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게 역사인식 논란이 생겼을 때 벌어지는 일들

2016.08.29
한국인에게 한일관계와 관련된 역사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중에서도 대중에 노출되기 쉬운 연예인은 하나의 언행만으로 극단적인 호감과 비호감을 오간다. 특히 최근 소녀시대의 티파니처럼 유명인인 동시에 욱일기 또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대한 이슈가 결합할 경우 큰 논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이유와 그 정도에 대한 기준은 매번 다르기 마련이고, 일이 마무리 되는 방식도 다르다. 또한 과거와 달리 SNS로 이슈가 빠르게 퍼지는 요즘은 대중의 반응이 과거와 또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역사인식과 관련된 연예인의 논란은 어떤 식으로 발생해 어떻게 마무리 됐을까. 최근 10여 년의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2007년 9월, 탑은 욱일기와 비슷한 마크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방송에 출연했던 것이 논란이 됐다. 실제 출연은 5개월 전 MBC [만원의 행복]이었지만, 당시에는 이런 논란이 지금처럼 빠르게 퍼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지는 않았고, 9월 12일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회장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논란은 일단락 됐다. 빅뱅은 당시 ‘거짓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고, 11월에 발표한 ‘마지막 인사’로 음원차트 8주 연속 1위를 하는 등 큰 문제없이 활동을 이어갔다.

김구라
김구라는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과거 함께 방송했던 김용민 후보를 돕겠다며 ‘김용민 지지 동영상’을 올렸고, 다음 날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 [시사대담]에서 일제강점기시절 ‘위안부’ 여성들을 비하한 발언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 방송에서 경찰의 천호동 텍사스촌 무차별 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 80여 명이 전세버스를 나눠 타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러 갔던 사건을 언급하며 “창녀들이 전세버스에 나눠 탄 것은 옛날 정신대 이후 최초일 것”이라고 표현한 것. 김구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김구라는 곧바로 사과문을 올린 뒤 출연 중이던 8개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이후 5개월여 만에 케이블 TV 방송을 통해 복귀했다. 현재까지는 역사인식과 관련돼 가장 문제적인 행동을 했고, 그에 대한 자숙기간이 5개월이라 할 수 있겠다.

혜리
2012년 4월 30일, 혜리가 국내 행사 리허설에 욱일기 문양이 포함된 상의를 입고 나온 사진이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My Shirt Will Help Japan’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는 티셔츠는 그의 팬이 보내준 것으로 일본 지진 피해를 돕자는 내용이었지만, 글자 위의 작은 하트 문양 속에 욱일기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혜리는 “문양은 발견하지 못했다.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실수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팬클럽 게시판에 올렸다. 인터넷상에서 다소 논란은 됐지만 사과 이후 더 이상의 논란 없이 마무리됐다.

빅스
빅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스TV]에서 멤버 중 한 명이 일본 쇼핑몰에 들러 물건을 고르던 중 후지산 모자를 썼는데, 이 모자 한 쪽에 작게 해가 반만 있는 욱일기 모양과 함께 ‘日本一’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 문양을 풍어, 행운의 뜻으로 축제에서도 많이 쓰고, 이것을 욱일기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만큼 전범기로 볼 것인지 아닌지는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2012년에 공개된 이 영상이 2013년 7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당시 빅스는 ‘대.다.나.다.너’로 컴백 예정이어서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던 상황이었다. 많은 매체에서 어뷰징 기사를 내며 논란이 확산됐고, 소속사가 사과문을 올리며 일단락됐다

현아, 장현승
현아와 장현승이 트러블메이커로 활동하던 2013년 11월 26일, MTV [더쇼] 공식 트위터는 두 사람이 커플 후드티를 입은 사진을 올렸고, 여기에는 욱일기와 흡사한 방사형 패턴이 프린트 돼 있었다. 이에 소속사는 바로 다음날 “트러블 메이커가 입은 의상 속 그림은 욱일기가 아닌 꽃봉오리 모양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 한다”고 해명했다. 이후 이틀 동안 ‘트러블 메이커 해명’이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오르기도 했지만, 이 프린트가 그래픽 디자이너 셰퍼드 페어리의 그림으로 반전과 전체주의를 반대하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도 수그러들었다.

정찬우
2014년 2월 6일 MBC [컬투의 베란다 쇼]에 출연하며 빨간색과 흰색 조합의 니트를 입었다. 방송 당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욱일기가 연상된다는 항의 글이 올라왔다. 당일 바로 정찬우는 SNS에 “눈에 거슬렸다면 잘못한 거라 생각 됩니다~ 작은 일이라도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가볍게 사과 글을 올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MBC [쇼! 음악중심]
2014년 2월 9일 갓세븐이 [쇼! 음악중심]에서 ‘걸스 걸스 걸스(Girls Girls Girls)’를 부르던 중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조합된 배경이 문제가 됐다. 이 배경은 정확히 욱일기로는 보기 어렵고 붉은 색이 들어간 방사형 디자인이었지만, 욱일기가 연상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비판은 있었지만 누군가를 향해 사과하라는 움직임은 없었고, MBC 역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AOA
지난 5월 3일 온스타일 [채널 AOA]에서는 AOA의 멤버 설현과 지민이 게임을 하던 도중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잘 모른다는 것이 방영됐다. 또한 제작진이 지민에게 “이토 히로부미”라는 힌트를 주자 지민이 “긴또깡”이라고 농담하는 것도 나갔다. 방송 후 두 사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설현과 지민은 각각 개인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개재했고, 하루 뒤 제작진도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미디어에서 계속 두 사람을 비난하는 논조의 보도를 계속하자 두 사람은 당시 AOA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다시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활동중단이나 CF계약 해지 같은 것은 없었다.

티파니
광복절 전날 일본 도쿄에서 콘서트를 끝낸 뒤 SNS에 사진을 올리는 과정에서 위치 기반 필터를 사용하다 욱일기 패턴이 들어간 문구를 사용했다. 이후 2~3분 사이에 이를 삭제했지만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후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는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해당 SNS는 문제의 필터를 제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됐고, 티파니가 출연 중인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청자 게시판에 하차요구가 이어졌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는 티파니의 연예계 영구추방을 주장하는 서명게시판까지 등장했을 정도. 티파니는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지만 무성의하다는 비난이 이어졌고, 이후 자숙의 의미로 소속사의 단체 워크숍에서 빠진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이후 다시 사과문을 썼다. 또한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하차했다.

박근혜 대통령
연예인은 아니지만 비교대상은 될 듯해 골랐다.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 말이다. 안중근 의사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당했고, 인용한 유언 역시 뤼순 감옥에서 한 말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는 1948년을 건국일로 잡는 것으로, 헌법에 기록된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의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말에도 위배되는 것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 거의 모든 인터넷, 지면 매체가 해당 사실을 보도했고, 만평도 나왔다. 그러나 설현과 지민 때처럼 종편 뉴스로 보도되거나 하지는 않았고, 인터넷 상에서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비난의 수위가 거세거나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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