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칼리드는 뭐 하는 사람이야?
2016.08.18 |
DJ 칼리드의 아홉 번째 앨범 [Major Key]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데뷔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6장의 앨범을 Top 10에 올렸지만 1위는 처음이다. 마침 애플뮤직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Major Key]가 독점 서비스 중이었기 때문에 왕좌와 무성한 꽃밭, 그리고 진짜 살아 있는 사자가 함께 담긴 앨범 커버를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묻는다. 그런데 이 사람 누구지? 이상한 질문은 아니다. 그리고 그의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고, 좀 더 알게 되면 한 번 더 묻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그는 거의 매년 앨범을 내고, 히트곡을 만든다. 하지만 그는 래퍼가 아니다. 노래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대부분은 캐치프레이즈 혹은 시그니처 사운드라고 불리는 외침이다. 예를 들어 “We the Best Music!”이나 “Another One!” 혹은 그 밖의 몇 가지. 대신 모든 노래는 올스타급 피처링으로 채워진다. [Major Key]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퓨처, 빅 션, 릭 로스, 제이 지, 드레이크, 나스, 켄드릭 라마, 릴 웨인, 투 체인즈, 그 밖에 대강 아무 이름이나 대면 그 안에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트랙은 각각의 래퍼들이 함께 작업했다는 이유만으로 화제가 될 텐데, DJ 칼리드 앨범에서는 한 시간 내내 그렇다. 뮤직비디오를 봐도 그는 추임새를 넣거나 어슬렁대거나 약간 연기를 하는 것이 전부다. 그의 얼굴을 모른다면 랩 공연에서 코러스를 넣어주는 래퍼처럼 보인다.
그럼 그는 아마도 작곡가나 프로듀서일까? 한국에서도 프라이머리나 그레이 같은 프로듀서가 자신의 이름으로 결과물을 내놓고 인기를 얻기도 했으니까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는 작곡가나 프로듀서도 아니다. 대부분의 곡은 주요 작곡자와 프로듀서가 따로 있다. 요컨대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음악을 내놓지만 그것을 만들거나 부르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도장만 찍는다. “We the Best Music!”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서도 누군가는 DJ 칼리드가 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고,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라고 답한다.
다행히 DJ 칼리드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직접 밝힌 바 있다. 그의 직접적인 경력은 라디오쇼 호스트이자 DJ로 시작되었고, 현재도 DJ로 활동한다. 그의 데뷔 앨범 [Listennn…]은 마이애미 지역 라디오에서 활동하며 아티스트들과 쌓은 인연과 DJ로 번 돈의 결합이었다. 그는 모든 자금을, 피처링을 확보하고 실력 있는 비트메이커와 프로듀서를 찾고 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홍보 활동에 쏟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비트와 훅을 어느 아티스트와 결합할지 결정한다. 요컨대 그는 투자자이자 A&R이고 총괄 프로듀서다. 혹은 그의 표현을 그대로 쓴다면 ‘Real Boss’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현재 거물이 된 동료들이 아직 유명하지 않을 때부터 그 가치를 알아보고 지원해온 감각과 오랫동안 그 관계를 이어가는 인간적인 매력 위에서 가능했다.
재미있게도 대중이 그를 이해하게 된 것도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직접 겪은 이후다. 작년 가을 그는 스냅챗을 시작했고, 짧은 동영상 클립을 통하여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삶을 긍정하고, 성공의 열쇠를 말하여 자기계발 강사처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전에도 힙합 아티스트가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일종의 ‘필수요소’가 되는 일은 종종 있다. 하지만 DJ 칼리드는 스냅챗이 다른 SNS와 무엇이 다른지 알았다. 스냅챗은 반드시 앱을 설치하고 DJ 칼리드를 팔로우해야 하며, 동영상은 24시간 후에 삭제된다. DJ 칼리드는 메시지가 사라진다는 스냅챗의 기술적 특성을 ‘개인적인 친밀’로 바꿔놓았다. 그의 스냅챗 활동이 [버지]나 [블룸버그] 같은 IT/비즈니스 매체에서도 다루어진 이유다. [Major Key]는 그 ‘성공의 열쇠’를 말하던 스냅챗의 연장이고, 작년 10월에 나왔던 여덟 번째 앨범 [I Changed a Lot]과 비교하면 첫 주 판매량이 4배에 가깝게 뛰어올랐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어떤 사람은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기 스타가 되고, 역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자신을 관철시킨다. DJ 칼리드는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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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IT
- 글 | 서성덕(음악평론가)
- 교정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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