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부르키니, 무슬림 여성을 둘러싼 폭력의 현주소

2016.09.05

네 명의 무장한 경찰이 해변에서 한 여성을 둘러싸고, 강압적으로 수영복을 벗으라고 명령한다. 여성이 입은 수영복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키니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부르키니는 머리와 신체를 전부 가리는 무슬림 여성 전통의상인 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다. 이 여성은 경찰의 명령에 따라 부르키니처럼 보인 긴 팔 튜닉을 벗었지만, “바람직한 품행과 세속주의를 존중하는 옷”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야만 했다. 한편, 주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경찰에게 박수를 치며, 여성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프랑스 니스에서 벌어진 이 일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논란에는 부르키니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상징하고 여성을 구속하는 옷이기에 금지해야 한다는 쪽과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고 여성이 무엇을 입든 그것은 여성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종교와 역사, IS에 의한 최근의 테러, 페미니즘, 인권 문제 등이 얽혀 들어가면서 이 문제는 쉽게 결말이 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떤 옷을 입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프랑스에서 부르키니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를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키워드로 라이시테(laicite)와 페미니즘을 꼽았다. 라이시테는 1905년, 가톨릭과의 갈등 이후 프랑스에서 정해진 정교분리의 원칙을 뜻한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된다. 2004년, 프랑스는 라이시테에 따라 학교에서 머리에 쓰는 스카프를 금지했다. 여기에는 스카프뿐만이 아니라, 유대인들이 쓰는 모자인 키파와 크기가 큰 십자가 같은 종교적인 상징 또한 포함된다. 부르키니를 금지하자는 프랑스인들은 부르키니가 무슬림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고, 라이시테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또한 금지의 근거다. 부르키니처럼 여성을 가리는 옷은, 프랑스 총리의 말처럼 “여성의 노예 상태”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즉, 이들에게 부르키니 금지는 여성 해방을 뜻한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하듯, 유럽의 최상위 인권 재판소가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스카프를 금지한 전례가 있기에, 법적인 근거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밖에서 볼 때, 부르키니 금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처럼 보인다. 프랑스가 2009년 부르카를 금지하려고 했을 때, 오바마는 서방 국가들이 “자유주의의 가면”을 쓰고 “무슬림 여성들이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부르키니를 입은 여성들에 의해 진행된 #원하는_옷을_입으세요(WearWhatYouWant)라는 이름의 항의는 오바마의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뉴욕타임스]는 ‘비키니부터 부르키니까지, 여성 의상 규제에 관해서’라는 기사로 부르키니 금지가 여성 해방의 대척점에 있다는 기사를 냈다. 실제 부르키니를 만든 아헤다 자네티는 자신이 “여성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부르키니를) 만들었다”는 글을 [가디언]에 기고했다. 금지론자들은 부르키니를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관시키지만, 부르키니가 무슬림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만든 반면, 이슬람 극단주의는 그런 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이런 외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인 국참사원은 부르키니 금지를 파기했다. 하지만 내년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같은 정치인은 대학 캠퍼스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을 금지해야 한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은 프랑스, 좀 더 넓게는 유럽 내의 반-무슬림 정서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기사로 낸 유럽 내 무슬림 여성들의 목소리를 보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이 변했어요. 사람들은 더 이상 무슬림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같은 진술이 있다.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희망을 품자면, 인류의 역사는 부침은 있었을지언정, 폭력과 혐오를 줄여가는 방향으로 진보했다. 부디 이번 사건이 잠시간의 부침에 그치는 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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