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렌트 VS 랩노쉬 VS 밀스, 대체식으로 삼시세끼

2016.09.23
나물을 다듬고 데치고 무치고, 고기를 양념에 재워 굽고, 재료를 다지고 빚어서 부치고. 명절을 맞아 한 끼 식사를 위해 평소보다 훨씬 고된 노동을 견디고 나면 음식을 차리고 치우는 과정 자체가 지긋지긋해진다. 또한,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은 없는데 어떻게든 몸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면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간절해진다. 2013년 미국에서 개발된 소일렌트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한국에서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랩노쉬와 밀스 등 물에 타 마시는 파우더형 대체식은 ‘미래형 식사’라 불리며 하나의 가능성으로 떠올랐다. 각각의 제품으로 하루 세 끼를 해결하며 맛과 가격, 포만감이 지속되는 시간 등을 비교해 보았다. 내년 설 차례 상에 찾아오실 조상님께도 이 한 병이면 충분할 것이다.
 

든든하긴 든든한, 소일렌트

해리 해리슨의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소일렌트 그린](1973)에서 2022년의 인류는 신선한 고기나 채소를 구경조차 하지 못한 채 가공식으로 연명한다. 소일렌트는 그 가공식을 생산하는 거대기업의 이름에서 따 온 것으로, 해양 플랑크톤으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소일렌트 그린’의 원재료가 알고 보니 인육이었던 것과는 물론 다르게, 주재료는 분리대두단백질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할 수 있지만 해외배송대행업체를 통해야 하고 약 4만 3천 원의 배송비(드링크 12병, 바 12개 기준)가 발생했으며 열흘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파우더 재고가 없어 주문한 드링크는 걸쭉한 유백색 액체로 맛은 두유와 흡사하다. 신라면 하나(505kcal)의 80%에 가까운 열량을 섭취할 수 있어 한 병을 마신 뒤 약 6시간가량 지나서야 공복감이 느껴질 정도로 식사를 대신하기에 편리하지만 두 끼를 연달아 마시다보니 다소 느끼하고 씹는 맛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저녁 식사로 도전한 소일렌트 바는 “우유에 바닐라 향료를 넣고 젤라틴으로 굳힌 묘비같이 생긴 물건”이라는 [키다리 아저씨]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곡물가루에 과일향을 넣고 캐러멜로 굳힌 황토색 묘비같이 생긴 물건이다. 달착지근하고 약간 끈적거리며, 이런 맛을 느끼기 위해 굳이 씹어 삼키고 싶지는 않은 제품으로 하나를 다 먹고 나면 식욕이 뚝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아침식사로 무난한, 밀스
미숫가루와 흡사한 맛이다. ‘자연한끼 블랙’ 같은, 시중에서 흔히 판매하는 선식 제품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할 수 있으며, 프레시모닝과 라이트는 올리브영에서도 판매 중이다. 분리대두단백질, 보리, 현미, 아몬드 등이 혼합된 가루가 든 용기의 표시선까지 물을 따른 뒤 거꾸로 뒤집어 흔들어 잘 섞어 마시면 된다. 마시는 시간은 넉넉잡아 1분, 비교적 달지 않고 적당히 고소한 맛이라 입맛 없는 이른 아침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어 요동치는 위장을 금세 진정시킬 수 있다. 단, 가장 칼로리가 낮은 프레시모닝은 포만감이 2시간 30분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고, 라이트 역시 마신지 3시간 정도 지나면 공복감이 심해져 이성이 흐려지고 당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며 고기와 탄수화물을 갈구하게 된다. 이 때 내용물의 양도, 열량도 두 배인 오리지널을 섭취할 경우 잘게 부순 견과류 건더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잘근잘근 아껴 씹으며 범사에 감사할 수 있다. 또한, 물 대신 우유를 타서 마시면 열량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달달하게 이것저것, 랩노쉬
비교적 단조로운 맛의 소일렌트와 밀스에 비해 다양한 맛을 돌아가며, 혹은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랩노쉬의 장점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타터 키트를 주문하면 세 가지 맛에 모두 도전할 수 있으며 9월 21일부터는 우바 밀크티와 자색 고구마 맛도 판매 시작된다. 유청단백질, 현미, 통밀, 검정콩 분말 등을 베이스로 제품마다 다른 맛과 향이 추가된다. 그래놀라 요거트는 묽고 달착지근한 유산균 음료 맛으로 그래놀라와 건 크랜베리 조각 등이 들어 있다. 요거트 특유의 맛과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호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그린 씨리얼은 밀스 프레쉬모닝과 비슷하게 녹차가 들어간 미숫가루 맛이지만 좀 더 달고 현미 후레이크가 들어 있다. 쇼콜라는 마일로나 네스퀵처럼 상당히 단 코코아 맛으로 우유를 타 마시면 진한 맛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평균 4~5시간 정도 포만감이 유지되니 세 가지 맛을 돌아가며 마시다 보면 세 병으로 하루 세 끼가 충분…할 리 없지 않나. 성인 1일 칼로리 섭취 권장량은 2,000kcal 이상이고 사람은 영양소로만 사는 게 아니므로 억눌렸던 욕망이 폭발하면서 밤 12시에 라면 끓이고 치킨 시키고 아이스크림 통째로 퍼먹게 된다. 대체식은 역시 ‘어쩌다 한 끼’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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