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전현무, 김구라, 김성주만 봐야 하는 이유

2016.09.09
전현무와 김구라는 현재 8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김성주는 5개의 고정 방송 외에 최근 리우 올림픽 중계를 맡았고, 추석 특집 프로그램 MBC [아이돌 요리왕]의 단독 MC도 맡을 예정이다. 과장을 좀 보태면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 MC는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이 세 사람 안에서 돌고 돈다 해도 좋을 정도다. 지상파 예능국 PD A는 “쇼를 진행할 수 있는 MC를 구할 때 기본적으로 후보군이 그렇게 많지 않다. 많아봤자 12~13명인 MC가 모두 거절하면 특히 스튜디오 토크쇼는 아예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중에는 5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도맡을 정도로 부지런한 MC들이 있다. 절대적이라 알려진 후보 리스트의 MC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한 상황이 별다른 균열 없이 다년간 지속될 수 있는 이유다.

“예능 MC는 말을 잘하는 아나운서의 능력,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최근에는 작가로서의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 세 조건을 전부 충족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풀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A의 설명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 일반인 참여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진 추세를 반영한다. 짜인 대본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어가는 스타일이 각광받으면서, 기술적으로 말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왜 재미있는지 직접 발견하고 누군가가 한 행동 중 무엇을 포착해 건드려야 하는지 파악하는 작가적 능력은 타고나기도 해야 하지만 풍부한 경험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A급 MC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20대 시절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에 몸을 담으며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더욱 많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작진이 요구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왔고,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제작진은 그들에게 더욱 의존한다.

TV에서 익숙한 얼굴들만 보아야 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중년 남자 MC 외의 메인 MC를 보기 힘들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이들보다 젊고 댄디한 스타일을 갖춘 새 인물을 찾아 나서기에는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A는 과거 김혜수, 류시원이 젊은 MC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콩트와 만담 코미디가 각광받던 시기라 진행에 특화된 선배 MC들이 없었던” 것에서 찾는다. 반면 요즘 오락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 쇼의 경우 대부분 10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출연자들에게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상황을 끌고 나가는 역할까지 필요하다. 20여 년 전 데뷔해 경험치가 풍부한 중년 남자 MC들에게 유리한 환경인 것이다. 지상파 예능국 PD B처럼 “이른바 ‘개저씨’가 돼서라도 상대를 물어뜯는 스타일이 예능에서 캐릭터를 잡기에 용이하고, 그게 잘 먹히기 때문”에 여전히 중년 MC가 각광받는다는 시각도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예외로 들 만한 ‘젊고 예의 바른’ 캐릭터를 가진 이승기는 가수와 배우를 겸하고 있어 활동량에 한계가 있고, 현재 군대에 있다. 또한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진행 실력을 재조명받은 장근석은 SBS 라디오 [장근석의 영 스트리트]를 다년간 진행하며 청취자에게 공감하는 법을 터득했고,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독특한 케이스다. B는 “장근석 같은 케이스는 그냥 그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재’로도 불리는 중년 남자 MC 외의 캐릭터들을 점점 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MC 후보군에 의존하면서도 새로운 얼굴을 가장 기다리는 당사자는 제작진이기도 하다. 종편 예능국 PD C는 “최근 5년 사이 CJ E&M과 종편이 성장하면서 예능 콘텐츠는 훨씬 늘어났는데 출연하는 사람은 그대로다. 시청자들도 MC가 돌고 돈다고 생각하는 만큼 제2의 전현무, 김구라, 김성주를 찾는 것은 우리도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전과 다른 환경에서 검증된 MC 이외의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제작진의 고민이다. C는 “내가 영화감독이라도 황정민, 송강호, 하정우를 쓰면 안심이 될 것이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안정감 있는 MC를 쓰면 제작진이 할 일이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 점에서 최근 KBS [안녕하세요] 게스트 출연 당시 제작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최태준이 2주 만에 막내 MC로 합류한 사례는 새로운 얼굴에게 기회를 준 나름의 시도다. 또한 B가 제안한 “데프콘처럼 ‘네티즌과의 교감 능력’이 뛰어난 젊은 MC를 찾는” 방향도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젊고 개성 있는 연예인들이 출연할 수 있는 튼튼한 스튜디오 예능 쇼가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신인들이 경험을 쌓고 서브 MC를 거쳐 메인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보다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은 물론 중년 MC들만 계속 봐야만 하는 상황보다 긍정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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