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오브 프리즘], 애니메이션에 ‘특이점’이 왔다

2016.09.21
관객이 “아~ 아이스크림”이라고 외치자 화면 속의 캐릭터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한 캐릭터가 “너는 싫어하는 음식이 뭐야?”라고 묻자 객석에서 너도나도 “호박!!!”, “가지” 등의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3.2.1. 이지 두 댄스!!!” 또한, 노래가 나오면 모두가 응원봉을 흔들면서 노래를 불렀다. 콘서트 현장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킹 오브 프리즘]을 상영하는 영화관의 풍경이다. 영화 제목에 [응원상영]이라고 달린 이유다. 이 독특한 문화를 가진 애니메이션은 지난 달 11일에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 당시 예매율이 1% 미만이었지만 2주 차를 넘기면서 예매율 2위로 올라섰고, 누적 관객수는 5만(9/18일 기준)을 넘겼다.

[킹 오브 프리즘]은 일본에서 제작된 7세~12세 여아 타깃의 애니메이션 [프리즘 스톤] 시리즈의 스핀 오프다. 국내에서는 [꿈의 보석 프리즘 스톤]과 [꿈의 라이브 프리즘 스톤]으로 SBS 및 여러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방영한 이 시리즈는 중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프리즘쇼를 하는 아이돌이 되기 위한 경쟁, 우정, 사랑을 다룬다. 작품에 따르면 프리즘 쇼란 “피겨스케이팅, 댄스, 프리즘 점프를 합친 종합 엔터테인먼트”.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김연아의 갈라쇼를 떠올리면 쉽다. 노래, 밴드 음악, 춤이 합쳐진 상태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하는데 여기에 마법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어 변신도 하고, 주위로 무지개가 뜨는 등 신비로운 무대도 펼쳐진다. 아이돌과 피겨스케이팅에 마법까지 섞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프리즘 스톤]과 달리 [킹 오브 프리즘]의 캐릭터들 대부분은 남성이다. 이들은 [꿈의 라이브 프리즘]에서 등장한 남성 캐릭터들로, 최근 여아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르게 남자 캐릭터들과 여자 캐릭터들의 연애를 적극적으로 묘사했으며 주인공은 아니지만 갈등의 큰 축을 담당하며 인기를 얻었다.

조연 캐릭터들이 새로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와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것은 [프리즘 스톤]의 세계관 덕분이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피겨스케이팅이 합쳐진 게임이 그 시작이었던 [프리즘 스톤]은 E-마트나 롯데마트에 아케이드 리듬게임기로도 출시돼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게임과 연관성을 주기 위해 아이돌 캐릭터들이 마치 올림픽처럼 대전에 출전, 프리즘 킹과 프리즘 퀸을 뽑는다. [킹 오브 프리즘]에서 ‘Ez Do Dance’라는 노래로 캐릭터들이 춤 대결을 펼치고, 팔찌를 통해 파워를 측정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대결을 해야하다 보니 시리즈마다 캐릭터와 주인공도 다르고, 그들이 소속돼 있는 기획사도 에델로즈, 디어 크라운 등 다양하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대결(게임)을 통해 ‘프리즘 퀸, 킹’이 되어 최고의 아이돌에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캐릭터는 누구든 춤과 노래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고, 그러니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현실의 아이돌 같은 콘서트를 열 수도 있다.

“2년 동안 애니메이션과 게임기에 대해 홍보를 꾸준히 하면서 의외로 성인 팬들이 생겼다. 사실 애니메이션 방영 중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배급을 맡은 동우에이앤이 김보람 콘텐츠 담당자에 따르면 [프리즘 스톤]의 팬이 처음에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원작 팬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킹 오브 프리즘]의 캐릭터들이 성인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킹 오브 프리즘]은 이 팬들을 직접적으로 공략한다. “모두에게 처음으로 프리즘 쇼를 봤을 때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전 여러분 거예요”처럼 콘서트에서 아이돌이 팬들에게 하는 것 같은 대사를 끊임없이 말하고, 여성 관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키스, 윙크를 보내거나 복근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영화라기보다 남자 아이돌의 콘서트에 가깝고, 그래서 60분의 러닝타임 동안 완결된 서사를 보여주기보다 캐릭터 소개와 노래,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꿈의 라이브 프리즘 스톤]이 피겨스케이팅의 논쟁 중 하나였던 예술이냐 기술이냐를 모티브로 한 갈등을 핵심으로 한 것과 달리, [킹 오브 프리즘]은 이 갈등을 중심에 두지만 남성 캐릭터들의 관계성과 신규 캐릭터의 아이돌로서의 변화 과정에 중점을 맞춰 마치 콘서트를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됐다. 소비자의 반응만 있다면 수많은 캐릭터들이 전혀 다른 장르와 분위기로 끝없이 가지를 뻗어가며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팬들은 극장에 가서 노래와 함께 나오는 “춤추자 (전력으로)” 같은 자막에 맞춰 호응한다. 소비자의 결정에 따라 주인공도, 작품의 성격도 바뀐다. 그리고 팬들은 그들끼리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현실만큼이나 더 팬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애니메이션 속 아이돌의 등장. 아이돌 산업과 애니메이션 산업 양점에 이른바 ‘특이점’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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