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타샤의 식탁], 타샤 튜더의 슬프고 아름다운 판타지

2016.08.12
이것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요리책이다. 왜냐하면 동물이 가장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빵을 썬 부스러기는 닭에게 선물하고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고양이와 코기들에게도 몫이 돌아간다. 팬케이크를 구우면 가끔 젖소에게도 먹이는데, 믿거나 말거나 촉촉한 갈색 눈망울에 행복이 어리며 훨씬 맛있는 우유를 낸단다. 빵 반죽을 부풀릴 때는 주의해야 한다. 고양이가 낮잠 자기에 따뜻하고 폭신한 빵 바구니보다 적당한 곳은 없기 때문이다. 버터 토피를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 때 코기 앞발이 닿는 곳은 피한다. 코기들은 맛있는 건 귀신같이 찾아내니까!

이 운 좋은 코기와 고양이와 젖소와 닭의 주인은 타샤 튜더. 칼데콧 상을 두 번이나 받은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고 독특한 라이프스타일로도 유명하다. 튜더는 1915년에 태어났지만 전기도 안 들어오는 오두막에서 염소젖을 짜고 물레를 돌리며 1830년대의 삶을 살았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보닛을 쓰고 맨발로 뛰어 노는 어린 소녀들, 구식 스토브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로스트비프를 넋을 잃고 바라보는 강아지들, 정교하게 표현된 골동품 접시와 냄비와 찻주전자. 그녀의 그림은 19세기의 일상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타샤의 식탁]은 요리책인 동시에 앨범이다. 딸 베서니가 만든 통밀빵, 증조할머니에게 배운 보스턴 갈색 빵과 고조할머니의 옥수수 빵, 아들 세스와 톰이 고안한 퍼지와 스틸워터 펀치. 하나하나에 가족과 친구의 추억이 있다. 아이들의 생일이면 촛불을 밝힌 케이크를 개천에 띄워 보내고, 추운 겨울날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다 지치면 모닥불을 피우고 주전자를 매달아 핫 초콜릿을 데운다. 크리스마스에는 온가족이 모여앉아 물려받았거나 선물 받았거나 손수 만든 동물 모양 커터로 쿠키를 찍는다.

그러나 이 훈훈한 일상은 어딘가 이상하다. 어머니는 요리 솜씨가 출중한 상냥한 여주인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그녀가 골동품을 찾아 교외를 누비는 사이 열네 살짜리 딸이 오빠와 일꾼들에게 밥을 해줘야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책 밖에서 타샤는 오빠가 죽지 않았다면 자기를 낳지 않았으리라고 굳게 믿는 소녀였다. 부모가 이혼하자 아홉 살의 나이로 친지에게 맡겨졌다. 사랑하지 않았지만 예쁘지 않으니 더 나은 상대를 만날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 결혼했고, 혼자서 생활비를 책임지며 아이들을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느라 허덕이다 결국 이혼했다. 무엇보다도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강박적으로 구분하며, 초상화가인 어머니와 달리 진정한 예술가가 아니라고 괴로워했다. 그림들을 아무렇게나 쑤셔 박았다 문득 꺼내 난로로 던지는 버릇이 있었는데, 잿더미로 변한 작품들 중에는 출판된 책의 원화도, 아이들을 그린 초상화도 있었다.

튜더는 2008년 사망했다. 유언에 따라 거의 전 재산이 맏아들에게 가자 나머지 자녀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장례식에도 초청 못 받은 베서니와 에프터와 톰은 어머니는 원래 냉담한 사람이었고 자신만의 세계에 살면서 자식들에게 현실 세계를 준비시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들의 주장은 어디까지 진짜일까? [타샤의 식탁]과 다른 책들은 모두 기만일까? 만일 그렇더라도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타샤 튜더가 구축한 환상에는 여전히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진정성이 없기에 오히려 완성되는 종류의 예술이.

정은지
책과 음식과 쇼핑에 관한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책과 음식을 쇼핑한다. 책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 [내 식탁 위의 책들]을 썼고, [아폴로의 천사들]·[피의 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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