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① 아재들을 위한 야자 타임

2016.08.09
JTBC [아는 형님]에서의 강호동은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거침없어 보인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복귀 초기나 멤버와 스태프들에게 면박을 당하던 tvN [신서유기]까지 갈 것도 없다. 당장 지난해 12월 [아는 형님] 첫 화에서 그는 멤버들에게 옛날 사람 취급을 받았고, 그때마다 상대방에게 미래형 진행을 해보라며 토라졌다. 하지만 프로그램 포맷이 교실을 배경으로 한 역할극으로 바뀌면서 강호동의 목소리는 본인이 진행을 하지 않을 때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주먹질이나 협박 같은 위협적인 행동은 전성기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때보다 많아졌다. 오랜 짝패인 이수근에게 발길질을 시도하는 건 기본이고, 최근 ‘러블리즈 편’에선 약속에 늦은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상황극 중 상대인 케이에게 “죽고 싶어?”라는 말과 함께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강호동 특유의 파이팅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런 변화는 [아는 형님]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슨 멘트든 필터링 없이 던지고 자기들끼리 낄낄대는 [아는 형님]의 분위기 안에서 그는 마음껏 힘세고 목소리 큰 형님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그래도 된다. 여기서는.

서장훈과 이상민의 이혼, 이상민의 빚, 이수근의 도박 문제 등 멤버들의 유쾌하지 않은 개인사는 [아는 형님]의 단골 레퍼토리다. 강호동의 세금 미납이 적극적으로 다뤄지진 않지만 [신서유기]가 그러했듯, 그들의 대화나 콩트에는 켕기는 이들의 공모의식이 깔려 있다. 다만 [신서유기]가 형식적으로나마 죄 사함을 받기 위한 여정이었다면, [아는 형님]은 쓰린 과거사를 까발리는 것으로 마치 모든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좀 더 정확히 말해 프로그램 스스로 ‘무근본 드립’이라고 할 만큼 모든 걸 내려놓은 이들의 ‘아무 말’ 잔치에 가깝다. 가령 트와이스의 쯔위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쯔빠(쯔위 빠)’다, 라면서 “쯔빠 쯔빠 쯔빠 쯔빠 우렁찬 엔진 소리”(이수근)라는 식의 애드리브가 나오는 식이다. 정제되지 않은 소란스러움이 [아는 형님]의 재미 포인트인 건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수위 문제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자신이 그 경리가 아니라는 나인뮤지스의 경리에게 김희철은 “재미 더럽게 없네”라고 거친 말을 하고, 서인영과의 말싸움에서 민경훈은 “지루하다”는 말에 “‘지루’라고?”라며 야한 농담으로 이어갔다. 종합편성채널 중 젊은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세를 넓혀온 JTBC 예능이자 국민 MC였던 강호동이 출연하는 15세 이상 시청 예능으로서 이들 발언은 아슬아슬하다기보다는 이미 선을 넘어섰다. 최근 프로그램의 인기와 시청률, 그리고 화제성이 높아지면서 막말과 ‘섹드립’의 수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아는 형님]의 진짜 문제는 발언의 수위가 아니라 그런 발언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가장 막말 캐릭터로 자리 잡은 김희철은 “가요계에 선후배가 어딨어, 잘나가면 선배지”라고 했다가 비난을 받자 “이러자고 나 부른 거 아니야?”라고 당당히 되물었다. 우리끼린 합의가 끝났다, 받아들이고 말고는 너희의 선택, 이라는 것이 [아는 형님]의 기본 태도다. 이것은 전형적인 커뮤니티의 방식이다. 아주 높지도 낮지도 않은 3%의 시청률과는 별개로 남성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남초 예능’으로서 마니악한 인기를 끄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는 형님]과 그 팬덤에게 이 모든 건 자기들끼리 보고 듣고 즐기는 걸로 끝나는 한 판 난장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여성 게스트를 대하는 방식에서 극대화된다. 단순히 아무 말이나 던져서만은 아니다. 10대 걸 그룹이든 서인영이나 제시 같은 ‘센 언니’ 캐릭터든, [아는 형님]이 짜놓은 역할극의 규칙에 동의하는 방식으로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다분히 커뮤니티적이다. 물론 트와이스도 센 척하며 ‘형님’에게 반말을 할 수 있고, 경리는 야한 농담을 던질 수 있으며, 씨스타는 PD에게 뿅망치를 휘두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은 어린 여자들과 야자타임을 즐기는 ‘형님’들을 위한 판 위에서 벌어진다. KBS [해피투게더 3]의 엄현경처럼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영역에 선을 긋는 건 아예 불가능한 무대다.

최근 방영되어 [아는 형님] 팬들에게 ‘노잼’으로 찍힌 ‘러블리즈 편’은 그래서 러블리즈에 대한 비난 여론과는 달리 역설적으로 이런 커뮤니티 정서 예능의 한계를 드러낸다. 사실 러블리즈는 열심히 했다. 베이비소울은 귀신 목소리도 냈고, 지수는 해파리 흉내를 냈으며, 지애는 김희철이 시키는 대로 “밤새도록 돌아가는 관람차”를 불렀다. 다만 여전히 예능에서의 역할극과 실제 10대 소녀 사이의 괴리를 좁히지 못해, 함께 교복을 입고 수련회에 가서 동년배처럼 놀고 싶은 아저씨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뿐이다. 케이는 상황극에서 귀여운 연하 여자친구 역할을 애교와 함께 보여줬지만, 강호동이 무서운 얼굴로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경리나 제시, 소녀시대의 써니였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네 룰 안에 대상을 욱여넣고 동참하길 강요하는 [아는 형님]의 근본적 한계이지, 게스트의 문제가 아니다. 러블리즈에 대한 비난 여론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폐쇄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보거나 보지 않거나, 출연하거나 출연하지 않거나.

마니아 예능의 한계를 드러냈던 것이 [아는 형님]만은 아니다. 다만 이 좁은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마니악한 취향이 아닌 아저씨들의 실재하는 권력이다. 멤버들과 제작진끼리 합의된 카르텔인 동시에, 그 바깥에서 함께 웃고 동참하는 특정 연령대 남성 시청자들과의 카르텔일 수도 있다. 그 안에서 그들은 여성 게스트를 불러 야자 타임을 하고 야한 농담을 하거나 요구하며, 때론 막말과 폭력적인 위협도 서슴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선 그래도 된다. 정확히는 그래도 된다고 그들은 믿는다. 이 프로그램을 단순히 TV 속의 무해한 역할극으로 볼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아는 형님]은 그 내용상의 저열함과 확장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는 한국 아저씨 사회에 대한 생태 탐구처럼도 보인다. 보편적인 올바름보다는 자기들끼리 만든 내부 규칙이 중요하며, 바깥의 시선이야 어찌 됐든 자기들끼리 신나면 그만이다. 그 한 판 난장이 주는 후련함과 쾌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껏 놀아도 된다는 것이 부끄러움 없이 바닥을 드러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그것을 혼동하는 것이야말로 아저씨 사회를 가장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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