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가 완성한 김단

2016.08.31
tvN [굿와이프]의 김단(나나)은 검찰수사관 출신 로펌 조사원이다. 서류 조사도 하지만 살인사건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다. 현실의 조사원들이 실제로 맡는 업무가 무엇이든, 김단은 원작인 CBS [굿와이프]의 칼린다 샤마(아치 판자비)처럼 검찰, 경찰, 법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누비며 정보를 수집하는 수완가이자 해결사다. 직속상관 격인 김혜경(전도연) 변호사는 물론 서명희(김서형)·서중원(윤계상) 대표도 신임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동선이 길기 때문에 기동력은 기본이다. 패션에 있어서 활동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캐릭터인 셈이다. 

김단은 칼린다의 상징인 라이더 재킷을 몇 차례 입어 원작 캐릭터의 정체성을 흡수했지만 대부분의 스타일은 재해석했다. 싸이하이부츠는 스니커즈로, 몸에 꼭 맞는 짤막한 기장의 투피스나 원피스는 ‘루즈핏 셔츠블라우스+레깅스진’ 식으로 바꿨다. 상의는 셔츠블라우스 아니면 반폴라 긴팔·7부 쫄티, 하의는 스키니진 또는 레깅스진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머리카락은 풀어 헤치거나 대충 묶었다. 지금까지 형사를 다룬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옷차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나가 형사처럼 사건 현장을 누비는 김단 캐릭터에 적합한 스타일을 고민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나나는 단지 작품 속에 녹아드는 주변인에 머물지 않았다. [굿와이프]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그는 이 작품 속에서 눈에 확 띌 정도로 매력적이다. 아이템별로 뜯어 보면 다소 수수해 보이는 김단의 스타일이 칼린다만큼 섹시해 보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나의 신체 조건 때문이다. 그는 팔·다리 길이와 얼굴 크기 등 몸의 비율이 탁월하다. 전체적인 몸의 선 역시 길다. 여기에 걸 그룹 애프터스쿨 데뷔 전 ‘슈퍼모델선발대회’ 본선에 진출했던 경험을 살려 김단의 걸음걸이에 모델의 워킹 방식을 섞었다. 미끄러지듯 유연하고 약간 요염하지만 세련된 걸음걸이 말이다.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델 느낌을 살짝 가미하되 전문직 종사자의 직업적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았다. 시청자는 김단의 전신이 한 화면에 잡힐 때마다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최대한 살려 칼린다와는 또 다른 이미지로 캐릭터를 리폼한 것이다.

메이크업 역시 패션 스타일과 보폭을 맞추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재배치했다. 김단의 메이크업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형이다. 립컬러로 생동감을 주되 나머지 요소는 절제했다. 인조 속눈썹, 글리터처럼 ‘센’ 요소를 배제하고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색조 메이크업의 여러 요소를 완화하자 캐릭터는 물론 나나 본연의 매력이 도드라졌다. 그동안 무대용 메이크업에 가려졌던 그의 이목구비가 확연히 드러났다. 애프터스쿨이나 오렌지캬라멜로만 나나를 기억하는 일부 대중이 [굿와이프] 방영 초기 “김단이 나나인 줄 몰랐다”며 생소해했던 까닭이다.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 적합성과 미모를 동시에 요구받는 배우 입장에서 최선의 해답을 찾은 셈이다.

나나의 눈빛도 김단이란 캐릭터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나나 특유의 눈빛은 지난 2월 MBC [일밤] ‘진짜사나이-여군특집’ 시즌4에서 “고양이 같다”, “예쁜 척한다”며, 마치 업무상 방해물처럼 폄하됐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굿와이프] 속 그의 눈빛은 저돌적인 김단 캐릭터를 상징한다. 극 중 어떤 상대와 한 화면에 잡혀도 팽팽한 성적 긴장감을 조성할 만큼 에너지로 가득 찬 눈빛은 김단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한다. 이 눈빛이 없었더라면 차장검사의 위협에 콧방귀를 뀌고, 같은 회사 변호사들에게 직언을 하며, 전 직장 동료들조차 정서적으로 제압하는 당당한 캐릭터가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국내 드라마는 그동안 감탄스러운 이목구비와 모델 수준의 몸매를 갖춘 배우들을 ‘직장의 꽃’이나 ‘질투 대상’, ‘발랄한 20대 여성’ 정도의 감초로 소모하곤 했다. 나나는 이런 젊은 배우들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소모전에 말려들지 않고 자력으로 살아남은 드문 사례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드라마 안에서나 현실에서나, 김단과 나나는 일을 잘했다. 그것도 아주 예쁘고 영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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