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① 오락(娛樂) 본연의 임무

2016.07.05
다시, 블리자드의 승리다. 지난 5월 24일 발매된 블리자드의 신작 게임 [오버워치]는 단 한 달 만에 절대적 강자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누르고 PC방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미 2014년 공개된 게임 트레일러 영상과 발매 전부터 내놓은 시네마틱 트레일러로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었지만, 근 몇 년간 어떤 신작도 [LOL]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금 [오버워치]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못해 기이한 수준이다. 최근 벌어진 팀 아티즌의 게구리 선수에 대한 핵 의혹 건은 불미스러운 일이었지만, 프로를 지향하는 팀들이 생겨나고 스폰서 문제 등으로 예민하게 행동했다는 것은 아직 초기인 이 게임의 시장성에 대한 관심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 빠른 성공에 대한 마니아들과 전문 매체의 분석이 뒤따랐다. 흔히 AOS(Aeon Of Strife)라 불리는 공성 및 거점 점령 장르와 1인칭 슈팅게임인 FPS(First-person shooter) 장르의 결합, 빠른 체감 속도, 개성 강한 캐릭터와 세련된 아트, 낮은 진입 장벽 등이 [오버워치]의 장점으로 거론됐다. 모두 옳다. 다만 모든 훌륭한 콘텐츠가 그러하듯, [오버워치]는 단순히 다양한 장점의 총합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으로 정확히 무엇이 구체화되었느냐는 것이다.

“기획자 입장에서 접근법 자체가 다른 것 같다.” 게임 개발사 네오플의 황재호 개발팀장은 [오버워치]의 장점 중 무엇보다 유저를 칭찬해주는 시스템에 주목했다. “보통 FPS의 경우 킬/데스 비율이 낮으면 비웃음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버워치]의 경우 내가 아주 많은 적을 죽이진 못했어도 이러이러한 걸 잘했다고 리스트업 해준다. 8개를 못해도 잘한 2개를 이야기해준다.” 가령 좋은 전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도 임무 기여 시간이 높으면 그걸 리스트업 해주는 식이다. 이러한 특징은 앞서 언급한 낮은 진입장벽의 맥락 안에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협업이 중요한 [오버워치] 같은 게임에서 결과에 대한 논공행상은 상당히 중요하다. 고수와 하수 사이의 격차는 당연하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관우와 제갈량의 공이 있다면 손건과 미축에게도 작게나마 공은 있다. 기존의 FPS 게임이 하수의 공을 평균치와 비교해 마이너스로 집계한다면, [오버워치]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한 사람 몫이라는 것을 인정해준다. 이러한 성취는 게임 세계에 대한 소속감과 일체감을 높여준다. 나도 ‘We Are Overwatch’라는 구호의 일원이라는 감정. 이것이야말로 그 옛날 전자오락실에서부터 이어져온 게임의 가장 중요한 판타지다.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나 최근 주목받는 버추얼리얼리티 게임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대전게임이든, 고전 롤플레잉게임이든, 잠시 현실을 잊고 게임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어 한 판 신나게 노는 즐거움을 주었다. 이것은 게임을 잘하고 못하고 이전에 게임이란 장르의 근본적 쾌감이다. 대전에서 질지언정 류가 되어 파동권을 날릴 수 있다는 즐거움. 하지만 게임의 장르가 분화되고 난이도가 올라가며 고수와 일반 유저, 초보의 격차가 높아지면서 어느 순간 게임은 잘하지 못하면 재밌을 수 없는 콘텐츠가 되어갔다. 접근성을 높이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LOL] 역시 이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게임을 하며 게임 속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게임을 못하는 현실의 자신을 더 절실하게 자각하게 되는 아이러니. 그에 반해 [오버워치]는 웬만큼 실력자가 아니라 해도 협력 미션 안에서 자신의 성향과 재능에 맞춰 어느 정도 활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게임을 너무 못하는 소위 ‘발컨’ 수준이라면 모두가 선호하는 겐지, 트레이서 같은 공격형 캐릭터 대신 바스티온 같은 캐릭터로 거점 수비에 전념하거나, 메르시 같은 힐러가 되어 팀원을 돕는 게 가능하다. 눈에 띄는 역할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어진다. 물론 처참한 패배를 기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짧고 빠른 게임 속도와 함께 금방 털고 다시 도전해볼 수 있다. 이것은 단지 게임일 뿐이니까.

그래서 [오버워치]의 성공은 블리자드의 승리인 동시에 재미의 승리다. 최근 [게임 사전] 책임 집필을 맡은 이화여자대학교 이인화 교수의 “[오버워치]는 훌륭한 게임이지만 냉정하게 작품성으로 보면 FPS 장르 자체에 변화를 준 게임은 아니”라는 조금은 폄하적인 발언은, 그가 정말 신뢰할 만한 게임 전문가냐는 의구심과는 별개로 이 게임의 미덕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말대로 [오버워치]는 참신한 게임이 아니다. 이미 많은 마니아들이 지적한 것처럼 형식에 있어서는 역시 협업이 중요한 FPS인 [팀 포트리스 2]를 참고한 티가 나며, 캐주얼한 느낌에 있어서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배틀본]과도 흡사하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적인 세계관도 이미 [언리얼 토너먼트] 시리즈 등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것이다. [오버워치]가 좋은 게임인 건, 참신해서가 아니라 참신함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아서다. 새롭지 않되 명확한 장점들을 오락(娛樂)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일관성 있고 세련되게 조합해낸 것은, 하드웨어 기업인 닌텐도의 ‘낡은 기술의 수평적 사고’를 소프트웨어 버전으로 구현한 것처럼도 보인다. 장르의 방향을 수직적으로 끌어올리진 못했지만, 동시대 대중이 가장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 게임의 미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미래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알려준다. 우리는 즐겁기 위해 게임을 한다.




목록

SPECIAL

image 방탄소년단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