권해봄 PD는 본인에게 직접 확인 결과 방송부원이 아니었다. 많은 변수가 작용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 대해 쉽게 단정하는 경우도 있다. ‘롱다리’ 항목에서는 “태권도, 농구, 배구, 발레, 리듬체조 등의 운동을 꾸준히 했을 경우 자신이 타고난 원래의 유전자로서 길 수 있는 범위보다 더 길쭉한 체형을 갖는 효과를 볼 수는 있다”며 아직 100% 증명되지 않은 건에 대해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물론 거론된 운동을 했을 때 성장판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키가 자라는 것에는 유전자, 영양,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연구팀마다 다른 결론에 이를 정도로 입장이 상이하다. 나무위키로 얻은 지식을 다른 곳에서 활용하려면 당연히 확실한 출처를 찾아봐야 할 이유다. 참고로, ‘ize’ 항목 역시 “주말에는 연예인과 관련된 인터뷰도 실린다”는 잘못된 정보가 기술돼 있다.

2. 논쟁적인 이슈에서 한쪽의 입장만 담길 수 있다
서로 다른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이슈에 대해 지나치게 한쪽 입장만 담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을 고르게 토론의 장에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상이한 입장을 공평하게 보여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신과 다른 생각을 서술한 항목을 대거 삭제하거나 통째로 바꿔버리는 ‘신경전’ 끝에 논란 중인 사안이라는 주의 문구가 붙거나 비로그인자의 편집을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지기도 하는데, 이 이유로 더 이상의 생산적인 논의가 억제되기도 한다. ‘퀴어문화축제/노출 부정론’의 경우 “일반 대중들은 성 소수자에 대해 나쁜 인식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회정책 입안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 주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중략) 그런데 퀴어문화축제는 그런 잠재적 아군 집단에 대해서 고려할 생각이 없거나, 내지는 적극적으로 적으로 돌리고 있다”와 같은 내용이 서술돼 있다. 애초에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의 태도는 잠재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며, 페스티벌에서 노출했다는 이유로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이 뒤집힐 사람에게는 ‘아군’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의 경우 여성혐오범죄라는 입장과 여성혐오범죄가 아니라는 입장이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문서 안에는 여성혐오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이 집중적으로 서술돼 있고, 여성혐오범죄임을 주장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아예 서술돼 있지도 않다. 이런 내용들은 이 이슈에 관심이 있는 나무위키 이용자들의 여론을 보여줄 뿐, 그 어떤 사실도 입증하지 못한다. 

3. 바쁘다고 ‘한 줄 요약’만 읽고 넘어가면 안 된다
상단에 ‘한 줄 요약’ 식으로 해당 항목에 대해 정의한 문장은 특히 왜곡의 위험성이 높다. 핵심을 요약한 경우도 있지만 작성자의 주관에 따라 가치 평가를 할 경우, 독자에게 편견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 ‘페라리 288 GTO’는 “역대 최고의 페라리로 손꼽히는 모델”이라고 정의돼 있다. 288 GTO는 레이스에 승리하기 위해 구상된 모델이었고 이후 출시된 F40은 도로주행의 최강자를 목표로 개발됐는데, 어느 쪽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선호도도 달라질 수 있다. ‘정조’의 경우 “조선의 마지막 중흥기를 이끈 군주이자, 동시에 몰락의 씨앗(세도정치)을 남긴 군주”라고 서술돼 있다. 세도정치의 시작이 된 김조순에게 그가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주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해석의 차이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문서의 최상단 몇 줄만 보고 넘어갈 사람들에게는 편향된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 ‘메갈리아’ 항목은 “일베저장소, 오늘의유머, 주식 갤러리, 역사 갤러리, 국내야구 갤러리, 여성시대에 필적하는 대한민국 최악의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라고 서술돼 있는데, 거론된 모든 커뮤니티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종류가 모두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버리고 있다. ‘일베저장소’는 여자, 좌파, 전라도 등에 극심한 혐오를 표출하고 사이트부터 이를 용인했던 것이 문제였던 반면, 특정한 정치적 태도를 공유하며 뭉친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게시물을 공유하기 위해 자리 잡은 ‘오늘의유머’ 등의 커뮤니티는 내부의 누군가가 문제 되는 발언을 한 것이 곧 전체의 입장이 되지는 않는다.

4. 출처가 명시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출처 없이 기술된 내용은 우선 의심할 필요가 있다. 명백하게 틀린 사실을 기술해놓은 경우 다른 작성자가 정정해줄 수 있지만, 증명할 길이 없는 이야기를 써놓은 경우는 자칫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다. ‘장동민’ 항목은 “여전히 여성시대나 메갈리아 등지에선 장동민과 관련된 기사만 나오면 해당 기사에 좌표를 찍고 여론조작을 해 기사의 베댓을 악플로 점령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기술을 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기사에 달린 부정적인 댓글이 모두 특정 커뮤니티의 회원이 달았다는 것과 해당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최소한 제시돼야 하는데, 아무런 출처도 명시돼 있지 않다. ‘남자 연예인 갤러리’에서는 “2015년 메르스 갤러리 사태에서 이곳의 유저들이 초기 메르스 갤러리를 주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문서로의 유입이 매우 늘어났다. 메르스 갤러리의 처음 분위기를 주도한 게 바로 남연갤이기 때문. 미러링은 나중에 표면상으로 붙인 이유다”와 같은 증명하기 힘든 이야기를 구체적인 출처 없이 기술하고 있다. 그나마 ‘메르스 갤러리’ 항목에서는 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 놓기는 했으나, 디시인사이드 무한도전 갤러리에 올라온 한 유저의 글일 뿐이다. 한편 주관적 기술로 모인 사료로부터 완성되는 역사 영역으로 갔을 때는 더더욱 출처가 무엇인지 밝혀야 하는데, 생략된 경우가 허다하다. 

5. ‘평가’나 ‘비판’ 항목에는 아무런 권위도 없다
물론 어떤 사안에 대한 평가는 원래 주관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해당 영역 전문가의 평가를 옮겨놓는 것을 넘어 작성자 주관의 생각이 권위가 있는 것처럼 서술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또한 전문가의 글을 인용하는 것 역시 어떤 글귀를 가져와 재구성하는가는 작성자 개인의 판단을 따르기 때문에 전문성을 담보한다고 할 수 없다. ‘영화 [정글북]’ 항목은 로튼토마토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나 해외 평론가의 멘트를 빌리며 “작품의 수준은 기대할 만하다”, “이러한 고평가는 매우 고무적”, “기념비적인 영화”라고 기술했다. 이어서 “[씨네 21]에선 평론가들이 [엑스맨: 아포칼립스]보다 상대적으로 짜게 평가했는데, 이 때문에 한국 평론가들의 평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고 덧붙였는데,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디시인사이드 히어로 갤러리에 올라온 어느 글이다. 한국 평론가들의 평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영역인 영화평과 한 네티즌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게임 ‘Everybody's Gone to the Rapture’ 항목에서는 웹진 [The Escapist] ‘Zero Punctuation’의 평가를 메인으로 인용하며 “그래픽과 사운드를 떠나서 게임의 근본적인 이유인 ‘성취감’과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주된 평”이라고 말한다. ‘Zero Punctuation’이 게임을 ‘까는’ 것을 콘셉트로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이 ‘주된’ 평가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남는다. 나무위키의 평가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어떤 시각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 여론이나 평가일 수 있는가는 별개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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