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② ‘엘롯기’ 동맹사

2016.07.12
2004년
- 롯데 자이언츠 4년 연속 최하위 기록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는 4년 연속 정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다. 프로야구 최초이자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다.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가 2009년부터 20014년까지 6시즌 동안 5번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지만 연속 최하위 기록은 2012~2014년까지, 3년이다. 2001년 당시 롯데는 프랜차이즈 거포인 마해영이 삼성 라이온즈(이하 삼성)로 이적하고,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인 펠릭스 호세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전력이 무너지고 만다. 이렇게 시작된 최하위 기록은 이후 2002년 부임한 백인천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운용으로 2004년까지 이어진다. 간신히 이 흐름을 끊은 뒤에도 롯데는 5위, 7위, 7위를 기록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마법의 숫자 8888577이라는 조롱을 당한다. 그들의 암흑기는 미국에서 온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를 시작한 2008년에서야 끝난다.

2005년
- 현대 유니콘스 김재박 감독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예언

2004년까지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는 2005년 시범경기 1위를 기록하고 시즌 초반 잠시 부진했다가 다시 3위까지 오르며 희망에 부푼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당시 7위를 달리고 있던 현대 유니콘스의 김재박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고 공언했다. 그 팀이 어디냐는 것은 밝히지 않았지만 정황상 전년도까지 최하위를 기록했던 롯데를 겨냥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롯데는 시즌 막판까지 분전했지만 5위를 기록하며 안타깝게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한다.

- KIA 타이거즈 구단 역사 최초 최하위로 시즌 마감
2005년 KIA 타이거즈(이하 KIA)는 구단 역사 최초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충격을 주었다. 투타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한 해였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던 것은 2002년 KIA에 입단한 뒤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2004년 다승 공동 1위도 차지했던 외국인 투수 리오스를 두산 베어스(이하 두산)에 트레이드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2005년 상반기 그의 성적은 6승 10패로 좋지 않았지만, 3시즌 동안 준수한 성적을 보인 투수를 잠시의 부진 때문에 타 팀에 보낸다는 것에 상당수 팬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리오스는 두산으로 옮긴 뒤 남은 시즌 동안 9승 2패,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하며 두산의 수호신이 되었다. 그해 두산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2006년
- LG 트윈스 구단 역사 최초 최하위로 시즌 마감

현역 시절에는 당대 최고의 외야수였고 지금은 날카로운 독설로 무장한 야구 해설가인 이순철은,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영 좋지 못한 커리어를 남겼다. 2004년부터 LG 트윈스(이하 LG) 감독직을 수행한 그는 전력 강화에 실패했고, 2005년에는 이후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성장하게 될 이용규를 KIA에 보냈다. 즉시 전력감을 영입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망주를 육성한 것도 아닌 LG는 2006년 시즌 초에 최하위를 기록했고, 6월 3일 LG 팬들은 잠실구장에서 ‘순철아 우리는 네가 정말 창피하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해당 경기에서 과한 어필로 퇴장까지 당했던 이순철 감독은 자진 사퇴했지만, 결국 LG는 남은 일정에서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2008년
- 롯데 8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

많은 이들의 의문부호 속에 롯데에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공격 야구를 선보이며 패배에 익숙한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꿔놓는 데 성공한다. 물론 이대호라는 걸출한 거포를 비롯해 타격에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이미 적지 않게 모여 있었지만, 그들의 공격력을 중용하고 잠재력을 이끌어낸 것이 로이스터 감독이라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두르는 롯데의 화끈한 플레이는 그들의 팬덤을 연고지인 부산 너머로까지 확장시키는 동시에 프로야구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009년
- LG vs KIA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장시간 승부

2009년 5월 21일, LG와 KIA의 경기는 총 5시간 58분 동안 진행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최장시간 경기로 기록되게 된다. 또한 13:13이라는 스코어로 짐작할 수 있듯 최다 득점 무승부에서도 역대 2위로 기록된다. 경기 종료 시간은 5월 22일 0시 25분. 재밌는 건, 2009년부터 연장전을 12회까지로 한정했다는 것이다. 만약 2008년처럼 무제한 연장전이 가능했다면 아직 승부를 내지 못했던 두 팀은 최소 한 이닝은 더 뛰었어야 했고, 그랬다면 전무후무한 6시간을 넘기는 경기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 KIA로 이적한 김상현, 한 달 홈런 신기록 작성
해당 시즌 초반에 LG에서 자신의 데뷔 팀인 KIA로 트레이드된 김상현은 엄청난 페이스로 홈런을 치며 최희섭과 함께 강력한 CK포 콤비를 이뤘다. 특히 8월에는 한 달 동안 무려 15개의 홈런을 쳤는데 이는 한국 최고의 거포인 이승엽이 1999년 5월과 2003년 5월에 기록한 한 달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이런 김상현의 괴물 같은 활약 덕에 KIA는 프로야구 최초 10회 우승에 성공한다.

2010년
- LG vs 롯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이닝 득점 승부

2010년 7월 3일 LG vs 롯데 경기는, 유독 대량 득점과 연장 승부가 많아 ‘엘 꼴라시코’라고도 불리는 두 팀의 라이벌전에서도 역대 최고로 꼽히는 경기다. 아니 야구팬들에게 소위 ‘대첩’이라 불리는 모든 경기 중에서도 역대 최고로 꼽힐 만하다. 총 11회 동안 진행되어 14:13, 롯데의 승리로 끝난 이 경기에서 두 팀은 각각 8이닝씩 득점에 성공했고, 이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 이닝 득점이다. 양 팀 모두 각각 8명의 투수를 내보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어느 투수도 상대팀 타선의 불을 끄지 못했는데, 그 기세를 몰아 LG는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고 롯데는 선발 9명 중 8명이 안타를 쳤다. 한여름 밤의 화려한 폭죽쇼.

- 롯데, 로이스터 감독 경질
로이스터 감독의 롯데는 2010년에도 정규 리그 4위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상대로 2승을 한 뒤 3연패를 하며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다. 이처럼 단기전에서 고질적인 약점을 드러낸 로이스터는 마치 [슬램덩크]에서 풍전을 런 앤 건으로 전국 8강에 올려놓지만 4강에 오르지 못해 쫓겨난 노감독처럼, 롯데와의 재계약에 실패한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한계를 드러내긴 했지만 팀을 패배의식으로부터 구해내고 한국에서 손꼽히는 불방망이 타선으로 만든 감독에 대한 적절한 예우는 분명 아니었다. 이후 롯데는 로이스터를 데려올 때보다 더 큰 의문부호 속에 고려대학교 양승호 감독을 사령탑으로 임명한다. 다행히 그는 로이스터가 다진 기반 위에서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지만 이후 입시 비리에 대한 혐의로 구속되어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2011년
- LG, 박병호를 넥센 히어로즈 김성현 등과 트레이드

2009년, 김상현이라는 큰 선물을 주며 KIA의 우승에 간접적 도움을 줬던 LG는 2011년에도 차세대 홈런왕이 될 박병호를 넥센 히어로즈(이하 넥센)에 보내는 선택을 한다. 이후 넥센은 박병호를 중심으로 한 강타선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해당 트레이드에서 LG가 데려온 투수 김성현은 2012년 시즌 개막 전,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되면서 LG의 트레이드 ‘흑역사’는 정점을 찍는다.

- LG,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 30승 선착 후 가을 야구 실패
꼭 ‘내팀내’가 아니더라도 100경기가 넘는 정규 리그에서 시즌 초반 높은 순위를 기록하던 팀이 조금씩 순위가 하락하며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2011년 시즌의 LG는 특별하다. 그 이전까지 최단기간 30승을 거둔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것도 유일하게 4위를 기록한 1990년 빙그레 이글스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정규 리그 1, 2위에 올랐다. 하지만 LG는 6월부터 성적이 급락하면서 최종적으로 한화와 공동 6위를 기록하는 데 그친다.

2012년
- LG, 10년 연속 가을 야구 실패

정규 리그를 치르는 팀의 거의 반수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10년 연속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건 LG 이전까진 전무했고, 적어도 아직까진 후무하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순위 58888577을 기록한 롯데도 8년에서 기록이 끝났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8868996을 기록한 한화도 지금까진 8년째다.

2013년
- ‘타이거즈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나’ 기사 릴리즈

지금도 ‘타어강’이라는 줄임말로 이야기되는 이 기사에서 박동희 기자는 5월 3일 당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던 KIA가 어떤 면에서 달라졌는지 짚는 동시에 어떤 부분이 우려되는지를 이야기했다. 사실 시즌 시작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KIA를 우승후보로 꼽았던 만큼 단순히 설레발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는 기사였지만, 네이버 측에서 단 요란한 제목과 이후 거짓말처럼 진행된 KIA의 순위 하락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5월 9일 2위로 떨어진 KIA의 순위는 6월 6일, 거짓말처럼 6위가 되었으며, 최종적으로 9개 구단 중 8위를 기록한다. 8위라는 순위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당시 리그 최약체인 한화와 함께 당연히 8, 9위를 기록할 거라 예상했던 신생팀 NC 다이노스에게도 뒤진 순위라는 점에서 더더욱 치욕적이었다.

- LG, 11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 확정
2008년 롯데의 돌풍 이후 가장 열광적인 사건은 역시 2013년 LG의 가을 야구 진출일 것이다. 역대 최악의 ‘내팀내’로 기억될 2011년과 달리 시즌이 제법 진행된 6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탄 LG는 7월 들어 리그 2위까지 오르며 가을 야구 확률을 그 어느 때보다 끌어올렸고, 8월 20일에는 리그 1위에 올라서는 데 성공한다. 최종 순위는 선두 삼성과 2게임차 2위. 10년의 암흑기를 견뎌낸 팬들은 가을에 입을 유광 점퍼를 꺼내들고 감격했고, 타 팀 팬들도 이때만큼은 LG 팬덤을 축하해주었다. 이것으로 2005년부터 본격화된 ‘엘롯기’ 동맹은 모두 한 번 이상의 가을 야구를 경험하게 된다.

2014년
- 롯데 CCTV 사찰 사건 공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는 사실 ‘엘롯기’ 동맹으로 묶기 민망한 검증된 강팀이었다. 2013년 아깝게 5위를 기록하며 가을 야구에 합류하지 못하지만 말 그대로 아까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4년 롯데는 7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다시금 팬들의 어두운 기억을 불러냈는데, 정작 진짜 충격적인 일은 시즌 종료 후에 벌어졌다. 11월 4일 박동희 기자는 ‘충격과 공포의 롯데 CCTV 불법사찰’이라는 기사를 통해 2014년 시즌 전부터 최하진 사장이 숙소 CCTV를 통해 롯데 선수단을 사찰했다는 것을 공개했다. 5월에 이미 선수단이 권두조 수석코치 퇴진을 요구하며 선수들과 구단 프런트 사이의 불협화음이 드러난 바 있지만, 사찰은 불법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 충격의 강도가 전혀 달랐다.

2015년
- ‘엘롯기’ 동맹 전원 가을 야구 실패

2015년, ‘엘롯기’ 동맹은 KIA 7위, 롯데 8위, LG 9위로 오랜만에 사이좋게 가을 야구에서 탈락한다. 동반 탈락은 2005년 이후 10년 만이다. 신생팀 KT 위즈가 최하위를 기록해주지 않았더라면, ‘엘롯기’가 뒤에서부터 1, 2, 3위를 할 수도 있는 시즌이었다.

2016년
- ‘엘롯기’ 동맹 같은 날 마지막 이닝 역전패

한동안 독자적으로 행보하다가 전년도에 동맹을 재확인한 ‘엘롯기’는 2016년 6월 14일 자신들보다 상위에 있는 팀을 상대로 앞서 나가다가 마지막 이닝 혹은 마지막 이닝을 앞두고 역전을 허용한다. 선두 두산을 상대로 8회말까지 6:4로 앞서던 KIA는 9회초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한 뒤, 다음 타자인 에반스에게 백투백 솔로 홈런을 허용한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득점하지 못한 KIA는 최종 스코어 8:6으로 패배한다. 2위 NC와 상대한 LG는 8회말까지 6:2로 앞서며 승리를 거의 확정지은 듯했다. 심지어 가장 위협적인 나성범과 테임즈의 타순까지 끝난 상황. 하지만 9회초, 5번 박석민부터 시작된 NC의 공격은 한 이닝 동안 8점을 만들어냈다. 10:6으로 뒤집힌 경기에서 LG는 9회말 1점을 내는 데 그치며 10:7로 패배한다. 3위 넥센과 붙은 롯데는 8회초까지 6 대 1로 앞서며 승기를 잡지만, 8회말 넥센 타자들은 한 이닝 동안 8점을 내며 역전했고, 롯데는 9회초 무득점에 그치며 9:6으로 패배한다. ‘엘롯기’, 우리 우정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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