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랩스타 3]가 벌인 난장판

2016.08.29
Mnet [언프리티 랩스타 3]는 지난 어떤 시즌보다 자신의 솔직한 욕망에 충실한 시즌이다. 시즌 1부터 이른바 ‘캣파이트’라고 불리는 여성 간의 대립을 힙합이라는 이름 아래 묘사해온 프로그램은 세 번째 시즌에 접어들며 예의상 아닌 척이라도 해왔던 제스처들을 하나씩 벗어 던진다. 4화의 디스 배틀전을 통해 미료, 하주연, 유나 킴 세 사람을 주연 삼아 친목, 룰의 공정성, 집단 따돌림 등 첨예한 갈등을 노골적으로 전시한 프로그램은, 그 결과로 전 시즌을 통틀어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2.1%(닐슨 코리아 기준)라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내 유일의 여자 래퍼 서바이벌’을 표방하며 ‘실력파 여자 래퍼들이 경쟁을 통해 프로듀서들의 트랙을 차지해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한다는 형식을 앞세우며 시작했지만, 이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막장 드라마’가 진정한 가족 간의 화합을 표현하겠다 선언하는 것만큼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들에 비해 지지부진한 반응을 얻던 프로그램은 ‘디스는 힙합의 고유한 문화’라는 검증 안 된 이론을 들먹거리며 거창한 판을 벌린 디스전과 프로그램 내내 쉼 없이 공급되는 캣파이트를 통해 끝끝내 되살아났다.

시청자도 원하고 출연자들도 각오한 것이니 다 괜찮다고 할 수도 있다. ‘힙합 밀당녀’로 한국 힙합역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 육지담과 시즌 2의 첫 탈락자였던 애쉬비도 이유야 어쨌건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출연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들의 그런 굳은 다짐과 간절함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주연은 Mnet [쇼 미 더 머니 5] 1차 예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무대를 제대로 평정하겠다 다짐했고, 육지담은 재출연을 통해 래퍼 지망생 딱지를 떼고 싶다고 했다. 전소연은 Mnet [프로듀스 101]의 핑크색 옷을 벗고 싶다고 했고, 미료는 경력과 커리어로 인한 계급장을 떼고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들이 디스전에서 선택한 벌스(Verse)는 “니코틴 때문에 누런 이”, “어린 게 벌써 된장녀의 기미”, “할로윈데이를 기다리는 너는 호박”, “계집애들이 뭉치니 말이 많아” 등 여성에 대한 편견에 기반을 둔 원색적인 비난뿐이다. 디스를 랩에 녹여내기보다는 단지 비난을 하기 위해 랩이라는 형식을 빌렸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것을 마치 여성들 특유의 ‘캣파이트’처럼 편집한다.

특히 심각한 건 대부분의 갈등 배경이 감정적이라거나 질투가 심하다 등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육지담의 텃세나 미료와 하주연의 친목 도모, 성형이나 가슴 크기 등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지적과 비난 등은 출연자들의 대화는 물론 랩과 무대구성의 주요한 코드로 소비된다. [쇼 미 더 머니]는 블랙넛마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인물로 그렸다. 시즌 5에서는 비와이와 씨잼이 실력으로 경쟁하며 우정까지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언프리티 랩스타 3]는 오로지 여성 래퍼들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랩으로 치환해 싸우는 것에 집중한다. “This is competition”을 외치며 프로그램의 정의를 명확하게 한 시즌 1의 제시, 래퍼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논쟁을 낳은 트루디와 언더독의 극적인 성장을 보여준 예지가 있었던 시즌 2와 비교하면 이번 시즌은 그저 랩을 소재로 한 ‘막장 드라마’처럼 보인다.

디스 배틀의 심사위원이자 3번 트랙의 프로듀서로 출연한 쿠시가 전한 녹화 현장의 첫인상은 그대로 [언프리티 랩스타 3]의 처음이자 모든 것이다. “기운들은 남자 래퍼 분들보다 훨씬 더 센 것 같아요. 제가 지금 기가 눌려가지고 말도 잘 못하겠고.” 세상이 말하는 속칭 ‘기 센 여자’들을 모아 극한 구석에 몰아넣고 그것이 뿜어내는 환영 받지 못한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질주하는 폭주기관차. 그리고 여기에는 제시와 같은 룰 브레이커도, 스스로를 미친개라 표현하며 여성 래퍼의 이미지를 뒤엎은 예지도 없다. ‘독기 가득 품은 여자들의 거친 힙합’을 보여주겠다며 선언한 이들의 ‘Real Girl Crush’라는 그들의 외침은 과연 누구를 향한 것인가. 제작진은 물론 출연자들도 지금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을까. 아니, 관심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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