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워즈], 돈도 사랑도 없다

2016.09.05
JTBC [솔로워즈]의 룰은 간단하다. MC 김구라의 말을 빌리면 “끝까지 살아남아서 커플이 되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다. 남녀 50명씩 모인 솔로 출연자들은 원하는 이와 커플이 되어서 살아남으면 최대 천만 원의 상금까지 탈 수 있다. 사랑도 얻고 돈도 얻을 수 있는 기회, JTBC 복 받으세요. 하지만 김구라는 이렇게도 말한다. “[솔로워즈]는 MBC [사랑의 스튜디오]가 아닙니다.” [사랑의 스튜디오]나, 그보다 좀 더 긴 기간 동안 합숙하며 커플이 되기 위한 동성 간 경쟁이 노골적으로 벌어졌던 SBS [짝]이 원론적으로는 출연자 모두 커플로 매칭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솔로워즈]는 매 라운드마다 출연자들을 경쟁시키고 거기서 패배한 이들을 대거 탈락시킨다. 매번 총 100명의 출연자가 나오고, 지금까지 3기에 걸쳐 진행됐지만 지금까지 최종 커플이 되어 상금을 탄 건 다섯 커플, 총 10명뿐이다. 산술적으로는 1/30, 3.3퍼센트의 확률. 심지어 3기에선 아예 최종 우승 커플이 나오지 못했다. 앞의 간단한 룰에서 커플이 되는 것보다 우선하는 건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솔로워즈]의 포맷은 말하자면 [사랑의 스튜디오]의 탈을 쓴 [서바이버]에 가깝다. 하지만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이 게임은 치열하지만 자유경쟁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연애시장이 아니며, 우승자 역시 동성 간 매력 경쟁에서 살아남은 최고의 인기 남녀가 아니다. [솔로워즈]의 경쟁은 조금 더 악랄하다. 첫 출연이라 아무도 게임의 진행 방향을 몰랐던 1기에서 참가자들은 적어도 4라운드까진 이성의 마음에 들어 살아남고, 또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이성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여기까진 자유경쟁 구도에 가깝다. 하지만 5라운드 ‘전화번호의 역습’에서 참가자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진짜 전화번호와 가짜 전화번호를 이성에게 나눠 주는 이 미션에서 살아남으려면 진짜 번호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 당연히 진짜 번호를 주는 이는 상대방에게 진짜 번호를 받으려 한다. 하지만 진짜 번호는 한정되어 있다. 번호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지만, 거짓말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성에게 호감을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의 호감을 역이용해야 이긴다. 1기 우승자이자 잘생긴 얼굴로 처음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채희봉은 진짜 번호를 다수 확보하며 살아남았지만, 그에게 진짜 번호를 주고 마음을 확인받았던 박소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채희봉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번호를 줄 당시 “왜 이제 오셨어요,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던 채희봉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웃기시네.”

사실 이 쇼는 정말 웃긴다. 마음 속 장벽을 조금만 허물면, 어색한 춤과 낮은 음정으로 ‘PICK ME’를 부르며 매력을 어필하는 참가자(1기)나, 연출자 같다는 말에 “연출자치고는 너무 잘생겼죠”라고 자신감을 보이는 참가자(2기)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며 쉬지 않고 실소할 수 있다. 캐릭터의 문제만은 아니다. 목적이 돈이든 연애든 방송을 타는 거든 3.3퍼센트의 확률을 뚫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 한다. 실제로 1기에 출연했던 한 참가자는 “방송을 통해 [솔로워즈]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경력을 추가하고 싶어서 출연했는데 1라운드부터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이 웃음을 통해 [솔로워즈]의 악랄함은 최종 완성된다. 이 게임은 단순히 돈이냐, 연애냐, 라는 딜레마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딜레마 안에서 뭐라도 해보려는 나름의 시도들은 대부분 무용하게 끝나며 결과적으로 우스꽝스러워진다. 중간에 탈락하고서 마음에 들던 파트너를 몇 시간째 기다렸던 2기 이주석은 정작 다른 이와 커플이 되어 우승한 파트너에게 “저 집에 가야 되는데”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고, 역대 참가자 중 가장 룰을 잘 이해하고 움직였지만 자신이 점찍은 파트너가 자진 하차하면서 상금을 놓친 정지우는 “그래도 난 똑똑해”라며 ‘정신승리’할 수밖에 없다. 의욕을 보일수록 실패는 부각되고 그마저도 안 하면 카메라에 스치지도 못한 수십 명 중 하나가 된다.

그래서 [솔로워즈]가 은유하는 세상은 승자독식의 시장주의 정글도, 사랑과 돈 둘 다 차지하라고 하지만 하나를 포기해야 다른 하나를 얻는 이율배반의 세계도 아니다. 그보다는 뭐든 얻어 가보라고 유혹하되 누구도 뭔가를 가져가기 어렵게 설계된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파칭코 기계에 가깝다. 일반 예능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100명이라는 숫자는, 말하자면 이 파칭코에서 천만 원을 뽑아내기 위해 투입되는 판돈이다. 아무리 잘 운영해 최후 커플이 다수 나와도 천만 원이라는 액수는 변하지 않고, 참가자들이 경쟁의 룰에 익숙해져 서로를 견제하다 오히려 우승자가 아무도 없었던 3기처럼 백만 원에서 지출이 끝날 수도 있다. 과거에도 예능에서의 일반인 출연자들은 유명세나 상금을 노리며 희화화를 감수했지만, [솔로워즈]에선 최소한의 기브 앤드 테이크도 잘 이행되지 않는다. MC 김구라가 스튜디오에도 잘 나오지 않는 이 예능은 그래서 1%가 채 안 되는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참가자 수급만 된다면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 참가자 각각의 욕망과 사연과 부끄러움을 판돈 삼아 웃음을 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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