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② 1984년 VS 2016년, 무엇이 달라졌나

2016.09.06
최근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는 1984년의 동명 작품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32년후의 작품인 만큼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2016년의 [고스트버스터즈]는 주인공의 성별을 바꾸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와 논쟁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공개된 새로운 [고스트버스터즈]는 바뀐 것들을 통해 시대의 변화 속에서 달라진 사회상, 특히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1984년과 2016년, 32년 사이에도 매력적인 작품과 그 시간만큼 달라진 것들에 대해 정리했다.


주인공: 남성 VS 여성
1984년

박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여자에게 더 관심이 많은 듯한 피터 벤크먼(빌 머레이), 유령 퇴치 장비를 만드는 핵심 인력이었던 이곤 스펜글러(해롤드 래미스), 피터와 이곤을 옆에서 돕는 레이몬드 스탠츠(댄 애크로이드), 그리고 나중에 합류한 흑인 윈스톤 제드모어(어니 허드슨)는 모두 남성이다.

2016년
촉망받는 물리학 박사였다가 학교에서 쫓겨났고 잘생긴 남자에게 관심이 많은 에린 길버트(크리스틴 위그), 에린과 함께 [과거의 유령들]을 집필했던 애비 예이츠(멜리사 맥카시), 고스트버스터즈의 장비 제작을 담당하는 질리언 홀츠먼(케이트 맥키넌),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본 유령을 제보하다 팀의 일원으로 합류하는 패티 톨란(레슬리 존스).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흑인 캐릭터: 애매한 합류 VS 핵심 인력
1984년

사실 모든 캐릭터가 똑같이 주목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빌 머레이가 연기한 피터는 비중도 높고 특유의 능글맞은 캐릭터의 개성도 뚜렷했지만, 나머지 셋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일한 흑인이었던 윈스톤은 유령을 믿지는 않지만 월급을 주면 믿을 수 있다는 애매한 태도로 합류하고 그 이후에도 작품에서 크게 인상적인 순간을 가져가지 못했다. 더군다나 1989년에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 2]에서는 인종차별적인 농담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2016년
이번에도 백인 셋, 흑인 하나다. 그러나 단지 주인공 중 한 명이 흑인일 뿐만 아니라 확실한 개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보다 진일보했다. 수어드 지하철역에서 일하는 패티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어떤 건물에 가든 그곳의 역사를 읊을 정도로 뉴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의 능력은 유령 소탕 계획을 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고, 심지어 장의사인 삼촌의 영구차를 빌려 그들이 타고 다닐 차도 마련한다. 백인과 흑인에게 다른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거 인종차별이야?”라고 비꼬는 대사를 하기도 한다.

능력 없는 비서: 섹스 코미디의 대상 VS 전복적 쾌감
1984년

비서 제닌은 피터에게 “직장 한번 좋네요. 돈 받으려면 뭐라도 좀 쳐요”라는 말을 들으며 무시당하지만, 이곤과 유사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암시되는 캐릭터였다. 가벼운 섹스 코미디로 볼 수 있지만, 여성 조연 캐릭터가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쓰인 것은 분명하다. [고스트버스터즈 2]에 등장하는 비서 역시 ‘덜떨어진’ 캐릭터로 묘사되는 루이스(릭 모라니스)를 먼저 유혹하고 사랑의 결실까지 맺는 도구적인 역할에 머문다.

2016년
원작의 태만한 비서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케빈은 잘생기고 몸도 건장하지만, 기본적인 전화 업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만큼 무능력하다. 여성들이 목숨 바쳐 뉴욕을 구하는 동안 샌드위치나 사 먹고 있을 정도로 눈치도 없다. 성별을 바꾼 캐릭터를 심지어 톱스타인 [토르]의 크리스 햄스워스가 연기하는 데서 오는 전복적 쾌감은 이번 편의 인상적인 성취 중 하나다. 또한, 에린이 그에게 추파를 던질 때마다 옆에서 애비가 제동을 걸어줌으로써 ‘성희롱’에 대한 선을 지키려는 영화의 태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코스튬: 같은 옷 다른 느낌
1984년

편한 실험복을 입거나, 고스트버스터즈를 상징하는 코스튬을 입거나. 제보를 받으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작업을 하기에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는 복장들이다. [고스트버스터즈]의 팬덤은 할로윈 데이가 되면 그들과 똑같은 코스튬을 입고 파티를 즐기기도 할 정도로 이 작업복은 시리즈에서 상징적인 아이템이다.

2016년
체크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하이힐을 신어 “이런 구두를 신고 종일 걷는 기분이 어떠냐”는 말을 홀츠먼에게 듣던 에린은 점점 고스트버스터즈에 녹아들면서 옷차림까지 변한다. MIT 후드 집업에 청바지를 입고, 스톤브룩 극장에서 유령을 소탕할 때 처음 등장한 코스튬 역시 원작과 같은 스타일이었다. 그저 원작과 똑같은 옷을 입은 것뿐인데, 흔히 ‘여전사’에게 주어지던 신체 라인이 드러나는 노출 있는 옷과 달리 실용적이고 일을 하기 편하다는 색다른 인상을 줄 수 있었다.

과학자: 무시당하는 과학자 VS 유능한 과학자
1984년

피터와 이곤, 레이몬드는 “과학의 목적은 인류에 봉사하는 것인데 당신은 그것을 엉뚱한 데 사용하고 있는, 형편없는 과학자”라는 말을 들으며 학교에서 쫓겨난다. 심지어 연구를 위해 마련한 허름한 아지트도 형편이 마땅치 않아 집을 저당 잡아 겨우 구한 것이다.

2016년
원작의 내용을 반복하되, 과학자로서 에린, 에비, 홀츠먼의 능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강조한다. 에린은 콜롬비아 대학에서 일반 상대론과 양자역학의 결합을 논하는 촉망받는 인재였으나 종신 교수 임명을 앞두고 “유령 같은 허무맹랑한 것을 믿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학교에서 쫓겨난다. 애비 역시 그와 함께 [과거의 유령들]을 집필한 동반자이자 똑똑한 과학자이며, 홀츠먼은 소립자 물리학 전공자이자 고스트버스터즈의 모든 장비를 만들어내는 유능한 엔지니어다. 심지어 유령을 불러내는 악역 로완(닐 케이시) 역시 유령에 대해 과학적으로 공부한 ‘너드’로 묘사된다.

로맨스: 유령을 찾게 만드는 원동력 VS 여성들의 연대
1984년

피터, 그리고 고스트버스터즈에게 유령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의뢰하는 다나(시고니 위버)의 로맨스는 [고스트버스터즈]의 또 다른 중심 스토리였다. 정작 유령을 찾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피터가 다나에게 이른바 ‘작업’을 끈질기게 걸면서 시작된 로맨스는 다나가 유령에 빙의하면서 사건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고스트버스터즈 2]는 아예 다나가 피터의 무관심한 태도에 질려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기까지 낳은 상황에서 시작한다. 물론, 뉴욕을 지켜낸 피터를 다나는 다시 사랑하게 된다.

2016년
리부트에서 피터와 가장 닮은 인물은 아마 에린일 것이다. 면접을 보러 온 케빈의 외모에 마음을 뺏긴 그는 “여기 두고 눈요기 하고 싶다”며 계속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영화의 양념일 뿐, 원작에서처럼 에린과 케빈의 로맨스가 진지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조되는 것은 여성들의 연대다. 모든 사건이 끝난 후 홀츠먼이 “이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혼자였다”며 울컥한 목소리로 전하는 일종의 ‘건배사’는 정말 절절한 사랑 고백이었다.

후일담: 모두의 사랑을 받는 영웅 VS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영웅
1984년

모든 사건이 끝난 후 고스트버스터즈 군단에게 환호하는 수많은 군중들의 모습, 그리고 피터와 다나의 키스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너드들이 명성도 사랑도 얻었다는 완벽한 해피엔딩이자, 이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감정 이입하는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2016년
뉴스에서는 여전히 고스트버스터즈를 미심쩍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원하는 지원을 모두 해주겠다는 조건하에 진실을 함구하기로 뉴욕시와 합의한 주인공들 역시 배트맨의 심정을 이해하겠다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대신 그들은 유령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새 아지트를 얻었고, ‘GB’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건물의 불빛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읽는다. 이것은 32년간 이어졌던 시리즈에게 팬으로서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로도 보인다. 그리고 2016년의 [고스트버스터즈]는 원작의 정신을 계승하되 시대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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