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BJ가 말하는 것

2016.09.26

아프리카 TV의 BJ들은 방송에서 썸 탔던 이야기, 트렌스젠더가 된 이야기, 얼평(얼굴평가), 군대, 클럽 다녀온 이야기 등 각종 ‘썰(이야기)’을 푼다. 그리고 이런 썰도 있다. “탈북썰.” 아프리카 TV의 BJ 손봄향, 이평, 하욘, 영지꾸는 스스로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이었던 정체성을 드러내며 방송을 한다. ‘탈북녀 손봄향 탈북스토리’는 유튜브 조회수 260만, ‘[BJ이평] 탈북과정 썰!’은 조회수 140만이 나올 만큼 상당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10~30대인 이들 중 BJ 손봄향은 밝은 회색으로 염색을 했고, BJ 이평은 눈썹 피어싱과 문신을 했다. 억양에서는 사투리가 남아 있긴 하지만 서울말(표준어)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이 때문에 그들은 거짓으로 꾸밀 수 없을 만큼 자세한 이야기를 해도 종종 “정말 탈북자 맞냐?”는 악플이 달린다. 지상파 뉴스나 종편 방송에서 자주 접하는 북한 사람들의 이미지와 다르다 보니 그들이 탈북민이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를테면 북한 여성과 남한 남성들이 가족처럼 생활하는 채널A [잘 살아보세]에서는 북한 출신 여성이 뷔페에 가면 자신이 먹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을 가져오며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스테레오 타입을 강화한다. 미디어에서 북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가난하고 어려운 모습으로 묘사되는 상황에서, 피어싱을 하고 “탈북썰”을 푸는 젊은 BJ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와 남북하나재단이 ‘남북 주민 통합 실태’에 관해 조사한 결과, 남한/북한 출신 주민과 자신이 비슷하냐는 물음에 북한 출신 주민의 ‘그렇다(매우 그렇다 포함)’는 대답이 73.3%였다. 그러나 남한 주민은 47.3%였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은 양쪽 모두 60%가 넘었다. 북한 출신의 BJ들이 아프리카 TV 방송을 시작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BJ 이평은 “정치적 문제 말고 어렸을 때 뭘 하고 노는지, 어떤 애니메이션(아동영화)을 보고 자랐는지 이런 사소한 문화를 자세하게 알려주려고” 인터넷 방송을 택했고, “막연하게 북한 사람들은 무섭다고 생각하며 말을 걸기도 두려워해서, 방송을 통해 편견을 없애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북한 어린이들도 그냥 동네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논다거나,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말은 평양말로, 북한에도 다양한 지방 방언이 있다는 것 등 북한에 관한 소소한 사실들을 말한다. 그리고 탈북 후 남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들은 이제 치킨, 피자를 좋아하며 노래방, PC방 등 밤에 놀 수 있는 게 많아서 좋다고 말하는 평범한 20대가 됐다.

“탈북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숨겨야 할 것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하나의 무기인데 탈북자라는 걸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 BJ 손봄향은 “탈북녀라는 타이틀로 인기를 얻으려고 하지 마라, 거슬린다”는 악플에 반박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말했다.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며 북한과 탈북민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꾸려 노력한다. 그러나 “혹시 주변에 BJ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나”는 물음에, BJ 이평은 “친구들은 용기 있고 멋있다고 응원을 해주긴 하지만, BJ를 원했던 사람은 최근에 방송을 시작한 BJ 하욘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면 북한의 가족들이 위험해질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들은 북한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탈북BJ’ 같은 타이틀을 걸고 방송하지만, 그들 역시 확인할 수 없는 두려움과 싸우고 있다. 현재 북한 출신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3만 명이 넘었고, 그중에는 이 BJ들처럼 어린 시절 한국에 들어온 2세대 탈북민들이 존재한다. 편견과 두려움을 뛰어넘은 몇몇을 통해, 늘 다른 존재로만 여겨졌던 북한 사람들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온다. 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 정말 인터넷은 탈북민에게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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