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가이드│① 혼자 세끼 합시다

2016.09.27
tvN [혼술남녀]에는 두 가지의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것)이 존재한다. 가격이 비싼 맛집에서 클래식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혼술, 그리고 집에서 울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혼술. 전자는 스타 강사로서 높은 계약료를 받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고퀄리티 쓰레기’ 진전석(하석진)이고, 후자는 어떻게든 노량진 학원계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신입 강사로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엄마밥’을 먹지 못하는 박하나(박하선)다. 이기적이거나 처량하거나. 이것은 지금 [혼술남녀]뿐만 아니라 미디어가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 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모습이기도 하다.

혼밥, 혼술, 혼영(혼자 영화를 보는 것) 등은 최근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하나의 시장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리브TV [8시에 만나]에서는 밤 8시에 출연자들이 각자 혼밥 하는 상황을 중계하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는 혼밥 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혼밥티’를 제작하는 프로젝트가 1, 2차를 합쳐 약 6천만 원을 모았다. 그러나 [8시에 만나]는 MC 탁재훈과 정진운이 화상 채팅을 통해 혼자지만 같이 밥 먹는 기분을 느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첫 회 출연자 류현경은 “소셜 다이닝에 참여한 것 같다”고도 했다. 혼밥보다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며 하는 식사가 즐겁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혼밥티 프로젝트 역시 “누구나 뷔페와 고깃집에 가서 1인분을 시킬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막상 옷에는 “혼자 밥 먹는 찐따입니다. 수치스러우니 제발 쳐다보지 말아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또한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며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진을 게재했다. 혼밥 하는 사람을 열등한 존재로 그리는 셈이다. [8시에 만나]와 혼밥티 프로젝트는 모두 혼밥을 긍정하고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지만, 결과적으로 혼밥을 부정적인 것, 호모소셜(homosocial)에 들어가지 못한 존재처럼 그린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7%인 520만 가구로, 역대 최대일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많은 주거 방식이기도 하다. 게다가 30대의 18.3%를 비롯해 20대 17%, 40대 16.3%, 50대 16.9%, 60대 12.8%, 70세 이상 17.5% 등 1인 가구는 전 세대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35년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4.3%까지 올라간다. 이미 가구의 1/3이 하루에 몇 끼든 혼밥을 하고 있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혼자 먹는 나 자신을 처량해하며 부둥부둥하거나 혼자서도 잘 먹는 이기적인 나에 대해서 감탄하기엔, 이미 한국인들은 혼자 수없이 많은 밥을 먹는다. 오히려 미디어와 사람들의 인식이 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혼술남녀]처럼 혼자 우아하게 밥 먹는 것을 이른바 ‘차가운 도시남자’만이 할 수 있는 일처럼 별난 행위로 몰기도 하고, 혼맥(혼자 맥주를 마시는 것)을 다루는 광고는 아예 혼자 마시지 말라고 권한다. 여기에는 혼밥을 가능하다면 하지 말아야 할 것, 더 나아가서는 언젠가는 결혼 등을 통해 벗어나야 할 무엇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구성원의 숫자가 작아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혼자 먹기, 혼자 살기는 언젠가 끝내야 할 과도기적인 상태처럼만 여겨진다.

식당에서 혼밥을 하고 싶다면, 가서 돈을 내고 먹으면 된다. 식당에서 밥 먹기가 어렵다면 각종 반조리 식품들이 다양한 가격대별로 있는 마트에서 구입하면 된다. 조금씩 배워서 요리를 하는 방법도 있다. 배달형 도시락이나 반찬 배달 서비스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기업과 사회, 국가에 혼밥 하기 쉬운 환경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일본의 사상가 후쿠다 가즈야는 [나홀로 미식수업]에서 자기 취향은 감춘 채 혼자 있기 싫어서, 혹은 두려워서 무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안쓰럽다며 “먹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삶에 대한 자세를 알 수 있고, 삶에서 무엇을 얻으려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어차피 혼자 살며 먹어야 한다면, 식사에서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과 도움을 호출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미학과 스타일”을 가지는 편이 낫다. 민우회 주최로 열린 ‘1들의 파티, 100명의 1인 가구 여성을 만나다’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한 참가자는 “자취를 시작할 때는 주거 환경만 좋으면 될 줄 알았는데, 독립은 정서적 독립이 가능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도 했다. 여기서 정서적 독립이란 홀로 전등을 갈고, 청소를 하며, 요리를 하는 등 스스로를 챙길 수 있는 넓은 의미를 내포한다. 이것이 어려운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유치원 때 이미 배우지 않았는가. “혼자서도 잘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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