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책장

[요리를 욕망하다], 마이클 폴란은 못 말려

2016.09.30
마이클 폴란의 주제는 일관되다. [세컨드 네이처]부터 [잡식동물의 딜레마]까지, 언뜻 달라 보이는 책들이 추구하는 단 한 가지는 인간의 공존이다. 소로처럼 자연에 순응하기보다는 먹고사는 게 우선이지만 지나친 착취는 원치 않는다. 좋게 보면 균형이고 나쁘게 말하면 타협이니 자칫 양쪽에서 욕을 먹을 주장이다. 그렇지만 다방면의 풍부한 지식을 교묘하게 엮어내는 솜씨에 문자 그대로 못 말리는 도전 정신이 더해진다. 

가정에서 요리하는 시간은 계속 줄고 있지만 요리에 쏟는 시간은 오히려 증가했다. 요리 영상과 서적이 전에 없이 인기고, 몇몇 요리사들은 영화배우 부럽지 않은 스타다. 부엌을 식품 산업에 넘긴 역사적 순간에, 우리는 왜 많은 시간을 들여 다른 사람이 요리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걸까? 서른이 되기까지 끽해야 마트에서 사온 라비올리에 소스를 뿌리는 게 고작이던 폴란이 요리에 나선 것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다. 

불, 물, 공기, 흙. 무슨 판타지 세계의 초보 마법사라도 되는 양 차례로 도전하는 퀘스트다. 먼저 불을 마스터하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로 떠나 전 세계 바비큐의 수도로 불리는 레스토랑 ‘스카이라이트 인’을 견학하고, ‘더 핏’의 전설적인 핏마스터 에드 미첼의 조수 노릇도 한다. 물을 마스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브레이스다. 셰 파니스에서 일했던 요리사 사민 노스랏과 함께 닭부터 양까지 다양한 고기와 각종 채소를 와인, 육수, 우유, 차, 석류즙에 냄비 가득 조린다. 다음은 공기다. 반죽의 부피가 세 배까지 늘어나는 마법을 배우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 ‘타르틴’의 채드 로버트슨과 함께 천연 발효종 빵을 굽는다. 흙에 해당하는 것은 발효다. 피클과 자우어크라우트 등 채소를 발효시키다 한국까지 찾아와 김치 담기를 배우는가 하면, 수녀원에 묵으며 치즈 공방 일손을 거들고, 벌꿀술부터 맥주까지 지하실에서 술을 빚다 병이 폭발하는 사고를 겪는다. 

사 먹는 쪽이 더 싼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직접 요리해서 절약되는 돈보다 그 시간에 일을 해서 버는 돈이 더 큰 것은 물론, 십중팔구 맛은 떨어지고 고생만 태산이다. 그런데도 굳이 요리를 하는 것은 수동적인 소비자 역할에서 벗어나는 만족감 때문이다. 특히 스크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려 먹고사는 사람에게 물질적인 유용함을 생산하는 즐거움은 각별하다. 요리는 현대 사회의 전문화에 반기를 드는 행위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서 생산자 쪽으로 조금만 옮겨가도 깊은 만족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덜 이기적이고 덜 노동에서 소외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퇴근하면 빨라야 8시인 사회, 요리가 여성만의 의무인 사회에서 이런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의 의도가 전적으로 선하다는 것도, 말만 앞세우는 게 아니라 늘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그의 주장을 온전히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재미있는데, 다름 아닌 우리가 직접 요리하진 않아도 남이 요리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기는 시대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졌으니 ‘덕후왕’ 마이클 폴란의 좌충우돌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넷플릭스에서 [Cooked](2016)를 찾아보자.

정은지
책과 음식과 쇼핑에 관한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책과 음식을 쇼핑한다. 책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인 [내 식탁 위의 책들]을 썼고, [아폴로의 천사들]·[피의 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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