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③ [고스트버스터즈]의 멋진 네 여성들

2016.09.06
멜리사 맥카시와 크리스틴 위그, 케이트 맥키넌, 레슬리 존스. [고스트버스터즈]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이보다 더 멋질 수는 없을 네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

멜리사 맥카시, 물러나지 않는 코미디 천재
폴 페이그 감독은 멜리사 맥카시의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오디션을 종교적 경험에 빗댄다. 나는 그녀를 슈퍼스타로 만들 생각입니다. 코미디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감독의 다짐은 빈말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친 영화 [히트][스파이]는 자국에서 43만 달러와 65만 달러의 예산으로 1억 6천만 달러와 1억 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 멜리사 맥카시를 박스 오피스 흥행 보증 수표로 탈바꿈시켰다. 2016년 [포브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제니퍼 로렌스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여배우이다. 뒤늦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의지와 용기로 이루어낸 진화다. 멜리사 맥카시는 스크린으로 옮겨오기 전에도 무명 배우는 아니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평단과 대중 모두로부터 호평받았던 티비 쇼 [길모어 걸스]와 [마이크와 몰리]는 그에게 에미상과 함께 친근하고 호감 가는 이미지를 안겨주었다. 이 정도에 만족했다고 해도 누구도 그의 배우 인생이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었을 것. 그러나 멜리사 맥카시는 중년의 나이에 안정 대신 모험을 택했고, 누군가 재발견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뛰어들었다. 악의적인 조롱과 부당한 비난에도 친절하고 공정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맞서는 이 코미디 천재는 누가 뭐라고 하든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니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신념 하나로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빛나는 눈의 리더가 필요하다면, 당신은 누구를 부르겠는가? 이번 [고스트버스터즈]에서도 폴 페이그의 선택은 옳았다. 멜리사 맥카시는 애비 예이츠 박사를 맡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크리스틴 위그, 못하는 게 없는 배우
라이브 코미디 쇼 [Saturday Night Live](이하 [SNL])에서의 크리스틴 위그의 활약상을 모두 찾아보려면 주말 이틀 정도는 몽땅 빼놓을 각오를 하는 게 좋다. 7년의 활동 기간 동안 그는 수많은 캐릭터들을 만들어냈고, 동료들의 질투 섞인 찬사에 따르면,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로 그들은 모두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늘 극도로 신이 나 있는 어색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부터 각종 성대모사, 그리고 환멸에 빠진 신데렐라까지 못하는 게 없는 크리스틴 위그가 실제로는 매우 조용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믿기 힘들지만 인디 영화 [스켈레톤 트윈] 같은 작품을 보면 그가 짐 캐리나 스티브 카렐처럼 코미디에 뿌리를 두고 있되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것에도 익숙한 배우임을 알 수 있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대본을 직접 쓴 재능 있는 작가이기도 한 크리스틴 위그는 [고스트버스터즈]에서도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에린 길버트 박사를 맞춤 체크 정장처럼 빼어나게 소화해낸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남 앞에 나서는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는 그는 지금도 자기 자신보다는 캐릭터로 대중 앞에 설 때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고. 덕분에 우리는 크리스틴 위그의 가장 강력한 재능 중 하나인 비슷하다기보다는 뻔뻔해서 더 웃긴 성대모사를 여전히 쉽게 접할 수 있다. 라이브 쇼 코미디언 시절의 그가 궁금했지만 미국식 콩트가 취향이 아니라서 아쉬웠던 사람들은 크리스틴 위그가 종종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른 사람으로 천연덕스럽게 등장하는 지미 팰론과의 인터뷰를 놓치지 말자. 위그 이스 커밍.

케이트 맥키넌, 예측할 수 없는 초신성

[SNL]에서 저스틴 비버로 변신한 케이트 맥키넌을 보고 처음 사랑에 빠졌다면 한 발 늦었다. 온라인에는 LGBT 테마의 코미디 쇼 [더 빅 게이 스케치 쇼]의 멤버였던 케이트 맥키넌과 2007년부터 이미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증언이 넘쳐난다. 그들의 안목은 정확했다. [SNL]에 등장한 케이트 맥키넌은 준비된 스타였다. 자유분방하면서도 포인트를 정확하게 맞추는 그의 무시무시한 재능은 가뜩이나 웃음 많은 남자 라이언 고슬링을 완전히 무너뜨린 외계인 콩트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성대모사에도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우상인 엘렌 드제너러스부터 힐러리 클린턴까지 누구를 연기하든 격찬을 끌어낸 케이트 맥키넌은 곧 [SNL]의 간판스타로 떠올랐고, 2016년 마침내 질리언 홀츠먼이 찾아왔다. [고스트버스터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모두가 외치고 있는 이 괴짜 엔지니어는 대담하면서도 어딘가 신비롭다는 점에서 자신을 연기한 배우와 꼭 닮았다. 어떤 SNS도 사용하지 않는 케이트 맥키넌은 고등학생 때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한 이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던 성 정체성을 제외하고는 사생활도, 속마음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 [X 파일]의 스컬리 요원을 연기한 질리언 앤더슨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짧은 빨간 머리로 돌아오라고 조르는 옛 인터뷰 정도가 드문 예외. 사적인 질문에는 아들처럼 아끼는 고양이 얘기로 말을 돌리고, 미래에 대해 물어보면 그저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하는 이 의뭉스러운 초신성이 아직 보여주지 않은 패는 대체 몇 개일까. 도무지 예측이 안 되니 눈을 뗄 수가 없다.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레슬리 존스, [SNL]의 역사를 새로 쓴 스탠드업 코미디언
좀 가까이 오시죠. 안 보이니까. 레슬리 존스가 오디션 자리에서 [SNL]의 총제작자이자 코미디계의 대부로 불리는 론 마이클스에게 한 말이다. 수많은 코미디언들이 인생에서 가장 두려웠던 경험으로 꼽는 [SNL] 오디션이지만 흑인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그는 풋내기처럼 떨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론 마이클스는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과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라는 말과 함께 레슬리 존스를 작가로 채용했고 다음 시즌에는 배우로도 출연시켰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흑인 여성 출연진은 찾아보기 어려워 비판을 받아왔던 [SNL]의 역사가 새로 쓰이는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레슬리 존스에게 주어진 승리의 순간은 너무나 짧았다.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왕좌의 게임] 실시간 감상 트윗 등으로 팬들에게 늘 친근하게 다가섰던 그는 [고스트버스터즈] 리부트의 제작이 발표된 이후 줄곧 인종차별과 여성혐오가 뒤섞인 가장 끔찍한 형태의 온라인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씩씩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고스트버스터즈] 속 패티의 활약을 보면서 신이 나다가도 세상에 만연한 혐오 때문에 고통받고 있을 배우를 생각하면 입맛이 쓰다. 영화 속에서처럼 패티의 마법 따귀가 레슬리 존스의 인생에 끼어든 한심한 인간들도 물리쳐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픽션은 절대 현실을 못 이긴다더니, 원한에 찬 유령들보다도 인간들이 서로에게 하는 짓이 더 끔찍하다니 서글픈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재능을 발휘해 관객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레슬리 존스에게 감사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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