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투모로우], ★★★ 잃어버린 김옥균 1884

2016.10.05
뮤지컬 [곤 투모로우]
창작 초연│2016.09.13~10.23│광림아트센터 BBCH홀
원작: 오태석│작곡: 최종윤│편곡·슈퍼바이저: 김성수│각색·연출: 이지나│주요 배우: 강필석·임병근·이동하(김옥균), 김재범·김무열·이율(홍종우), 김민종·조순창·박영수(고종), 김법래·임별(이완 총리), 김수로·강성진·정하루(와다)
줄거리: 밖으로는 서구 열강의 침략이 더해가고, 안으로는 혼란을 틈타 간신들이 들끓던 조선. 고종은 개화파 지식인 김옥균에게 국운을 건다. 그러나 지원을 약속했던 일본군에 외면당하고, 청군의 개입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김옥균의 혁명은 삼일천하로 끝이 난다. 김옥균이 일본으로 망명하자 의지를 잃은 왕은 조선 최초 불란서 유학생인 홍종우에게 밀명을 내린다. 홍종우는 의도적으로 김옥균에게 접근하지만, 곁에서 그의 인품과 능력을 지켜보며 고뇌에 빠지게 되는데….

★★★ 잃어버린 김옥균 1884
다시 이지나 연출이다. [도리안 그레이], [곤 투모로우], 연달아 이어질 [잃어버린 얼굴 1895]까지 올해로 세 작품째이니 고갈될 법도 한데, 지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또다시 김옥균이다. 차기작이자 삼연을 앞둔 [잃어버린 얼굴 1895]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명성황후의 주변인이 아니라, 민중의 대변자를 꿈꿨던 혁명가 김옥균 자체에 주목한다. 하나의 시대, 한 사람의 연출, 그러나 시점의 차이 하나로 어떻게 다른 작품이 완성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Direction: 느와르의 옷을 입은 희곡 [도라지]
원로 작가이자 연출가, 극단 목화의 대표인 오태석의 희곡 [도라지]가 [곤 투모로우]의 모태다. [도라지]는 1994년 초연되었지만, 재일교포 연출가 김수진의 극단 신주쿠양산박이 공연을 올린 2007년까지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일본과 문호 개방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당시의 분위기상, [도라지] 속 인간적인 김옥균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2016년 이지나 연출은 [곤 투모로우]로 [도라지]에서 한 단계 나아간다. 교과서가 민족 배반자로 낙인찍은 김옥균이 아니라, 실패했으나 끊임없이 꿈꿨던 개혁가 김옥균을 이끌어낸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대한민국 최초의 혁명가, 최초의 스파이, 그리고 의지를 배반한 부하를 처단하려는 최종 보스를 주연으로 한 역사 느와르로 재구성된다. 작품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액션 구성이 조금 더 정교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 정도는 재연에서의 몫으로 남겨도 좋겠다.


Character: 역사를 넘어 민중의 희망으로 태어난 인물들
[잃어버린 얼굴 1895]가 재연을 앞두었던 2015년 여름, [곤 투모로우]는 우란문화재단 프로젝트박스 시야의 리딩 공연으로 첫발을 뗐다. 하지만 두 작품은 연장선상에 있다기보다는 별개의 관점으로 같은 시대, 같은 인물을 관찰한다고 보아야 한다.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고종에게 있다. 양쪽 작품 속 고종이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곤 투모로우]에서는 좌절과 버려짐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된 어린아이처럼 느껴진다. 김옥균의 암살을 지시할 때만큼은 냉혹한 위정자의 얼굴을 드러내는데, ‘유약함’으로 고착화되어 있던 그간의 캐릭터와는 확실히 다른 일면이다. 김옥균은 한층 더 견고해진다.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다만 몇 장면에 불과했던 갑신정변이 [곤 투모로우]의 1막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김옥균의 암살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갈등이 된다. 암살범 홍종우 역시 전면에 떠오른다. 역사적으로는 김옥균 사후 보수파 정치인으로서 개화에 철저히 반대하는 길을 걸었지만, [곤 투모로우]는 김옥균의 뒤를 잇는 또 다른 혁명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역사를 철저히 고증하는 대신, 나라나 시대를 초월하는 대주제 ‘도라지’에 다가서는 길을 택했다. 조선의 비극적 결말을 초래한 권력자로 여러 인물을 상징적으로 뒤섞은 가상의 인물 이완 총리를 만들어낸 것도 그런 이유다. 원작자인 오태석은 초연 당시 “도라지는 그저 도라지일 뿐 별 뜻이 없다”([예술의전당])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지나 연출은 이 말에 담긴 진의를 이렇게 해석했다.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 광주리에 꽉 차는 도라지처럼 모두가 사라져도 이어질 개혁의 희망’.

Music: 감미로운 애국지사
“밤이 수십 번 지고 가려진 태양 빛을 잃어도 난 아직도 네가 그립다. 보고파서 꿈을 꾼다.” 연인에 대한 고백이 아니다. 나라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다. 넘버의 감성만큼은 [잃어버린 얼굴 1895]와 포개지는 지점이 있다. 군 뮤지컬 [프라미스]에서 치열한 싸움을 감수성 풍부한 곡으로 풀어냈던 최종윤 작곡가가 [곤 투모로우]의 넘버를 만들어간다. 영웅의 대서사시 같은 웅장한 서곡이 걷히면 나라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묻어나는 넘버들이 뒤를 잇는다. 그러나 애국주의에 도취되거나 민족이나 민중에 대한 계몽에 함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김옥균과 비밀스러운 의도로 접근했으나 점점 김옥균의 사상에 매료되어가는 홍종우가 겹쳐진다. 이중창인 ‘그 시간으로 널’에서는 동지애를 넘어 영혼이 공명하는 것 같은 ‘물아일체’의 경지마저 느낄 수 있다. 느와르 뮤지컬을 표방하되 나라에 대한 마음은 감미롭게 불러내는 [곤 투모로우]에 괜히 ‘갑신정변 쓰릴 미’라는 별칭이 붙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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