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vs YG│① SM과 YG, 어디에 투자하시겠습니까

2016.08.30
올해,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다. SM은 EXO 3집과 리패키지 앨범에 태연, 루나, 종현, 예성 등의 솔로는 물론 ‘SM 스테이션’을 통해서는 지금까지 총 스물여덟 곡을 발표했다. 그 와중에 전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대형 그룹 NCT 중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각기 다른 콘셉트의 NCT U, NCT 127, NCT DREAM을 줄줄이 데뷔시키기도 했다. SM 정도는 아니지만 YG 역시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비록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어도 위너와 iKON 모두 곡을 공개했으며, 공백 기간이 길었던 악동뮤지션을 컴백시키고 젝스키스의 영입이라는 큰일을 벌였다. 무엇보다, 몇 년 동안 데뷔한다는 소문만 무성했던 걸 그룹 블랙핑크를 드디어 론칭하는 데 성공했다.

1년 안에 이 정도로 많은 프로젝트를 굴릴 수 있는 것은 규모가 큰 SM과 YG 정도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은 이들이 여전히 양강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한 해였지만, 모든 것이 장밋빛이라 하기는 아직 애매하다. 특히 두 회사에 대한 평가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주가는 SM과 YG 모두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거의 5만 원대에 이르렀던 SM의 주가는 현재 2만 8천 원대에 머물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지난해 9월 6만 원대였던 YG의 주가는 3만 2천 원대까지 내려왔다(8월 25일 기준). 증권가의 분석처럼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 경색이 글로벌 시장에 가장 활발하게 진출 중인 두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두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가 다시 온 것이다.

그동안 SM은 거의 실패하지 않는 회사였다. 데뷔한 지 10년 이상 된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를 포함해 샤이니, f(x) 등 SM 소속의 아이돌은 약간의 부침은 겪을지언정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심지어 동방신기는 2인조가 된 후에도 그 위상이 떨어지지 않았다. 데뷔곡 ‘MAMA’로 별 반응을 얻지 못했던 EXO는 ‘으르렁’ 이후 국내외로 가장 거대한 팬덤을 가진 K-POP 그룹이 되었다. 그만큼 SM은 여러 팀을 동시에 기획하고 활동시키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성장과 운영까지 모두 무리 없이 해낼 만큼 안정적인 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아이돌 산업에서 다양한 스타를 끊임없이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일종의 산업화된 노하우 또는 매뉴얼을 가진 회사는 SM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T는 SM이 쌓아온 시스템과 노하우를 집약한 팀이다.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그룹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축하고, 짧은 기간 안에도 많은 팀을 론칭할 수 있는 힘. 지금껏 어떤 콘셉트의 시장을 선점하느냐로 수많은 보이 그룹이 경쟁해왔다면, 이제 SM은 그 모든 시장을 NCT라는 플랫폼으로 차지하겠다고 선언한다.

NCT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이수만 회장이 직접 했다는 사실은 이 그룹의 성패가 SM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NCT의 많은 그룹 중 한 팀만 큰 성공을 거둬도 소위 말하는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다만, ‘잭팟’이 언제 터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NCT는 현재 성공이나 실패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EXO가 그랬듯 결과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선명해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시도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아이돌 그룹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은 SM의 시스템이 가진 힘이지만,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는 그만큼 많은 인력과 비용 또한 쉬지 않고 들어간다. SM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가 입대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NCT가 성과를 얻을 때까지 전 세계적인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다.

YG도 SM과 유사한 상황이지만, 이들이 고수해왔던 전략만큼은 완전히 다르다. 빅뱅과 2NE1, 위너와 iKON까지 YG의 아이돌은 데뷔 때부터 대중적인 인지도를 장착하고 등장했다. 블랙핑크는 데뷔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각종 음원차트와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앞서 데뷔한 웬만한 걸 그룹의 인지도와 성과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를 만들든, 보도자료를 자주 배포하든, 양현석 회장이 팬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악수를 두든 YG는 어떤 식으로든 소속 아이돌을 띄우고야 만다. 모든 아이돌 그룹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인 ‘대중적 인지도’를 첫걸음부터 획득하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YG의 원천기술이다. 여기에 서태지와 아이들, 빅뱅, 싸이 등 한국 대중음악계에 역사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들과 함께 일해온 인물의 ‘감’은 양현석 회장의 자산이기도 하다. 화제 속에 데뷔를 시키면, 그 길 위로 YG의 뮤지션들이 활약한다. 캐스팅과 홍보, 그리고 그것들을 순간순간 결정하는 제작자의 ‘감’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힘을 밀어붙이는 것이 YG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YG에서 빅뱅을 제외한 팀들은 대부분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기간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2NE1은 데뷔로부터 약 1년 4개월 후인 ‘내가 제일 잘 나가’ 때 제목 그대로 가장 잘나갔고, 아직 성패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하이와 악동뮤지션도 데뷔 앨범으로 제일 주목받았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세븐과 원타임도 데뷔 초에 중점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위너와 iKON의 음원 차트 성적 또한 데뷔 싱글 또는 앨범의 파괴력이 가장 높았을뿐더러, 두 팀은 한창 활동해야 할 시점에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초반의 관심을 이어 갈 동력을 다소 잃기도 했다. YG는 테디와 지드래곤, CL처럼 큰 스타가 될 재목을 알아보는 안목과 대중의 관심을 끄는 기술을 지닌 반면, SM처럼 여러 팀을 동시에 활동시키며 꾸준히 콘텐츠를 발표하고 팀을 운영하는 역량은 부족한 것이다. 문자 그대로 빅뱅의 세계적인 성공이 특수한 케이스인지, 혹은 YG의 능력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표적인 큰손인 두 회사가 각자의 방식을 고수하는 동안, 시장도 빠르게 바뀌었다. 타깃을 세분화해 명확한 캐릭터를 직조하는 노하우는 이제 SM이 아닌 회사에서도 터득했으며, 늘 한발 앞선 트렌드를 제시하고 아티스트가 직접 곡을 쓴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우던 YG의 색깔은 다른 팀에서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 두 회사의 부진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강자 대 강자의 2라운드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혀 다른 두 가지 방식 중 결국 어느 쪽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는지의 문제인 것이다. 차근차근 쌓아 올린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방을 노리고 있는 SM, 안목과 감 등 양현석 회장 개인의 노하우로 단숨에 스타를 만들어내는 YG. 당신이 투자자라면 두 회사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이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다. 물론, 이 두 회사 말고 투자할 곳이 더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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