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김소희 셰프가 추천하는, 요리에 영감을 주는 영화

2016.09.22
채널CGV는 매달 한 명의 큐레이터를 선정해 그가 추천하는 영화를 매주 수요일 밤 10시에 방송해준다. 아래는 10월의 큐레이터 김소희 셰프가 소개하는 요리에 영감을 주는 네 편의 영화들이다.

상상력 한 스푼, 최고의 조미료
[인셉션]10/5(수) PM 10:00 채널CGV


레시피를 재현하는 데 그친다면 셰프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자신만의 조리법과 새로운 재료, 그리고 창의력이 더해져야 완성되는 하이엔드 퀴진에서 상상력은 셰프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이다. 가루 형태의 아이스크림, 연기로 먹는 고기 요리나 곤충을 이용한 상상을 초월하는 프레젠테이션이 바로 그 증거다. 김소희 셰프가 상상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고른 것도 놀랍지 않은 일. 감독이 16살에 떠올린 공상에서 출발한 영화는 상상력의 토대에 있되 우리가 발붙인 현실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큰 소리에 놀라는 꿈에서 벌떡 깬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사소한 경험들까지 치밀하게 작동 원리로 삼아 쌓아올린 [인셉션]의 세계는 공고하다. 그가 세운 룰이 영화를 완벽하게 지배하기에 보는 이는 점점 등장인물들에게 동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감독은 마지막까지 관객을 자신만의 규칙으로 꽉 옭아매고 결국 항복 선언을 받아낸다.

소고기의 맛

[매트릭스]10/12(수) PM 10:00 채널CGV


1999년 개봉 당시 영화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액션 신과 특수 효과 등 무엇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던 [매트릭스]. 여기에 감독들은 영화 곳곳에 다양한 상징들을 배치해두었다. 가상 세계에 대한 선언이기도 한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한다는 시뮬라시옹 이론과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네오(키아누 리브스) 등 종교적 언어유희에 가까운 주인공 이름 등 볼수록 새로운 의미들이 튀어나오는 [매트릭스]는 21세기에 등장한 최고의 텍스트 중 하나라 할 만하다. 더욱이 영화는 맛있는 요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설파하는데, 동료들을 배신하게 되는 사이퍼(조 판토리아노)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짜를 떠나 진짜로 살고자 하는 그의 굳건한 신념이 꺾이는 데 생명의 위협과 짝사랑의 좌절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매일 먹는 콧물 같은 죽 또한 한몫했다. 사이퍼가 가상현실인 매트릭스 안에서스미스 요원(휴고 위빙)과 만나는 곳도 최고급 레스토랑이다. 그는 육즙이 넘쳐흐르는 스테이크를 씹으며 황홀해한다. 매트릭스가 만들어낸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눈을 감고 음미하게 되는 소고기의 맛이란 그렇게 강력한 것이다. 모피어스가 미식에 대한 욕망을 잠재울 수 있는 식사만 제공했어도 사이퍼의 배신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프랑스 집밥의 위력

[라따뚜이]10/19(수) PM 10:00 채널CGV


‘음식을 가볍게 섞다, 휘젓다’라는 프로방스 지방의 방언에서 비롯된 라따뚜이는 그 어원에서 보듯 큰 냄비에 각종 채소를 넣고 대충 휘저어 만드는 스튜다. 천부적인 미각을 지닌 생쥐 레미와 요리 못하는 요리사 링귀니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 또한 최고급 요리가 아닌 라따뚜이. 프랑스 가정에서 가장 만만하게 만드는 야채 요리는 온갖 산해진미를 경험한 음식평론가 안톤 이고마저 감동시켰다. 진귀한 허브나 까다로운 스위트 브레드(어린 소의 흉선) 같은 재료가 아니어도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맛을 재현해낸 레미의 손맛이 안톤 이고의 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어루만진 것이다. 고맙게도 이 소박한 요리는 만들기도 쉽다. 토마토나 가지, 양파 등맛도 좋고 값싼 채소들을 잔뜩 활용할 수 있는 기회. 된장찌개 끓이고 늘 남는 호박, 어떻게 먹어도 다 쓰기도 전에 물러버리는 가지처럼 애매하게 냉장고를 차지하는 자투리 채소들을 단번에 정리할 수 있다.

요리가 구원이 될 때

[줄리 & 줄리아]10/26(수) PM 10:00 채널CGV


요리는 때로는 구원이 될 수도 있다. 매일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이들과의 통화로 시들어가던 줄리(에이미 아담스)는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면서 다시 작가를 꿈꿀 수 있었다. 줄리아 차일드 역시 요리가 없었다면 불임의 고통과 매카시즘의 광풍을 뚫고 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고향에서 한참 떨어진 낯선 프랑스에서 미국 출신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제대로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그의 진심마저 무시하는 곳에서 줄리아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요리 역사에 길이 남은 요리책을 만들어냈다. 영화는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무라도 썰게 만드는 레시피로 가득하다. 올리브 오일을 잔뜩 머금은 부르스게타(빵 위에 채소 등을 얹은 이태리 요리)나 베어 문 즉시 신음을 유발하는 초콜릿 케이크까지 군침 도는 음식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건뵈프 부르기뇽(프랑스식 소고기찜).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여내야 하는 뵈프 부르기뇽은 질 좋은 소고기와 와인, 그리고 정확한 타이머만 있다면 실패할 걱정이 없으므로 요리 초보도 시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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