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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비, 모르는 게 힘이다

2016.09.05
솔비는 모르는 게 많다. 7×8은 56인 걸 알지만 8×7이 몇이냐고 물어보면 말문이 막히고, ‘동서남북’을 영어로 써보라고 하면 ‘dong’이라 적기 시작한다. 이순신 장군의 생일마다 여수를 방문할 만큼 열성 팬이지만 임진왜란이 언제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하는 그는 한때 ‘여자 김종민’이라 불렸다. 그리고, 지난해 방송된 MBC [무한도전] ‘바보전쟁’ 편 상식 퀴즈에서 김종민에게도 패했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는 의미를 지닌 사자성어 문제에 ‘낮농야천’이라는 답을 내놓아서였다.

그러나 모르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모른다고 기죽지 않는 것은 솔비의 능력이다. 전생에 로마의 공주였다는 무속인의 말을 굳게 믿으며 자랑하는 그에게 김구라는 “한족이 아니라 돌궐족, 거란족 공주 아니냐”고 놀려댔지만 몰라서 상처받지 않는 솔비는 “…족이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라며 귓등으로 넘겨버린다. 유식하지 않은데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고, 화가로 활동하며 전시회를 여는 동시에 맹한 이미지를 지닌 여성 연예인은 ‘아재’ 예능인들이 거리낌 없이 후려치기 쉬운 상대다. 그러나 “목소리가 마담 같다”는 탁재훈에게 “그런 데 좀 그만 다니라”고 응수하고, ‘약은 안 먹어봤냐’며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상민에게 “오빠가 지금 공황장애가 와서 막 던지나 보다”라며 되갚는 솔비는 결코 만만하게 당해주지 않는다. 과거 심각한 악성 루머에 시달렸고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아직도 놀림당하지만 모르는 건 모른다고, 기분 나쁜 건 나쁘다고, 감정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반응한다. 한국에서 여성 연예인의 빈틈은 작은 것도 확대되어 엄격하게 평가되지만, 틀을 벗어난 엉뚱함으로 ‘김흥국 과’라 불리게 된 솔비는 자신의 약점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면서 남들보다 좀 더 넓은 운신의 폭을 갖게 됐다.

물론 솔비는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실수도 한다. MBC [일밤] ‘진짜 사나이 2’에서 훈련소 입소 시 ‘가벼운’ 복장의 기준을 잘 몰라서 혼이 나고, 얼굴에 선크림만 발랐다고 했다가 추궁당하자 금세 CC 크림이었다며 실토해서 또 혼이 난다. 그러나 끙끙대며 팔굽혀펴기를 하고, 힘들어서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3km 달리기를 완주한 뒤 식판에 남은 국물까지 싹싹 비우며 맛있게 먹어치우는 솔비는 누가 뭐라 해도 즐겁고 씩씩하게 살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국가 공인은 아니지만 ‘소맥 자격증’이 있다고 해맑게 자랑하고, 터키 쿠데타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쿠데타는 나쁜 것”이라는 소신만은 뚜렷하다. 자신의 상식 부족에 주눅 들지도, 지식이라는 잣대로 남들을 후려치지도 않는다. 그러니 “평생 복잡하게 살 바엔 그냥 바보로 살래요”라는 솔비의 당당한 단순함이야말로, 이 복잡한 세상에서 정신 건강을 지키며 살아남는 하나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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