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릴레이툰’이 담은 [무한도전]의 현재

2016.07.20
MBC [무한도전] 출연자와 웹툰 작가들이 협업, 네이버에 연재하는 ‘릴레이툰’의 ‘무한도전 최후의 날’은 [무한도전]의 과거를 언급한다. 프로레슬링, 에어로빅, 봅슬레이를 하던 시절. 그때 멤버들은 도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시간을 할애해 연습했고, 제작진은 이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멤버들은 때로는 좌절하고, 갈등하며, 다치기까지 했다. 그래서 조정 시합의 마지막 순간 정형돈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내가 봤어”라며 울었다.

‘릴레이툰’처럼, 지금의 [무한도전]도 여전히 도전한다. 다만 많은 것이 달라졌다. 유재석-무적핑크 작가의 ‘역사스페셜 광희군’(이하 ‘광희군’)에서 패러디의 대상이 된 Mnet [쇼 미 더 머니]처럼, 지금은 다양한 영역에서 더 절박한 입장에 있는 출연자들이 도전과 경쟁을 하는 리얼리티 쇼의 시대다. 반면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하하-기안84 작가의 ‘2046’처럼 2046년까지 가지 않아도 방송 11년 동안 나이 들었다. 멤버가 부족해 양세형을 ‘릴레이툰’에 참여시켜야 하고, 동시에 ‘광희군’에서 자신감을 잃은 것으로 묘사된 광희처럼 역량이 부족한 멤버를 끌어올리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내내 모든 관계자들이 [무한도전]에 시간을 내기는 어려워졌다. ‘릴레이툰’은 스튜디오에서 출연자와 웹툰 작가들을 한 번 만나게 해서 2회분을 촬영했고, 그 이후에는 아이디어 회의와 실제 작업을 한 번씩 스케치했다. 출연자들의 그림 실력이 늘거나, 광희-윤태호처럼 광희가 파트너에게 상담을 하다시피 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을 얻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기도 어려워졌다. 

정준하-가스파드 작가의 ‘무도 애니멀즈’에서 정준하 대신 팥빙수를 1,000그릇씩 먹는 ‘준하로봇’ 같은 로봇이 아니라면, 사람이 11년 동안 한 프로그램에 모든 시간을 바치는 것은 권할 일이 아니다. ‘무도 애니멀즈’처럼 그들이 인간을 초월하는 노력을 해도 [무한도전]이 한 주는 [쇼 미 더 머니]가, 한 주는 Mnet [프로듀스 101]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무한도전]은 ‘릴레이툰’을 위해 인기 웹툰 작가 여섯을 동시에 섭외할 수 있고,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으로 ‘무한상사’를 찍을 수도 있다. 무산됐지만 맷 데이먼도 내한 기간 동안 출연하기를 원했다. [무한도전]의 시작은 무엇에든 도전하는 쇼였지만, 지금의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최후의 날’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한도전]에 나오면 스타가 된다.” 11년간 계속되며 지친 체력과 더 이상 할 게임도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 고갈을, [무한도전]은 그 자신의 이야기가 에피소드마다 수백만 클릭을 끌어내는 웹툰이 될 수 있을 만큼 커진 11년의 자산으로 대체하며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하하는 ‘2046’에서 자신을 서태웅처럼 멋있는 주인공으로 표현하고, 다른 이들은 몰락한 설정을 내놓았다.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자신을 얼마나 멋있게 연출할 것인가 하는 데 그쳤다. 그림 연습을 해서 ‘2046’을 볼 사람들이 놀랄 만큼 향상된 실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무도 애니멀즈’ 역시 ‘릴레이툰’ 첫 촬영 당시 공기에 대해 읽어내고, 출연자들의 특징을 읽어낸 뒤 동물 캐릭터로 바꾼 것은 모두 가스파드 작가였다. 유재석이 두 멤버와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의 그림은 형편없던 첫 촬영보다 상대적으로 나아졌고, 무적핑크 작가가 제시한 사극이라는 틀 안에서 광희를 중심에 놓은 스토리를 제시하며 작품 안에 현실의 [무한도전]에서 아직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광희의 모습을 녹여낸다. 그는 카메라가 없는 상황에서도 연습했고, 웹툰에 [무한도전]의 현재를 담기 위해 생각했다. 하하와 정준하가 무조건 유재석만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릴레이툰’을 위해 그림이라도 더 그리거나, 아이디어라도 하나 더 내거나, 최소한 작가들보다 현재의 [무한도전]에 대해 더 성찰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개된 ‘릴레이툰’은 의도치 않게 [무한도전]의 현재를 보여준다. 멤버들은 나이 들었고, 경쟁자들은 계속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2046’처럼 “우리는 하나”를 외치지만 그것은 하하가 작품 속에서 빛나기 위한 구호일 뿐이다. ‘무도 애니멀즈’에서 엄청나게 노력하는 정준하의 모습은 ‘릴레이툰’이 아닌 프로레슬링을 연습하던 시절 온갖 악조건에서도 링 위에 선 정준하에 더 가까워 보인다. 광희는 ‘광희군’에서처럼 여전히 자신감이 부족하다. 유재석만이 지금까지 공개된 ‘릴레이툰’에서 과거처럼 노력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일정한 결과물을 낸다. 그리고, 김태호 PD는 유재석에 끝없는 애정과 신뢰를 보여준다. ‘무도 애니멀즈’에서 멤버들이 “무한도전”을 외친 뒤 “이게 얼마 만에 외쳐보는 소리야?!”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의 [무한도전]에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을 큰 소리로 외칠 수 있을 만큼, 요즘 [무한도전]에서 도전과 성취와 성장의 순간이 얼마나 있었나.

11년 동안 쌓은 거대한 이름의 힘은 여전히 대단하다. 그러나 유명 웹툰 작가를 섭외하거나 상암 MBC 전체를 촬영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힘으로 하는 것은 자신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다. 그것을 벗어나려 해도 유재석과 박명수의 비교처럼 [무한도전] 내부를 이야기하는 것 외에 과거 추격전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와 포맷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대신 영화를 패러디하거나 바캉스를 가며 다른 버라이어티 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게임을 한다. 위기라고는 못 하겠다. 여전히 웃음을 줄 때도 있고, 역사에 남을 한 명의 예능인과 연출자가 늘어난 방영 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며 여전히 높은 시청률까지 기록하고 있으니. 방영시간이 줄어들거나 시즌제가 가능했다면, 그래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릴레이툰’도 지금보다 나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제, 어쩔 수 없이, 슬프게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온 것 같다. [무한도전]이 평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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