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① 우조 압두바 “여성이 만드는 여성의 이야기로 삶의 풍경이 달라질 수 있다”

2016.07.04
눈알을 굴리며 공격적으로 굴지만, 때로는 동료의 괴로움을 유일하게 알아보고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크레이지 아이’ 수잔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하 [오뉴블])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며, 순수한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수많은 상처를 품고 있는 수잔의 캐릭터는 우조 압두바의 섬세한 연기로 완성되었다. 넷플릭스 미디어데이를 맞아 만난 우조 압두바는 수잔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공감하는 동시에 여성의 힘을 강력하게 믿는, 그야말로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였다.

넷플릭스 미디어데이 전날, 인스타그램에 경복궁 사진을 올렸더라.
우조 압두바
: 구경하러 갔었는데 정말 아름답더라. 청와대와 DMZ도 봤다. 특히 DMZ는 차를 타고 가면서 봤는데, 그곳의 풍경이 강력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평화로운 분위기인가 하면 갑자기 철조망과 증기기관차가 나온다. 철조망 너머로는 북한 쪽에 있는 표지판도 보이고. 남과 북을 이었던 증기기관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을 반영하는, 그리고 서로의 교류가 어떻게 끊겼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같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혹시 본인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던가.
우조 압두바
: 많이들 알아봐주셔서 놀랐다. [오뉴블]은 물론 매력적인 드라마이지만,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론칭하고 우리 쇼를 방영한 지도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거니까. 사실 만드는 이들 입장에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때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알 수 없다. 지금 한국에서 나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있는 게, 우리가 제공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일으키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오뉴블]의 어떤 부분에 이입하게 되나.
우조 압두바
: 일단 가장 먼저 공감하는 건,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한 사람의 어떤 부분이 가장 선명하게 도드라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오뉴블]의 무대가 교도소라는 터프한 환경 아닌가. 그다음으로는, 어려울 때 진짜 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는 부분이다. 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야말로 계속해서 나와 함께해줄 사람은 누구인지, 진정한 우정과 충성심을 갖고 있는 게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겠더라. 마지막으로는, 각각의 여성 캐릭터들 모두에게 좋은 날도 있고, 부침을 겪는 때도 있다. 인생에 닥쳐오는 시련이나 그것을 버티는 과정 등이 다뤄지는데, 나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시즌 4가 수잔에게는 유난히 의미 있는 시기처럼 보인다. 수잔의 상처나 혼란 같은 것들이 똑바로 비춰진달까.
우조 압두바
: [오뉴블]이 처음 시작될 때, 우리는 수잔이라는 캐릭터를 파이퍼(테일러 쉴링)의 눈을 통해서 봤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수잔을 본다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거울의 집에서 보는 것처럼, 말하자면 오목하거나 볼록한 렌즈를 통한 것처럼 왜곡된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런데 파이퍼는 시간이 지나면서 리치필드 교도소의 다른 인물들을 정확하게 보기 시작한다. 자신과 그 캐릭터들의 유사점 혹은 공통점을 찾고, 동일시하는 순간부터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면서 각자의 온전한 모습을 알게 되는 거다. 시즌 4에서 수잔의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이지 않을까.

자신을 사랑하는 쿠쿠디오(에밀리 알서스)에 의해 수잔의 세계가 조금씩 깨지기도 하고.
우조 압두바
: 둘의 관계는 흥미롭다. 이전 시즌들에서 수잔은 언제나 사랑을 좇는 인물이었다. 반면 이제는 누군가 처음으로 수잔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을 갈구하던 인물과 그를 사랑해주는 인물이 나타났으니 좋은 관계를 맺게 될 것 같지만, 우리가 생각한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수잔은 비로소 사랑에 있어서 ‘선택’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됐거든. 이전에는 그저 보이는 것을 전부 다 사랑했다면, 지금은 여전히 많은 것을 사랑하긴 하지만 처음 본 것이나 눈에 보이는 모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성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까.
우조 압두바
: 맞다. 수잔이라는 캐릭터를 탐구하면서 그가 상처를 받을 때마다 나 역시 매우 고통스럽고 슬펐다. 하지만 수잔은 파이퍼를 사랑하고, 거절당하고, 그러면서 또 성장한다. 그리고 사실 수잔은 어떤 일에 있어서든 굉장히 적극적으로 표현을 잘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오뉴블] 초반에는 본인 입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미치지 않았어. 매우 독창적인 사람일 뿐이야.” 앞으로 시즌이 거듭되면서 수잔이 얼마나 유니크한 사람인지, 혹은 수잔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을 거다.

얼마나 유니크한지, 시즌 3에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야한 소설을 쓰기도 했다. (웃음)
우조 압두바
: 교도소의 누군가가 그런 소설을 쓴 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 쇼의 작가 중 한 명인 조던 해리슨이 그 ‘야설’의 일부를 직접 집필했다. [오뉴블]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언젠가 이 소설은 책으로 묶여 나올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우리 팀의 놀라운 면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다.

사실 수잔은 톤을 잡기가 어려운 인물 같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긴 하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한데,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우조 압두바
: 나는 수잔을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데 크게 흥미가 없다. 하지만 단순히 ‘미쳤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은 정말로 아닌 것 같다. 내가 연출자 젠지 코핸에게 가장 고마운 게, 수잔을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젠지는 이야기를 쓸 때 캐릭터를 단순화해서 ‘미친 사람’, ‘범죄자’ 이런 식으로 절대 표현하지 않는다. 다층적인 레이어를 줌으로써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인물을 만들어내는 거다. 그런 면에서 수잔 역시 굉장히 다각적인 캐릭터고. 물론 수잔과 [오뉴블]뿐만 아니라 다른 쇼에도 이런 다층적인 인물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나 [센스 8]의 선(배두나)처럼.

방금 언급한 인물들은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들이기도 한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여성 중심의 쇼가 재미없다거나 인기를 얻을 수 없다는 편견이 있다.
우조 압두바
: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재능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새로운 날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아이디어 등 여성이 주도하는 부분이 차츰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5년 전에는 미국에도 [오뉴블]처럼 완전한 여성 중심의 쇼가 없었고, 그 점에서 젠지 코핸과 넷플릭스가 매우 용감한 시도를 했다고 본다. 여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거다. 한국의 TV에서도 여성이 만드는 여성의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되는 순간, 삶의 풍경이 달라질 것이다. 아마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초가 되겠지.

▶ [오렌지 이즈 뉴 블랙] 스텔라 루비 로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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