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한동근의 연어 같은 경연 인생

2016.08.31
“[슈스케]에 박재정이 있다면 [위탄]에는 저 친구!” MBC [라디오스타]에서 한동근을 소개했던 멘트다. MBC [위대한 탄생 3]의 우승자였지만 그 후 주목받지 못했고, MBC [듀엣가요제]에서는 노래 부르는 출연자가 아닌 패널로 나와 노래 한 소절이라도 부르려고 애썼다. MBC [일밤] ‘복면가왕’에 출연해 결승에서 ‘우리동네 음악대장’ 하현우와 경쟁하고, 하현우와 함께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뒤에도 [듀엣가요제]에서 노래할 수는 없었다. 그가 기회를 잡은 것은 마일리지 적립하듯 [듀엣가요제]의 패널로 출연하다 다른 출연자의 자리가 빈 뒤였다. 김구라는 그에 대해 노래를 부를 때 말고는 연예인 같지 않다며 “온오프가 확실”하다고 했다. 한동근의 캐릭터이기도 하겠지만, 무대에 설 일이 좀처럼 없었던 그의 활동이 남긴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듀엣가요제] 2연승을 할 즈음, 2년 전 9월에 발표한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는 음원차트 멜론 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한동근이 [듀엣가요제]에 출연하던 날, 방청석에는 그의 부모가 있었다. 그들은 아들이 [위대한 탄생] 이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부모가 고생한 자식의 공연을 보며 감동하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은 진짜 오디션의 시작일 뿐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도 Mnet [슈퍼스타 K]의 전성기 시절 화제가 된 몇몇을 제외하면 그리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얼굴을 가린 8명의 출연자 중 한 명으로 나오는 ‘복면가왕’만 해도 큰 기회다. 듀엣 대결에서 이겨야 솔로곡을 부를 수 있고, 한 번 더 이겨야 한 곡을 더 부를 수 있는 무대지만 이미 수많은 가수들이 이 무대를 원한다. [듀엣가요제]나 SBS [일요일이 좋다] ‘판타스틱 듀오’, tvN [너의 목소리가 들려]처럼 출연자들에게 보다 포커스가 집중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동근처럼 무대가 절실했던 가수에게 [듀엣가요제] 출연은 그 자체로 오디션 프로그램 결승에 다시 한 번 선 것과 같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는 지난 6월 20일~26일 멜론 주간차트 130위를 기록했다. 그 전 주보다 76위 오른 것으로, 이 주에 [라디오스타]가 방송됐다. 그 전 6주간은 200위권이었고, 300위권에 진입했던 것은 지난 4월 10일 ‘복면가왕’ 출연 이후다. 그리고 8월 5일 [듀엣가요제] 출연 이후 8월 1일~7일 주간차트에서는 95위로 전주 대비 25위가 올랐고, 그다음 주 47위로 급등했다. 그사이 한동근은 ‘복면가왕’ 패널로도 출연해 [듀엣가요제]처럼 한 소절이라도 노래를 부르려고 했고, 일반인들의 노래 동영상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에는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의 노래는 그렇게 활동을 할 때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천천히 퍼진다. 대다수의 사람이 굳이 신곡을 찾아 듣지 않아도 얼마든지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의 신곡이 차트 순위를 높이기란 점점 어려워진다. 팬덤이 많은 아이돌 출신도, 이미 인지도가 높은 1990년대~2000년대 인기가수도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알리는 과정은 지난하고, 해야 할 것도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데뷔를 하고, 데뷔 후에도 음악 예능에서 타인의 명곡부터 잘 불러야 관심을 받는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역주행하는 동안, 한동근은 이 노래를 TV에서 부르지 않았다. 자신이 부르려는 노래 이전에 누가 부르는지 알려야 하고, 그 결과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대중에게는 그 이상으로 누가, 또는 어느 프로그램에서 부르는 노래냐가 중요해졌다.

‘복면가왕’에서 유영석은 한동근에 대해 “괴물”이라 말했고, 조장혁은 “(이런 실력자를) 누군지 모르다니”라며 스스로 반성했다. [듀엣가요제]에서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의 첫 소절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실력자도, 이름을 알리기 전에는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반대로 대중이 원하는 홍보 채널을 찾아 자신의 캐릭터와 실력을 동시에 알려야 한다. [슈퍼스타 K]와 MBC [일밤] ‘나는 가수다’로 시작된 음악예능 시장은 [위대한 탄생] 출신으로 ‘복면가왕’과 [듀엣가요제]를 거쳐 차트 1위에 오른 한동근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이 음악 예능에 출연하려면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듀엣가요제], ‘판타스틱 듀오’ 등에서 노래 실력 좋은 일반인으로 출연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아니면 ‘일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 같은 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려 SNS에서 주목받기라도 해야 한다. 앨범이 아닌 음원, 노래보다는 가수의 인지도가 더 중요해진 시장이 만들어낸 하나의 루트다. 막막해 보일 수도, 기회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과거보다 ‘한 방’에 뜰 가능성은 줄어들었고, 아예 TV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한동근은 이제야 우승자처럼 보인다. 3년 동안, 그는 수많은 경쟁에서 버틴 끝에 여기까지 왔다. 다시 쓴 오디션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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