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식증, 걸 그룹의 또다른 현실

2016.09.05
WM 엔터테인먼트(이하 WM)는 최근 걸 그룹 오마이걸의 멤버 진이의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그가 거식증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건강을 고려해 휴식을 취하도록 조치하며 멤버의 치료에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WM 측은 “멤버의 사생활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팬들에게 사실을 솔직하게 밝히고 양해를 구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디스코드의 소정 역시 최근 JTBC [걸스피릿]에 출연해 과거 거식증에 걸렸을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걸 그룹 멤버는 물론 회사에서도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꺼려했던 문제들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 걸 그룹의 특성상, 소속사에서 걸 그룹의 몸무게나 외모 등을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한 걸 그룹 소속사의 관계자 A씨는 “회사에서도 몸매나 외모 관리 등을 신경 쓰기는 한다. 외형적인 부분은 앨범이나 콘셉트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A씨는 “관리라는 부분에서 회사가 어느 정도 중간자 역할로서 조언이나 조절을 해줘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른 걸 그룹의 소속사 관계자 B씨는 “정신적인 관리 차원에서 상담 등으로 멘탈 케어 같은 것을 알아보기도 하고, 최대한 시간이 되면 그런 부분을 진행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하며 멤버들의 관리가 단지 체중 관리 같은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 그만큼 걸 그룹의 체중 문제는 단지 인기를 위한 자기 관리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걸 그룹 멤버뿐만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체중을 비롯한 외모 관리에 신경 쓴다. 그러나 걸 그룹은 활동 기간에는 거의 매일 공식적인 일정이 잡혀 있는 특성상 끊임없는 평가의 대상이 된다. 실시간으로 찍히는 사진들은 걸 그룹 멤버들을 평가하게 만들고, 평가 기준은 점점 더 가혹해진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은 영화 [허삼관]의 시사회에 참석했을 때 소위 ‘이중턱’으로 보이는 사진이 찍히면서 “몰라보게 살찐 얼굴”, “충격” 등의 타이틀로 기사가 올라왔고, 결국 그는 SNS를 통해 살이 찐 것이 아니라 다음 앨범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그는 Mnet [4가지쇼]에서 몸무게가 49kg이었다고 밝히며 “살이 빠지면 빠졌다고, 찌면 쪘다고” 댓글에 시달린다고 이야기했다. 기사 사진부터 방송 캡처까지 얼굴부터 배, 허벅지, 다리 굵기를 비롯한 신체의 모든 부분이 평가의 대상으로 오르고, 조금이라도 마르지 않은 모습은 곧바로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또한 충분히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어도 다른 팀과 비교해 더 말라 보이지 않는 것도 악성 댓글의 대상이 된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두 걸 그룹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과 함께, 한 팀의 다리 굵기가 다른 팀의 2배라는 식으로 직접적으로 비교하고, 마치 굴욕이라는 듯 거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A씨는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마른 것인데도 연예인이라면 당연히 말라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있는 것 같다. 기사 사진 같은 경우에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찍힐 수도 있는데도 댓글의 반응이 너무 심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지금, WM의 발표는 이토록 가혹해지는 잣대가 당사자인 걸 그룹뿐만 아니라 산업의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됐다. 일반적인 경우 소속 가수에게 체중을 뺄 것을 요구하는 기획사가 멤버의 거식증 사실을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고민하게 됐다. 물론 WM의 공식 입장만으로 소속사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지하고 해결하려 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실을 밝히면서 지금 걸 그룹의 현실을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 과연 대중이 연예인, 특히 여성 연예인의 몸에 반응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여야 할까.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왔다.



목록

SPECIAL

image 나는 실내인이다

MAGAZINE

  • imageVol.169
  • imageVol.168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