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윤│② “몸은 어른이지만 아직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미숙한 청춘이 바로 나”

2016.08.19
은 나이에 군대를 가면서 굳이 해병대처럼 힘든 곳을 간 이유가 있나.
윤시윤
: 사실 군대 가기 싫지. 정말 군대 갈 때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나도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내 안에서 남들보다 편하게 군 생활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 스무 살 때만 해도 멋지게 다녀오자는 생각을 했는데, 연예인이라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대접을 받다 보니 초심이 많이 흔들리는 거다. 슬슬 주변에서 오는 유혹들이 정말 진지하게 들리고. 그래서 더 반발심에 아, 이러지 말자, 싶었다. 지금 함께하는 소속사 대표님이 나 스무 살 때, 해병대를 다녀오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워낙 겁이 많으니까 그걸 극복하면 좋겠다고. 그때 알았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마음으로 갔던 것 같다. 딱히 멋진 이유는 없다.

육체적으로 힘들기로 유명한 조직인데 거기서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윤시윤
: 팬 미팅 때 팬들에게 이야기한 게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볼트]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 볼트는 할리우드 TV 시리즈에 슈퍼 강아지로 출연하는 개인데, 어떤 사고 때문에 주인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가 능력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슈퍼 강아지인 줄 알고 철장을 구부리려고 하는데 안 되고, 주위 동료들이 넌 그냥 개일 뿐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군대에서의 내가 딱 그랬다. 너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썩 유쾌하진 않은 방식으로 알려주더라. 힘들었다. 나이 서른이 다 돼서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그런데 [볼트]를 보면 볼트가 기차를 타고 가면서 혓바닥을 내미는데 기분이 이상하게 좋은 거다. 동료가 개들은 원래 이러면 기분이 좋다고 말해준다. 그걸 깨달았던 것 같다. 내가 배우로서 드라마가 잘되고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소하게 인간 윤시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이 있는 거다. 훈련 끝나고 게임하는 내 모습이 좋고, 밥으로 나오는 고기가 너무 행복하고, 그런 것들.

배우로선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전역할 땐 어땠나.
윤시윤
: 거의 한 달간은 잠을 못 잤다. 나를 기다려줄까? 당연히 잊었겠지? 연예인으로 활동하던 내 모습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전역 날 잊지 않고 나를 찍으러 와준 기자분들이 너무 감사했다. 와, 이 사람들 바쁠 텐데 뭐 찍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왔나. 고맙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운 좋게 ‘1박2일’과 [마녀보감]을 만나게 된 거고. ‘1박2일’이 새로운 도전이었다면, [마녀보감]은 윤시윤다운 연기를 요구해주는 현장이었다.

[마녀보감] 허준의 어떤 면이 윤시윤답다고 느꼈나.
윤시윤
: 불.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건 불인 것 같다. 타오르지만 불안하게 흔들리는 불. 열정은 있지만 그 열정만큼 탄탄한 기반은 부족한, 그럼에도 타고 있는 그런 불완전함. [마녀보감]의 젊은 허준 캐릭터가 내겐 그렇게 보였다.

그 불완전함을 청춘으로 이해해도 될까.
윤시윤
: 그게 청춘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윤시윤이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난 멋있는 사람이 아닌데 멋있는 척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몸은 어른이지만 아직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그런 미숙한 청춘이 나이고, 지금의 순간을 잘 살아내고 무르익을 때 어느 순간 멋진 어른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닌데 마치 내가 이미 어른인 것처럼 굴고 어른의 멋을 부리려고 하면 안 되지 않을까.

‘1박2일’에서 이화여자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런 흔들리는 청춘에 대한 강연을 했는데.
윤시윤
: 오히려 내 또래 중에 너무 안 흔들리는 사람이 많았다. 삶에 대해 다 안다는 것처럼 인생은 원래 이래, 연예인은 다 인맥이야, 회사 빨이야, PD나 국장에게 비비면 돼, 라고 말하고 정작 본인은 별다른 노력을 안 하고, 술 먹고 노는 거에 더 바쁘고.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회의를 느끼다가 군대에 가서 나보다 어린 친구들의 고민을 보며, 아 맞아, 우리 나이란 이런 거지 싶었다. 또 이화여대에 갔을 때 학교를 안내해준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군대 가서 나라 지키는 까까머리 남자애와 똑같은 고민을 하더라. 촬영 30분 전에 강연을 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는데, 딱히 준비할 것도 없이 그냥 그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흔들리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됐다.

본인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때 연예인으로서의 영향력도 고려해야 할 텐데.
윤시윤
: 스무 살 때 거의 무명에 가까운 연예인으로서 연예인 봉사단체에 갔는데 연예인이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개그맨 몇 분이서 만들었는데 바쁘니까 아무도 못 나오고 연예인 아닌 분들만 봉사 활동을 했다. 그렇게 몇 달 함께 활동을 하는데, 나처럼 무명으로 활동하는 한 가수분이 여기에 톱스타들이 한 번만 와주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 너는 나중에 톱스타가 되면 마음 변하지 말고 꼭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맞아, 톱스타가 있으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얼마나 용기를 얻을까, 그런 걸 느꼈다.

그런 이타적 태도가 누구에게나 당연한 삶의 방식은 아니다.
윤시윤
: 난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어릴 때부터 그런 존재가 되라고 책을 통해서 교육을 통해서 배워왔기 때문에 그런 걸 꿈꿨던 것 같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물론 지금까진 아직 내 미래가 두렵고 불안하고 밤만 되면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불안한 청년 윤시윤이지만, 단단하고 꿋꿋해져서 타인을 위해 살아갈 때 스스로 삶이 편안해질 것 같다.

그렇게 불안한 청춘을 겪어내고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은 뭔가.
윤시윤: 내가 정의내리는 어른은,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다. 어릴수록 ‘나’만 중요하지 않나. 내 감정, 내 생각 등등. 어른이라는 건 내가 아닌 이 사람의 마음이 어떨 것인지 고려하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난 아직 아닌 거지. (웃음) 여전히 내 세계에 빠져 불안정한 사람이니까.





목록

SPECIAL

image [신혼일기]

MAGAZINE

  • imageVol.168
  • imageVol.167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