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톤 컬러가 세상을 지배할 때

2016.09.02
얼마 전 끝난 대림 미술관의 [Color Your Life-색, 다른 공간 이야기](이하 [Color Your Life]) 전시는 색을 주제로 동시대의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소개했다. 관람객은 전시관을 돌아보며 색이 유리, 플라스틱, 섬유, 가죽 등 다양한 물성과 만나는 과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Color Your Life]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전시품은 어떤 디자이너의 작품도 아닌, 팬톤의 컬러바였다. 흔히 ‘올해의 색’을 발표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팬톤은 레디언트 오키드(2014), 마르살라(2015), 로즈쿼츠와 세레니티(2016) 등을 ‘올해의 색’으로 언급했고, 이 색들은 패션, 뷰티, 디자인 등 수많은 분야에서 트렌드가 됐다. 진정 [Color Your Life]라는 전시 주제에 어울리는 회사일 뿐만 아니라, 팬톤이 지정한 색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사각형 박스에 어떤 사진을 넣고 팬톤 컬러 코드를 집어넣는 것은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팬톤은 1963년 인쇄 기사였던 로렌스 허버트가 ‘팬톤 매칭 시스템(PMS)’을 통해 색의 기준을 제시하며 시작됐고, 이후 사람들은 디자인, 예술, 공학 등 어느 분야에서든 색을 동일하게 구분하고 선별할 수 있게 됐다. ‘팬톤 매칭 시스팀’이 나온 뒤에야 ‘레드’라 이름 붙은 모든 립스틱이 같은 색상을 지니게 됐다. 물론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제 팬톤뿐이 아니다. 그러나 팬톤은 전문가에게 색의 기준을 전하는 것을 넘어 색에 대한 해석을 통해 대중과 관계를 맺었다. 팬톤은 2000년부터 그들이 설립한 컬러 연구소를 통해 패션과 뷰티,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조업자, 리테일러 등 전 세계 전문가에게 다음 시즌에 어떤 색을 쓸 것인지 설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올해의 색’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팬톤을 대표하는 컬러리스트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올해의 색’의 기준을 “시대정신”([보그])이라 말한다. 이를테면 로즈쿼츠와 세레니티가 ‘올해의 색’인 이유는 “패션과 색채에 대한 성적 고정관념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으며, 성 평등 및 색채의 자율성에 대한 사회적인 움직임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고, 2015년에 선정된 와인빛의 마르살라는 “불황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낙천적이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있는 컬러를 선호하게 됐다”는 이유에서 선정됐다.

색의 기준을 만들고, 그 색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팬톤은 대중에게 각각의 색깔에 시대적 흐름을 느끼도록 만든다. 과거에도 특정 색상에 대한 유행은 늘 있었지만 올해 로즈쿼츠와 세레니티는 ‘팬톤 컬러’로 불리면서 아이돌의 앨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색깔이 됐고, 색조 화장품 브랜드 VDL은 팬톤과 함께 ‘2016 VDL+PANTONE™ 컬렉션 Wellness in Color’를 발표하기도 했다. 색에 시대정신을 담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대중은 바로 지금 그 색을 써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그것은 ‘올해의 색’을 비롯한 ‘팬톤컬러’를 소비하게 만든다. VDL 관계자는 팬톤과의 협업에 관해 “2016년 올해의 색을 사용한 만큼 폭발적으로 판매가 이뤄졌다”고 말했고, 팬톤은 액세서리 및 생활용품을 파는 팬톤 유니버스를 비롯해 팬톤 호텔, 팬톤 카페 등을 만들었다. 과거의 팬톤이 색에 기준을 제시해 그것을 언어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색에 의미를 부여해 유행을 일으킨다. 팬톤은 문자 그대로, 색은 그냥 색이 아니라 해석을 통한 의미부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 영화, 패션 등이 시대의 흐름을 담는 것은 이제 당연했다. 그리고 [Color Your Life]라는 전시가 기획되고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의 로즈 골드 색상이 예약 3초 만에 품절되는 지금, 색이 곧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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