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이 ‘꽃다발 드라마’도 되지 못하는 이유

2016.09.20
“황자들이 파도타기를 할 것이다.”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의 제작발표회 때 김규태 감독이 했던 말은 이 드라마의 남자 출연진들이 번갈아가며 인기몰이를 하길 바라는 제작진의 기대이자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실제로 [달의 연인]은 제작 단계부터 드라마를 “취향저격 꽃황자 군단”이라 설명하며 영화 [왕의 남자]로 ‘예쁜 남자’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준기를 필두로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 백현, 지수, 윤선우 등 외모가 돋보이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그러나 파도타기는 없었다. 지난 13일 [달의 연인]의 시청률은 5.8%(AGB 닐슨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달의 연인]의 황자들은 황궁 다미원에서 목욕을 하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상의 탈의는 드라마 속 남자 캐릭터를 멋지게 묘사하는 오래된 방식이고, [달의 연인]은 그 숫자를 대폭 늘린 것이다. 그러나 몸만 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달의 연인] 황자들의 신체 조건은 취향의 스펙트럼은 늘리지 못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분산되게 한다. 황자들은 각자의 성격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의 탈의처럼 멋진 남자 주인공이 할 법한 일련의 모습들을 나누어 연기한다. ‘개늑대’처럼 살아왔다는 4황자 왕소(이준기)의 액션은 다정다감한 성격이라 설정된 8황자 왕욱(강하늘) 또한 보여주는 것이며, 왕욱은 예술에 조예가 깊은 13황자 백아(남주혁)처럼 시도 쓴다. 성공작이었던 KBS [성균관 스캔들]이 여색을 밝히는 용하(송중기), 반듯한 선준(박유천), 야생적이고 반항기 있는 재신(유아인)의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준 것과 다른 양상이다. 닮은꼴이라는 기사가 자주 나올 정도로 이미지상 교차점이 있는 남주혁과 지수를 나란히 캐스팅하는 식의 라인업 구성 역시 시청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겨냥할 만큼 정교하지 못하다. [달의 연인]에서 상대적으로 호평받고 있는 강하늘이 각진 턱을 가진 고전적인 얼굴, 이른바 가장 다른 ‘그림체’에 속한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놓치고 만 지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달의 연인]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의 얼굴 클로즈업은 이 작품이 ‘꽃황자 군단’을 보여주는 방식을 오해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이마가 반쯤 잘려 나갈 정도로 타이트한 구도가 미학적으로 아름다운가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절대적으로 표정에 기대며 감정을 보여주는 연출은 아직 연기가 미숙한 신인 연기자들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잘생긴 배우들이라고 해서 단지 잦은 클로즈업만이 그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아니고, 배우의 외모가 가진 매력과 연기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한 여성과 여러 미남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 류의 판타지는 뻔한 클리셰에 의존하며 창의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지만 그럼에도 일정 이상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쉽게 보였던 신데렐라 스토리는 단순히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외모는 부각하되 연기적 단점은 숨기는 테크닉도 요구된다. [달의 연인]은 이 계산을 지나쳤다.

[달의 연인]의 제작비는 총 150억이다. 1, 2회는 연속방송 됐고, 첫 방송 전날 출연자들은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에 출연했으며, 방송 이틀 전에는 1시간 분량의 스페셜을 방송했다. 꽃미남들의 머릿수를 내세우는 것으로 이른바 ‘꽃다발’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양’에 대한 가치 부여는 [달의 연인] 홍보와 편성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이미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22인의 미소년을 내세우고도 평균 시청률 5.2%(AGB 닐슨 전국 기준)로 실패한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달의 연인]은 꽃미남 판타지의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이 욕망을 충족하는 데 별 상관이 없다는 것만 증명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달의 연인]과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이 미남의 숫자를 강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자, 권력가의 자제, 호위무사 등 다양한 지위를 토대로 ‘신데렐라와 기사들’ 구도를 완성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구르미 그린 달빛]은 주인공의 나이인 10대에 어울리는 푸른 숲, 빛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배우들의 풋풋한 외모가 빛나게 한다. 꽃미남 군단의 시너지 효과는 단지 양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조합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서 성립된다. 분명 [달의 연인]의 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꽃황자 군단’이 보여주는 매력의 총합은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 백현, 지수, 윤선우 각자의 매력보다 오히려 적은 듯하다. 꽃은 어떤 꽃이라도 아름답지만, 그것을 단순히 모은다고 해서 항상 화려한 꽃다발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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