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미 더 머니 5]라는 이름의 ‘힙합 마켓’

2016.07.01
“이번 [쇼 미 더 머니 5]는 왜 이리들 착한 거예요? 왜 이렇게 순둥순둥해?” Mnet [쇼 미 더 머니]를 3년째 진행 중인 김진표의 말은 이번 시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참가자들의 랩이 끝날 때마다 대기실에서 박수가 쏟아지고, 팬이었다거나 작업물을 흥미롭게 들은 적이 있다고 상대에게 고백하며, “돈 벌려고” 나왔다고 말하는 참가자들에게 솔직하다며 “Respect!” 한다. 싸이퍼 탐색전 후 우태운에 대한 참가자들의 혹평이 이어지자 김진표는 이 말을 철회했지만, 바꾸어 말하면 우태운처럼 미션 중 확연하게 지적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준 참가자가 아니면 래퍼들은 서로에게 ‘순둥순둥’하게 군다. 심사위원 길의 말대로 “디스하기에는 너무 나라가 작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전화하면 만날 수 있는” 관계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유력한 우승 후보 씨잼은 시즌 3에서 TOP 4까지 올라갔었고, 시즌 4 3차 예선까지 올라갔던 비와이와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슈퍼비는 시즌 1부터 모든 시즌에 참가했다. 새로운 래퍼들이 발굴되기보다는 기존 래퍼들이 재출연하는 경우가 허다한 이 프로그램은 이제 안면이 있던 사람들이 더 친해지거나, 혹은 새로운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지난 시즌 후 슈퍼비는 블랙넛과 ‘냉탕에 상어’를 함께 작업했고, AOMG 팀이었던 릴보이와 지구인은 당시 프로듀서였던 박재범의 앨범 [WORLDWIDE]에 참여했다. 시즌 4에서 타블로·지누션과 ‘오빠차’를 불렀던 인크레더블은 올해 타블로의 하이그라운드와 계약했다 심지어 산이를 노골적으로 디스했던 비프리의 ‘My Team’(“랩X신 찌질이 산이 같이”)에 참여했던 팔로알토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그와 웃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상호협력적인 관계를 맺으며 윈-윈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즌 3의 바비가 기존 래퍼 대다수에게 매몰찬 반응을 받다 결국 우승하는 서사나 시즌 4에서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아이돌 송민호와 ‘엄마 빚’ 얘기를 가사에 쓰는 블랙넛의 선명한 대립각이 재현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시즌 5까지 오면서 래퍼들과 시청자들이 이 시스템의 룰을 학습한 것은 [쇼 미 더 머니]의 이른바 ‘어그로’ 효과를 본의 아니게 완화시킨다.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패기 있는 멘트를 날렸다가는 ‘악마의 편집’을 당하기 딱 좋다는 것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기회를 잘 잡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쇼에서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래퍼들 사이의 신경전을 보여주는 ‘어그로’가 전처럼 통하지 않게 되자, 역설적으로 [쇼 미 더 머니 5]는 개개인의 역량이 부각되는 음악 프로그램이 됐다.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출연자들의 신경전이 만드는 스토리보다는 비와이, 씨잼, 플로우식 등 어떤 참가자의 랩이 가장 훌륭하며 AOMG, 일리네어 등 프로듀서로 참전한 레이블 중 어느 곳이 가장 비트를 잘 뽑았는가와 같은 능력치에 집중된다. 면도나 김효은처럼 심사위원의 마음에 든 뉴페이스 래퍼들 역시 명함을 돌리는 회사원들처럼 기존 신 안의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도끼와 더 콰이엇은 조별 미션에서 탈락한 김효은에 대해 “그래도 랩을 잘하니까 우리가 도와줘야지”, “같이 작업도 하고”라고 말했다.

[쇼 미 더 머니]를 통해 유명해진 래퍼들이 음원 순위에 오르고 그들의 행사 몸값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제 이 쇼는 래퍼들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힙합 마켓 같은 연례행사가 됐다. 프로듀서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쇼 미 더 머니 3] 이후 일리네어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연결고리’는 힙합신의 대표곡 같은 위치에 올랐다. “[쇼 미 더 머니] 절대 안 나간다”고 했던 사이먼 도미닉이 “AOMG를 위해 출연”(피키캐스트 인터뷰)한다고 할 만큼 [쇼 미 더 머니]는 원래 힙합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브랜뉴뮤직, AOMG, 일리네어,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이름을 어필하게 만든다. 이 레이블들은 마치 아이돌 산업의 SM, YG처럼 힙합신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고, 래퍼들은 전보다 힘이 커진 레이블과 작업할 기회를 얻으며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린다. Mnet이 주최하고, 래퍼들과 힙합 레이블 각자가 스스로를 마케팅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는 연례행사. 지금의 [쇼 미 더 머니 5]는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박람회이자 산업 내 관계망이 바뀌는 현장을 중계하는 의미에서의 리얼리티 쇼다. 참으로 한국적인 힙합과 방송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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