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 2]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2016.07.18
지난 7월 13일, [서든어택 2]의 퍼블리셔인 넥슨(개발사는 자회사인 넥슨GT) 측은 게임의 주요 캐릭터였던 미야와 김지윤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임 발매와 함께 해당 캐릭터의 선정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지 일주일 만이다. 총 10명의 캐릭터를 쓸 수 있는 게임에서 2명이 사라진다는 것만으로도 작지 않은 일이지만, ‘전장의 아이돌’ 미야의 경우 [서든어택 2] 공식 시네마틱 트레일러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 넥슨의 결단은 상당한 초강수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지난 일주일은 [서든어택 2]와 넥슨에게는 혹독한 시간이었다. 선정성 이슈 때문만은 아니다. 해당 논란이 게임 유저 바깥에까지 강력한 이슈로 작용한 것과는 별개로, 지난 일주일간 [서든어택 2]의 PC방 점유율과 유저들의 평가는 처참했다. 마침 한 달 먼저 출시되어 PC방을 점령한 같은 장르 게임인 [오버워치]와의 비교까지 더해지며 [서든어택 2]는 단순히 성공하지 못한 게임을 넘어 범사회적인 조롱거리가 되었다.

[서든어택 2]에 대한 지적을 하나로 모으면 전작의 성공요소를 무비판적으로 계승 혹은 심화했다는 것이다. 게임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유료 아이템 판매도 그러하고, 밀리터리 고증의 오류도 그러하며, 여성 캐릭터의 선정성 역시 전작에서 인기를 끌었던 제시카 고메즈, 2ne1 등 연예인 캐릭터를 아예 ‘전장의 아이돌’로 구체화한 것에 가깝다. 비공식적(넥슨 측은 현재로선 게임에 대한 개선 작업 중이기에 개발 과정상의 문제점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해주기는 아직 어렵다고 답변)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개발팀에서는 현재 버전을 목표로 작업했고 [서든어택 2]는 목표대로 구현된 게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과거의 영광에 매몰된 시대착오적인 전략의 실패라고 말하는 건 일방적인 결과론이다. 혁신으로 성공하는 게임도 있지만, 전작의 익숙함에 그래픽과 조작을 업그레이드해 성공하는 게임도 많다. 왜 [서든어택 2]를 [오버워치]처럼 만들지 못하느냐고 묻는 것은 핀트가 어긋난 질문이다. 그보다는 [피파] 시리즈,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 등에서 통한 전작의 계승 및 업그레이드 전략이 왜 [서든어택 2]에서는 통하지 않았느냐를 물어야 한다.

우선 SNS에서도 많이 공유된, 300억 개발비 중 상당수를 임원들이 가져갔기 때문에 게임이 별로라는 가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넥슨이 공식적으로 밝힌 건 100여 명의 개발자가 4년 동안 개발에 매달렸다는 것뿐이고, 이를 연봉 5,000만 원×100명×4년+α(엔진 비용 등등)로 임의 추산한 것이 300억이다. 문제는 그 많은 개발비와 노력이 어디로 새는 대신, 잘못된 방향으로 응집되었다는 것이다. [서든어택 2]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계승하려 한 전작의 게임성이 딱히 탁월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넥슨에서 근무했던 개발자 A는 “당시 FPS(First-Person Shooter)를 좋아하는 사람이 [서든어택]보다 좋아할 만한 게임이 많았다. 하지만 어린 학생 유저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함께 [서든어택]을 하고 노는 문화가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즉 [서든어택]은 다른 게임보다 잘 만들거나 더 재밌어서 혹은 유니크해서 인기를 끌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것을 계승하고 그래픽만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A는 이렇게 예를 든다. “가령 모바일 게임인 [살아남아라! 개복치]는 당시 우연히 SNS 바이럴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상황이 달라진 지금, 개복치를 3D로 업그레이드해서 후속작을 낸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우연히 성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연을 계승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중간에 진로를 돌리지 못했을까.

기본적으로 규모가 큰 게임 회사의 경우 워낙 내부에서 많은 프로젝트가 돌기 때문에 보안상 회사 내부에서도 서로의 상황을 잘 공유하지 않는다. [서든어택 2]의 경우도 개발이 거의 다 끝난 상황에서 사내 테스트를 할 때야 다른 구성원들이 볼 수 있었다. 해당 테스트에서 전작을 하지 않았던 이들은 그다지 재밌지 않다는 반응이었지만 이미 게임은 발매를 앞둔 상황이었다. 이런 메커니즘에서 한 개발팀이 잘못된 목표 설정을 했을 때 외부의 시선으로 질문하고 피드백하기란 어렵다. 대신 경영진이 직접 리뷰하는 허들 회의로 리스크 관리를 한다. 하지만 A는 “[서든어택]처럼 잘된 게임의 경우 회사에서도 해당 팀을 쉽게 건드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작의 성공요인이 이번에도 통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란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여성 캐릭터 선정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명 게임업체에 근무하는 직원 B는 게임 일반에서의 여성 캐릭터 노출 수위에 대해 “노출이 심하니 줄여달라거나 더 부각시키자는 건 결국 총괄 책임자 의사다. 아무리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로 그렸다고 해도 윗선의 요구대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팀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다양한 피드백이 나올 수 없다면, 프로젝트의 방향은 독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내비게이터와 핸들, 브레이크가 안 듣는 상황에서 안심하고 액셀러레이터만 밟아도 될까.

넥슨의 성장 과정을 담은 책 [플레이]에서 저자 신기주 기자는 넥슨의 성공을 이끈 건 결국 “가장 빨리 보상을 포기하고 가장 빨리 리스크를 선택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서든어택 2]의 경우 리스크를 선택하지도 리스크를 관리하지도 못했다. 고집을 부렸지만 안일했고, 안일하지만 결과적으로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다. 여기엔 모험도 리스크 관리도 그 사이의 생산적 긴장도 없다. [서든어택 2]가 증명하는 것은 전작의 성공요인을 답습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어떤 방향으로 향하든 그 과정에 생산적인 긴장이 없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넥슨의 허들 회의는 2006년, 당시 개발비 100억 원을 쏟아 부은 [제라]의 실패 이후 만들어졌다. 또한 허들 회의 때문에 모나지 않고 개성도 없는 실망스런 기획이 나오는 것을 경험하며 모험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이제 넥슨은, 그리고 한국의 게임 업계는 [서든어택 2]의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보완할 수 있을까. 당장 미야와 김지윤을 삭제하는 것은 이 지난하고도 중요한 과정의 첫걸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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