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끊는 남자들│② 김자연 성우 교체 논란부터 [시사IN] 절독 운동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2016.09.19
한 게임 캐릭터 성우가 페미니즘 문구가 박힌 티셔츠를 구입했다는 이유로 유저들에게 하차 요구를 받았다. 티셔츠 구입이 곧 메갈리아임을 의미하고, 메갈리아는 진짜 페미니즘이 아닌 반사회적 단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 지난 두 달 동안, 메갈리아와 접점이 있다는 의심을 받은 많은 개인 혹은 집단들은 연이어 이 같은 보이콧을 당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세상에 존재하는 메갈리아의 범위를 빠른 속도로 확장시켰다. 김자연 성우 교체 논란부터 [시사IN] 절독 운동까지, 메갈리아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어떤 사례들.

1. 김자연 성우 교체 논란
사건 개요
: 메갈리아4에서 페이스북 코리아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소송 자금 마련을 위해 판매한 티셔츠를 SNS에 인증했다는 이유로 일부 유저들이 ‘메갈리아 인증’을 한 김자연 성우의 목소리를 [클로저스]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김자연 성우와 넥슨의 계약은 해지됐다.

페이스북의 메갈리아4 페이지 운영자가 “메갈리아 사이트와는 관련이 없다”고 적은 소개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메갈리아나 워마드보다 먼저 만들어진 메갈리아4는 이들과 같은 곳이 될 수 없다. 이들은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분파된 커뮤니티들 중 하나이며, 메갈리아4는 페미니즘 관련 기사 및 영상을 올리는 방식을 택한, 메갈리아 사이트의 ‘미러링’과는 다른 노선을 취한 곳이다. 소송 자금으로 쓰이고 남은 돈이 메갈리아의 범죄를 옹호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운영자의 반박이 나왔다. 때문에 메갈리아4가 메갈리아와 같은 집단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메르스갤러리와의 연관성 그리고 일부 소속원이 겹칠 것이라는 추정 외에 아무것도 없다.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라는 주장은 틀렸지만 [클로저스]의 티나 정식 출시 이틀을 앞둔 상황에서 계약 해지 조치는 환불 러시를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티셔츠 구입이 곧 메갈리아 홈페이지와 직결돼 있다는 주장이 완전히 틀렸음을 확인하는 데에는 이틀보다 훨씬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하다. 소비자들이 사측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성우가 입을 피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2. 웹툰 별점 테러 및 예스컷 운동
사건 개요
: 김자연 성우 사건에 반발한 일부 웹툰 작가들이 김자연 성우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자, 그들의 작품을 보이콧하며 이른바 ‘별점 테러’를 하고 더 나아가 웹툰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검열을 당해도 도와주지 않겠다는 ‘예스컷’ 캠페인이 등장했다.

넥슨 보이콧을 선언한 웹툰 작가들은 계약 부당 해지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메갈리아라는 공격을 당했다. 심지어 관련 글을 리트윗한 작가들도 ‘메갈리아 옹호’ 명단에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벌어진 별점 테러와 예스컷 운동은 김자연 성우 사건을 다른 차원의 문제로 확산시켰다. 네이버 웹툰 별점이 잠재적 독자들에게 남기는 인상이나 별점으로 랭킹이 작품 노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대응은 생업을 볼모 삼아 창작자의 작품 외적인 가치판단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좌지우지하려는 협박에 가깝다. 또한 웹툰 규제를 찬성하는 ‘예스컷’ 운동의 불씨는 “독자는 개돼지” 입장에 대한 대응이었는데, 정작 작가 중 누구도 언급한 바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는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라 낙인찍힌 메갈리아에 대한 반발심에서 확산됐다. 남성 집단 전체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거나 일부 남성의 범죄가 전체의 것처럼 인식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집단이 일부 창작자들의 문제를 근거로 그들이 몸담은 업계 전체를 규율해야 한다고 보는 발상은 그들이 말하는 ‘과격한 페미니즘’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위험하다는 점에서 자기 모순적이다.

3. 정의당 탈당
사건 개요
: 김자연 성우 교체 사건에 대해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놓자 일부 당원들은 당을 탈퇴하겠다며 반발했고, 정의당은 공식 입장이 아니었다는 해명과 함께 논평을 철회했다.

애초에 문예위의 글은 페미니즘 이슈에 관한 논평이 아니었다. 본문에는 페미니즘도, 메갈리아도 언급되지 않는다. 단지 개인의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제약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노동자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자연 성우가 사적인 공간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 그의 성우로서의 자격이나 역량을 보여주지 않고,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송인 김제동에 대한 외압과 사찰이 부당하다면 김자연 성우에 대한 넥슨의 조치 역시 부당하다는 논리도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정의당은 메갈리아로 낙인찍힌 사람의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메갈당’이 됐다. 논평에 반발하며 당을 탈당하는 것은 메갈리아4가 메갈리아와 같다는 잘못된 논리일 뿐만 아니라 당의 목표, 즉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표한다는 취지에도 역행한다.

4. [시사IN] 절독
사건 개요
: [시사IN] 467호에 게재된 “정의의 파수꾼들?” 기사에 메갈리아를 옹호한다며 반발한 일부 독자들이 정기 구독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은 “기사가 나가기 며칠 전부터 467호 표지가 인터넷 사이트에 돌면서 절독 전화가 걸려왔다. 3~6년 이상의 충성 독자들도 꽤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천관율 기자의 “정의의 파수꾼들?”은 온라인에서 불거진 메갈리아 논쟁을 둘러싼 남성들의 집단심성을 나무위키 문서 분석을 통해 추적한 기사였다. 기사의 어떤 부분에도 페미니즘 운동으로서 미러링이 합당하다는 대목은 없다. 워마드 내 혐오 발언에 대해서는 선도 그었다. 하지만 메갈리아 담론에서 드러나는 남성들의 감정을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추론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사IN]은 ‘메갈잡지’가 됐다. 이제는 메갈리아 관련 데이터를 해석만 해도 메갈리아가 될 수 있다. 또한 [시사IN]이 메갈리아를 옹호한다는 근거로 465호에 실린 기사 “‘원본’이 사라지면 ‘미러링’도 사라진다”가 언급되는데, 외부 필자가 기고한 이 글은 “메갈리아에 대한 적대가 성차별적인 온라인 문화와 여성혐오 현상을 개선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원본을 먼저 없애서 성차별적 문화를 해결해나가자는 요지의 글이었다. 굳이 이 글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원본을 없애도 미러링이 잔재할 것이며 성차별을 해소하는 데 그리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맞지만, 이 기사도 그냥 ‘메갈리아 기사’가 됐다. 지금 한국에서는 메갈리아, 혹은 메갈리아와 관련된 논란을 겪은 사람에 대해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메갈리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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