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농심을 이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2016.10.06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는 1등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차승원이 오뚜기 진라면 CF에서 한 말은 현실이 될까. 오랫동안 농심과 삼양식품에 밀려 당시 시장 점유율 3위였던 오뚜기는 2012년 이후 2위로 올라섰다. 또한 라면 시장 점유율(닐슨 코리아 기준)에서 2014년 농심 62.1%, 오뚜기 16.3%이었던 것이 2016년 7월에는 농심 53.8%, 오뚜기 23.7%으로 격차가 대폭 줄었다.

오뚜기의 상승세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프리미엄 라면의 유행, 특히 진짬뽕의 기록적인 히트였다. 농심의 짜왕 출시 이후 오뚜기와 팔도, 삼양이 각각 진짜장과 팔도 짜장면, 갓짜장을 내놓으며 시작된 프리미엄 라면 전쟁은 맛짬뽕, 진짬뽕, 불짬뽕, 갓짬뽕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 중 진짬뽕은 출시 3개월 만에 4,000만 개 이상 판매, 맛짬뽕을 압도했다. 지난 2월 오뚜기의 주가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올랐을 정도다. 이에 대해 오뚜기 홍보 담당자는 “기름에 파, 마늘, 고춧가루, 해물을 볶을 때 불의 맛과 향이 발생되는 것을 알고” 개발한 액상스프를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케첩이나 마요네즈 등 요리에 필요한 조미식품이나 3분 카레를 히트시킨 오뚜기는 다양한 맛의 소스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만드는 액상스프는 인스턴트 음식에도 제대로 된 요리에 넣는 장의 느낌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

과거에 액상스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사이 라면의 의미가 변했다. 과거 라면은 몇 달치를 쌓아놓는 가정도 있을 만큼 일종의 비상식량의 의미가 강했다. 이런 시대에 변질에 강한 분말스프를 통해 다양한 상품군에서 맛을 낸 농심의 라면들은 라면의 맛을 정의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널리 사랑받았다. 반면 액상스프는 유통기한이 짧은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우러나는 분말 스프에 비해 즉각적인 맛과 향기를 낼 수 있다. 올 하반기 한 달 새 각 사에서 출시된 부대찌개 라면에서도 오뚜기가 농심보다 가장 우위에 있는 지점 역시 강력한 액상 소스로 햄 특유의 호불호 갈리는 냄새를 잡았다는 것에 있다. 오뚜기 홍보 담당자는 “송탄의 K전문점을 타깃으로 하여 김치양념소스, 햄맛엑기스 등의 주요 원료를 넣은 별첨소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라면에서 보다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고, 이것은 1인 가구의 증가와 라면을 먹더라도 보다 만족도 높은 음식을 먹기를 원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혼밥이 시대의 흐름이 되고 편의점에서 장어덮밥까지 상품으로 내놓는 시대에, 제품마다 확연히 다른 맛을 내기 좋은 오뚜기의 액상스프의 장점이 부각된 것이다.

30년 전,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을 강조했던 신라면은 십 년 넘게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삼양을 결국 왕좌에서 밀어냈다. 그 전에도 안성탕면이나 너구리의 성공으로 성장세를 타고 있던 농심이었지만, 지금까지도 판매량 1위를 고수하는 신라면은 시장 판세를 뒤엎을 만큼 압도적인 히트작이다. 그리고 오뚜기는 소스에 대한 노하우를 시대의 흐름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제품화하면서 과거보다 나은 입지를 다져나간다. 당장 오뚜기가 신라면의 매출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라면에서 짜장, 짬뽕, 부대찌개 맛까지 찾는 이 시대는 많은 사람들이 한 종류의 라면을 먹는 것이 아니라 각자 취향을 만족시키는 맛을 찾는다. 그만큼 하나의 히트작보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완성이 중요해졌고, 제품마다 보다 뚜렷한 맛을 내기 좋은 오뚜기의 방식은 현재 시장의 요구에 어울린다. 신라면과 짜파게티 외에 제3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오뚜기의 성장세는 탄력 받을 여지가 커진다. 오뚜기가 처음으로 부동의 1위에게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잡은 셈이다. 물론 농심이 짜왕으로 굵은 면발 시장을 열었던 것처럼 경쟁을 리드해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지 않은가. 그것은 결국 더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니까. 신라면은 여전히 맛있지만, 신라면 말고 맛있는 라면이 늘어나는 것은 더욱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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