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오션의 도발

2016.09.01
2016년 8월의 세 번째 주말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프랭크 오션 위크엔드’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사실 프랭크 오션은 이미 2년 전에 자신의 두 번째 앨범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특별한 기약 없이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올해 7월 앨범 발매가 임박했다는 해석을 낳은 텀블러 메시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덕분에 당시 알려진 앨범 제목이었던 ‘Boys Don’t Cry’는 기다림보다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급기야 8월 1일 새 앨범의 티저로 보이는 반복재생 영상이 공개되었고, 많은 이들이 복습이라도 하는 듯 데뷔 앨범 [channel ORANGE]가 앨범 차트에 다시 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8월의 세 번째 주말이 되었다.

시작은 금요일의 [Endless]였다. 이는 애플 뮤직이 독점 공개한 45분에 달하는 비주얼 앨범이다. 트랙리스트도 없고, 개별 음원도 없으며, 동영상 스트리밍뿐이다. 18개 트랙이라고 하지만 그걸 다 세어 보기 전에 종료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비주얼 앨범’이라는 개념에서 비욘세를 떠올릴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영상 속에서 프랭크 오션과 다른 이들은 묵묵히 나선형 목재 계단을 만들고, 그 계단은 사라진다. 140시간에 걸친 작업의 편집본이다. 당연히 비욘세처럼 각 트랙에 따라 뮤직비디오 혹은 시각예술의 형태를 띄지 않는다. 그 안에서 음악은 분절적이거나 아이디어의 파편처럼 배치되어, 일종의 스케치 혹은 믹스테이프처럼 들린다. 한 마디로, 프랭크 오션의 새 앨범이라는 사전 정보가 없다면 누가 이걸 볼까 싶다.

그렇다면 [Endless]는 앨범인가? 재미있는 토론 거리가 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계약서가 이미 답을 냈다. 프랭크 오션은 [Endless]를 통해서 데프잼/아일랜드와 맺었던 앨범 제작계약을 끝냈다. 그리고 불과 하루 뒤에 새 앨범 [Blonde]와 신곡 ‘Nikes’의 뮤직비디오를 레이블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발매했다. 이 앨범의 이름을 커버에 쓰여진 [Blond]가 아니라 [Blonde]라고 하는 이유는 애플 뮤직이 그렇게 표기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의도적이라면, 애플 뮤직은 독점 공개의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고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한 셈이다. 앨범은 어떤가? 지금 한국에서 애플 뮤직은 누구에게나 무료이므로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지만, [Blonde]는 모든 기다림과 가끔 짜증마저 불러일으키는 출시 전략을 보상하고 남을 정도로 좋다. 최근 흑인 음악이 빈틈없이 꽉 채우는 과잉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과 달리, 최대한 덜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음악은 프랭크 오션의 보컬과 합쳐져 전혀 다른 종류의 충족을 준다. 다시 듣더라도 새롭게 들리는 소리는 없지만 더 많은 것을 발견한다.

앨범에 담긴 17개의 트랙은 며칠간 애플 뮤직 인기곡을 지배하며 국내 음원차트에서나 보던 ‘줄세우기’를 실현했다. 그 뿐이 아니다. 프랭크 오션은 뉴욕, LA, 시카고, 런던에 팝업스토어를 세우고 300 페이지짜리 잡지 [Boys Don’t Cry]와 [Blonde]의 CD 버전을 배포했다. CD 버전은 트랙리스트가 다른 12곡을 담고 있다. 잡지는 여러 분야의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과 함께 프랭크 오션의 에세이, 카니예 웨스트가 쓴 맥도날드에 관한 시, 그 외 여러 기사가 실려 있다. 그리고 당연히, [Blonde]가 음원판매와 스트리밍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의 대부분은 프랭크 오션 본인의 것이 된다. 데프잼/아일랜드가 프랭크 오션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이후 소속 아티스트들의 스트리밍 독점 발매를 막겠다고 선언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편 빌보드는 [Endless]가 현재 기준 상 앨범 판매량을 측정할 기준이 없어 차트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빌보드에 따르면 [Endless]는 앨범도, 싱글도, 영상물도 아니다. 데프잼/아일랜드는 소송까지 고려중이다.

애플 뮤직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Blonde]는 구글 드라이브, 사운드클라우드 등 공유 서비스에서 상당 기간 다운로드 가능한 상태였다. 다른 앨범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의도적으로 방치되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요컨대 프랭크 오션은 앨범을 만드는 과정과 유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자본을 바보들로 만드는 중이다. 이 상황은 2014년 프랭크 오션이 멕시칸 레스토랑 체인 ‘치폴레’의 홍보 음악 작업을 하다가 계약을 철회하고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주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프랭크 오션은 수표에 ‘꺼져’라고 적어서 돌려주었다. 프랭크 오션이 거대 자본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적이 처음은 아니라는 말이다. 과연 이번에도 그는 욕설이 적힌 수표를 발행하게 될까? 그는 자신과 동료의 예술이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믿지만, 그 과정에서 지분이 생겼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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