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필요한 것

2016.10.04
연예인 출연자들이 엄마 없이 48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육아를 전담하는 ‘육아 분투기’로 시작한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각종 체험을 보여준다. 지진 교육이나 직업 체험 같은 것부터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반응을 보는 실험 카메라도 있다. 아빠와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레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비추는 것에서, 아이들에게 일정한 상황을 설정하는 것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이런 체험들은 때로 아이들에게 특정한 감정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들어서 아빠나 누나가 줄어들었다는 상황을 만든 실험 카메라에서 이동국의 딸 수아와 설아, 이범수의 아들 다을은 굉장히 당황하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마찬가지로 이타심을 알아보는 실험 카메라에서도 토끼 인형에게 ‘숨겨달라’는 요청을 받은 수아와 이휘재의 아들 서언에게 몸집이 훨씬 큰 VJ가 눈을 부릅뜨며 토끼 인형의 소재를 묻었을 때, 아무것도 모르던 서언이 토끼 인형을 숨겨둔 이불을 들추려 하자 수아는 눈물을 흘렸다. 

다양한 방식의 체험이 가능한 4세에서 7세 정도의 아이들인 만큼, 이들에게 새로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육아 방식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고, 필요한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방송된 지진 체험 교육은 실제로 지진 위협에 노출된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안전체험관 학습으로 이어졌다. 토끼 인형을 숨겨줄 때에는 자막으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도와주는 것은 아이들의 이타심과 도덕성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부분을 명시했고, ‘아빠가 줄어들었어요’ 카메라에서는 말을 안 듣는 아이들에 대한 감성 훈육 등으로 해당 실험 카메라의 목적을 밝혔다. 다만 때로 제작진이 만들어놓은 판은 아이들이 교훈을 깨닫는 과정보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믿는 순수한 아이들의 감정을 강조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누나가 줄어들었다’는 상황에서 다을은 울음을 터뜨렸고, 아이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느끼거나 배웠는지는 제작진이 편집한 과거 회상 장면으로 드러났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으로 만들어진 카메라지만, 아이들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어른인 제작진의 시각에서 그려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수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과정이 아이들에게 주는 교훈으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위협적일 수 있을 어른에게 추궁당하거나 아빠가 줄어들었다는 상황에 마주쳤을 때, 수아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바로 ‘아빠 말을 잘 들어야 한다’거나 ‘약자를 돕는 경험’이라는 교훈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남을 도와주는 마음을 배우는 것은 굳이 위협적인 환경을 이겨내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교훈이고, 그렇다면 이런 교훈을 얻기 위해 수아가 겪어야 했던 감정 노동은 과연 필수적인 요소였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아이들에게 교육을 목적으로 비일상적인 경험을 만들 때, 아이들을 교훈이라는 목적지까지 이끄는 요소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구성해내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범수의 가족이 변호사 직업 체험을 하러 갔을 때, ‘20초 감옥형’을 받고 잠시 감옥에 들어가게 된 다을은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아직 3세에 불과한 다을이 법정과 판사, 변호사의 관계와 감옥의 개념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이 체험에서 다을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봄으로써 직업을 이해하고 사회 정체성을 형성”하는 목적을 이뤘는지는 미지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초반 아빠들의 ‘육아 분투기’를 보여주며 ‘육아 예능’의 전성기를 만들어냈고, 지금까지도 팬덤과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프로그램 초반 말도 못 하던 8개월의 나이에 출연했던 서언과 서준이 4세가 될 때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들에게, 육아 과정에서 보여줄 수 있는 대부분의 과정을 보여줬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이제 아이들의 성장을 자연스럽게 비추는 데서 나아가 출연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실험 카메라나 체험 등을 통해 만들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물론 제작진이 보여주려는 그림은 대부분 아이들이 교훈을 얻는 일이고, 이것이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것이 참여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그리는 그림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출연하는 아이들의 불필요한 감정 노동 대신 그들 스스로 배워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이, 지금 ‘육아’를 보여주는 방송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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