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 일단 활동을 합시다

2016.10.06
CL은 지난 8월, 싱글 [LIFTED]로 미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뮤직비디오는 가장 유명한 아이팟 광고를 만들었고, 케이티 페리의 ‘Fireworks’를 감독했던 데이브 마이어스 작품이다. 노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메소드 맨이 출연하기도 한다. 9월에는 CBS의 [더 레이트 레이트 쇼]에 출연했다. 2NE1이 아닌 CL로서 전국 네트워크 데뷔이고, 한국 출신 솔로 아티스트의 미국 심야 토크쇼 첫 출연이기도 하다. CL은 공개형 무대 전체를 완전히 활용하면서 좋은 공연을 했고, [더 레이트 레이트 쇼]의 진행자인 제임스 코든과 함께 노래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10월 말부터 2주에 걸쳐 북미 9개 도시에서의 공연 투어를 발표했다. 한 마디로 지난 2달 동안 CL은 무척 바빴다.

하지만 CL의 최근 활동이 팬들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갈증의 깊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2NE1에 관한 것들을 제외하고, 그에게 지난 2년간 있었던 일을 살펴보자. 그녀는 2014년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이자 YG 아티스트들의 미국 진출을 돕는 이유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스쿠터 브라운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지난 약 1년 반에 걸쳐 데뷔 앨범을 준비 중이다. 스크릴렉스, 디플로, 플로렌스 앤 더 머신 같은 이름이 함께 들린다. 그 사이에는 ‘Doctor Pepper’와 ‘Hello Bitches’ 같은 트랙을 공개했다. 둘 다 2015년 하반기의 일이다. ‘Doctor Pepper’는 CL의 단독 작품이라기보다 디플로, 리프 라프, OG 마코 등과 함께 작업한 것이고, 따라서 CL이 북미 지역에서 언어 같은 기본적인 문제부터 위화감 없이 활동 가능하다는 신호 내지는 증명에 가깝다. 때때로 이 노래를 ‘버즈 트랙’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노래의 용도에 대한 것이다. ‘Hello Bitches’는 온전히 CL의 트랙이지만 개별적인 북미 활동을 알리는 것 정도로 홍보되었다. 그만큼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포함한 가사는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그녀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거나 MAMA 무대에 서는 것 이외에 굵직한 활동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LIFTED’를 만난 셈이다. 이 노래는 같은 이름으로 발표될 그녀의 데뷔 EP 수록곡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작년 이맘때에도 [데이즈드] 인터뷰를 통해 이 EP의 이름이 알려졌었다. ‘Hello Bitches’는 [LIFTED] EP의 리드 싱글이었다. ‘Falling’이라는 또 다른 수록곡의 존재도 그렇다. 당시 그녀는 [LIFTED]는 일종의 샘플러처럼 만들고 싶고, 내 팬들이 내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는 한국어 앨범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그 때문에 팬들이 놀라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LIFTED]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데뷔 앨범의 예고편 같은 존재라는 말인데, 그 조차도 현 시점에서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 팬들이 호소하는 아티스트 활동에 대한 갈증은 CL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특별한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싸이부터 위너/아이콘까지의 모든 양상을 한꺼번에 보는 것 같다.

국내 혹은 YG의 익숙한 문제를 벗어나 생각해도, 그의 느슨한 활동이 그녀의 목표를 위해 적절한 방법인지 잘 모르겠다. 말하자면 서구의 주류 음악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최초의 동양 출신 여성 아티스트. 적어도 이 목표는 한국 가수의 빌보드 점령 같은 국가적 이벤트가 아니라 예술적·상업적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CL이 현재 그 지점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튜브, SNS, 스트리밍 시대는 음악가들에게 휴식 없는 활동을 가능하게 하거나, 거꾸로 그렇게 하도록 요구한다. 가장 많은, 그리고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경쟁하는 미국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싱글을 발매하고, 차트에 오르고, 유명 TV쇼에 출연하는 것 다음이 무엇인가? 실패할 수도 있다. 실은 대부분 실패한다. 그러니까 그냥 말 그대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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