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박찬욱 감독 추천 영화제

2016.08.04
홍상수 이전에 장선우가 있었다
[경마장 가는 길] 8/17(수) AM 12:00 채널CGV


장선우 감독의 이름은 언제나 논란을 몰고 왔다. [경마장 가는 길]을 시작으로 [너에게 나를 보낸다]·[꽃잎]·[나쁜 영화]·[거짓말]은 새로운 형식이라는 호평과 외설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동시에 끌어냈다. 원작부터가 문제작이었던 하일지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경마장 가는 길]은 138분을 들여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시시한지를 꼼꼼하게 전시한다.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 R(문성근)과 J(강수연)는 원하는 것을 숨기고 거창한 철학을 읊조리지만 결국 섹스와 성공이라는 세속적 욕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경마장 가는 길]을 둘러싼 수많은 공방전이 해외 영화제 수상으로 일단락됐다는 점조차도 영화가 비판하고자했던 속물근성과 지적 허영에 대한 거대한 메타포로 보일 지경이다. 박찬욱 감독은 2010년 5주년을 맞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다시 보고 싶은 한국 영화로 [경마장 가는 길]을 꼽은 바 있다.

‘하녀 3부작’의 완성

[화녀82] 8/24(수) AM 12:00 채널CGV


김기영 감독의 영화 안에서 욕망을 가진 여자는 위험하고 정신 나간 것처럼 묘사되고 결국 권력을 가진 인물들에 의해 좌절되고 만다. 억눌린 본능과 사회적 억압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터져 나오는 김기영 감독의 세계는 많은 후배 감독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봉준호 감독은 그의 작품을 모으기 위해 황학동 뒷골목을 헤맸고, 박찬욱 감독은 [화녀82] 덕분에 영화감독의 길로 들어섰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대표작 [하녀]를 변주한 [화녀]와 [화녀 82]가 ‘하녀 3부작’으로 묶이는데, 무능한 남성 캐릭터와 달리 적극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 캐릭터들이 극을 이끈다. [화녀82]에도 하녀처럼 유혹하고, 원하고, 거짓말하는 여성 명자(나영희)가 있다. 단지 시집 잘 가기 위해 식모살이를 시작한 명자가 목숨을 잃게 되는 파국으로 향하기까지 영화는 스릴러와 사회고발극을 오가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끊임없이 신경줄을 당기는 불협화음 같은 음악의 존재감 또한 대단하다.

문제작 중의 문제작

[킬리만자로] 8/31(수) AM 12:00 채널CGV


박찬욱 감독은 [킬리만자로], [무뢰한]을 연출한오승욱 감독의 열렬한 지지자다. 그는 비슷한 영화적 취향을 공유한 동료인 동시에 오승욱의 영화가 세상과 만날 수 있게 나서는 후원자이기도 하다. [무뢰한]의 경우는애초에 박찬욱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기도 했고, 최종적으로 기획자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오승욱 감독의 데뷔작 [킬리만자로]는 당시 영화계의 기대를 모은 프로젝트였다. [초록물고기]·[8월의 크리스마스] 각본에 참여한 오승욱 감독의 첫 연출작인 데다가, 충무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자였던 차승재 대표에 안성기·박신양 주연까지. 그러나 개봉 후에는 10만 명을 채우지 못한 참담한 스코어와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킬리만자로]는 조폭 코미디가 흘러넘치던 그때도, 말쑥한 기획 영화가 대세인 지금도 묵직한 돌직구를 던지는 영화다. 걷잡을 수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밑바닥 인생을 일말의 미화도 변명도 없이 그려내는 감독의 시선은 타협을 모르는 자의 것이었고, 15년 뒤 [킬리만자로]에 이어 [무뢰한]이 탄생할 수 있었다. 쌍둥이 형제를 1인 2역으로 탁월하게 살려낸 박신양과 충격적인 엔딩을 볼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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