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스노든과 [워싱턴 포스트]의 유체이탈 화법

2016.09.26
조셉 고든 레빗이 주연을 맡고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영화 [스노든]이 9월 16일 미국에서 개봉했다. 영화가 나름 잘 만들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개봉 덕분에 3년 전 NSA의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사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 망명해 있는 스노든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자신을 사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스노든의 사면을 원하는 건 스노든 자신만이 아니다. 국제앰네스티, 미국시민자유연맹이 스노든을 사면하라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스노든에게 NSA의 자료를 넘겨받아 이를 보도하고 퓰리처상을 받은 [가디언]과 NSA의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에 대해 보도한 글렌 그린월드가 만든 [더 인터셉트], 그리고 [뉴욕 타임즈] 또한 스노든을 사면하라는 데 목소리를 보탰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워싱턴 포스트]다.

[워싱턴 포스트]가 스노든의 사면을 반대할 거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워싱턴 포스트]가 스노든의 내부 고발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퓰리처상을 받은 매체 중 하나기 때문이다. NSA 보도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도 할 수 있는 [워싱턴 포스트]가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사면은 안 됩니다”라는 사설을 낼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에게 스노든은 단순한 한 명의 내부 고발자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취재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스노든의 사면이 정당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워싱턴 포스트]는 이 사설로 취재원 보호라는 언론의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를 저버렸다.

물론, 사설을 쓰는 곳은 뉴스룸과는 구분되는 다른 곳이다. 하지만 그 부분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 사설은 유체이탈에 가까운 화법을 구사한다. [더 인터셉트]의 글렌 그린월드는 이 점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은, PRISM 프로그램은 합법적인 것이었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공개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글렌 그린월드는 PRISM 프로그램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한 것은 스노든이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였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스노든은 데이터를 빼 오기만 했을 뿐, 어떤 정보가 공개되고 어떤 정보가 공개되지 말아야 하는지는 언론에 맡겼다. 스스로 어떤 것을 공개하는 게 공익에 부합하는 일인지 판단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정말로 PRISM 프로그램의 공개가 공익성이 없는 일이었다면, 스노든보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사설이 올라오고 며칠 후, [워싱턴 포스트]의 미디어 칼럼니스트 마가렛 설리번은 스노든이 취재원으로서나 애국자로서나 대통령의 사면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글을 썼다. 그녀는 언론의 시선으로 볼 때, 스노든이 대단히 중요한 취재원이며, “정보를 기자들에게 전하겠다는 그의 결정이 없었다면, 9/11 이후의 세상에서 대규모 감시에 대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알기란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에드워드 스노든은 이 나라를 위해 대단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합시다”라는 기사에서 그의 사면을 지지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중에는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전 NSA 국장인 마이클 헤이든,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같은 사람들이 있다. 영화 때문에라도 스노든의 사면 청원은 어쨌든 일어날 일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이 한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면, 이를 한층 더 주목받는 문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노든이 사면을 받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사면을 받는다면 [워싱턴 포스트]에 고마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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