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도 샐러드에도, 최고의 치즈를 골라드립니다

2016.07.08
얼마든지 있으니 마음대로 고르라는 말이 꼭 천국의 나팔 소리는 아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고민 끝에 오히려 포기할 수도 있다. 특히 발음도 못 하겠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치즈라면 말이다. 주눅 들 건 없다. 전문가들도 이게 맛있다 저게 맛있다 툭하면 싸우는 게 치즈다. 그리고 모든 걸 떠나, 맛있자고 먹는 건데 내 입에 맞으면 그만이지 옳고 그른 게 어디 있냔 말이다. 한우도 그렇지만 치즈 역시 비싼 게 맛있다. 그렇지만 값이 두 배라고 맛도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며 여기서 다시 한 번, 입맛이란 게 문제가 된다. 고작 치즈 주제에 결국 개인적 결단이 요구되는 판에 오히려 개인적인 선택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끝을 모르는 호기심과 그에 못지않은 탐욕, 썩은 걸 먹어도 멀쩡한 위장을 타고난 한 애호가의 선택이다.
 

좋아하는 와인과 함께, 생 앙드레
와인-치즈 궁합의 기본은 서로 보완적인 맛끼리 짝짓기다.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에는 모차렐라나 페타 등의 프레시 치즈나 브리, 카망베르 등의 소프트 치즈, 가벼운 레드 와인에는 고다나 페코리노 등의 하드 치즈, 무거운 레드 와인에는 블루 치즈까지 가능하다. 보통 치즈에는 화이트 와인이 레드 와인보다 더 어울리고, 그중에서도 스위트한 와인이 드라이한 것보다 어울리는 편이다. 크래커·과일·잼 등을 치즈와 함께 내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생 앙드레(Saint Andre)의 버터 같은 농후함의 비결은 75%에 달하는 지방 함량이다. 흥미롭게도 어울리는 와인은 전문가들의 입장조차 스파클링부터 묵직한 카베르네 쇼비뇽까지 천차만별이고, 와인은 별로고 맥주가 제격이라는 의견까지 있다. 하지만 독특하고도 맛있는 대담한 브리 치즈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니, 각자 좋아하는 와인으로 시험해보면 즐거울 것이다. 나는 무더운 오후에 버니니에 탄산수를 섞어 더 가볍게 만든 것과 흥청망청 먹는다.

끊임없이 집어먹게 되는, 낙안 스트링 치즈 
간식이라면 보통 과자나 빵을 떠올리지만 단호하게 말하건대 간식에 한계는 없다. 입이 심심할 때 주워 먹기 좋은 것은 전부 간식이다. 살다 보면 칼로 써는 것조차 귀찮은 날이 있는데, 그럴 때를 위해 한입 크기로 낱개 포장된 포션 치즈라는 게 있다. 좀 더 공들여 사치스러운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과일을 곁들이자. 보통 치즈와 어울리는 과일로 꼽히는 것은 사과·포도·파인애플이지만, 요즘이라면 블루베리와 셰브르, 청포도와 브리, 산딸기와 크림치즈를 추천한다. 낙안 스트링치즈는 낙안면 창녕 지역의 영농조합에서 생산되는 치즈다.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인 이 치즈를 간식으로 먹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위로 쫑쫑 썰어서 소금기 없이 볶은 아몬드와 섞고 꿀을 뿌리거나 가능한 한 가늘게 찢어서 한 무더기 쌓아올린다. 만화책을 팔랑거리며 야금야금 먹는다.

샐러드를 업그레이드, 벨 지오이오소 부라타
모차렐라와 토마토는 검증된 황금 조합이고, 셰브르, 페타 등 다양한 염소젖 치즈로도 근사한 샐러드가 만들어진다. 특별한 샐러드를 원한다면 열에 강한 할루미를 한입 크기로 썰어 노릇하게 구워서 듬성듬성 뿌린다. 벨 지오이오소 부라타(Bel Gioioso Burrata)는 샐러드 혐오가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 부라타는 모차렐라로 만든 주머니에 크림을 채운 치즈다. 미리 꺼내두어 실온으로 만든 것을 샐러드에 얹고 먹기 직전 가른다. 크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장관은 샐러드를 단지 죽기 싫다는 이유로 먹는 사람마저 감탄하게 만든다.

샌드위치에 두 장씩, 라테리아 소레시나 그라나 파다노
치즈 멜트 같은 핫 샌드위치에는 체더, 그뤼에르, 프로볼로네 같은 게 좋고, 콜드 샌드위치에는 흔히 고다나 에담 등을 사용한다. 덩어리를 사는 게 비용이나 보관 면에서 유리하지만 자주 먹는 게 아니라면 슬라이스도 나쁠 것 없다. 라테리아 소레시나 그라나 파다노(Latteria Soresina Grana Padano) 슬라이스는 경질 치즈인 그라나 파다노가 30% 함유된 치즈다. 뭔가 자극적인 걸 빠르게 섭취하고 싶은 날, 말랑말랑한 식빵에 다른 재료 없이 두세 장 끼워 먹는 것을 추천한다. 기운을 차리고 나면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두 개째를 조립하자. 치즈는 이번에도 물론 두 장이다. 

짜고 기름진 요리가 당기는 날, 틸라무크 콜비잭
‘치즈가루’ 대신 파르메산이나 페코리노 한 덩이와 강판을 장만하자. 수북이 올려주기만 해도 생계형 자취 파스타가 그럴싸한 음식으로 변신한다. 유통기한도 비교적 긴 편이다. 그뤼에르나 에멘탈도 수프나 그라탕 등 다방면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틸라무크 콜비잭(Tillamook Colby Jack)은 미국 특산인 콜비와 몬테레이 잭을 섞은 치즈다. 그냥 먹기에는 그냥저냥이지만 열을 가하면 풍미가 살아나서 짜고 기름진 것이 당기는 날 대활약한다. 빵이나 수프에 얹어 그릇째 오븐에서 구워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라자냐가 최고다. 가필드가 사랑하는 요리답게 절제와는 거리가 멀다. 소스고 치즈고 너무 적어서 문제지 많아서 망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명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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