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gels]부터 전도연&나나까지, tvN 10주년 기념 특별시상식

2016.10.07
2006년 개국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tvNgels], [리얼스토리 묘] 등 개국 초기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던 tvN은 이제 콘텐츠 경쟁력에서 지상파와 이름을 나란히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훌쩍 성장했다. 오는 9일 열릴 tvN10 Awards에 앞서, [아이즈]가 그동안 tvN이 남긴 중요한 발자취를 기록하고 기념하는 시상식을 마련한 것은 그 때문이다. 전야제라 생각하고 즐겨주시길.

개국망신상: [tvNgels]
tvN은 개국과 동시에 케이블의 진가를 보여주겠다는 듯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줄줄이 방영했다. 그중에서도 [tvNgels]는 조금의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뻔뻔한 방송이었다. 출연한 여성들은 매회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추거나 격렬한 게임을 했으며, 그럴 때마다 카메라는 그들의 몸 구석구석을 훑어 내렸다. 심지어 여성들이 섹시한 의상이나 포즈로 왕배를 비롯한 남성들을 흥분시키면 심박수를 측정해 ‘원 벌떡’부터 ‘쓰리 벌떡’까지 피켓을 세우는 노골적인 코너도 여과 없이 노출됐다. 시즌 3까지나 방송됐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지금이라도 tvN이 [tvNgels]를 ‘흑역사’로 평가하고 있길 바랄 뿐이다. 

마이웨이상: 엄정화
의미 있는 파격을 감행한 것은 tvN이 아니라 엄정화였다. tvN 개국축하쇼에 선 엄정화는 ‘초대’에 이어 신곡 ‘Cum2me’ 무대를 선보이며 망사스타킹 위에 속옷 같은 의상을 입은 채 등장했다. 여성 가수가 섹스에 대해 노래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섹시함을 어필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태도지만, 정작 언론들은 망측한 ‘섹스 마케팅’이자 tvN과 미리 합의된 노이즈 마케팅일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후에 엄정화가 밝혔듯 그의 기사와 홈페이지 등에는 “나이를 생각하라”는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리거나 젊지 않은 여성이 자신의 섹시함을 자각하는 모습은 환영받지 못하는 게 우습지만, 무슨 상관인가. 10년 전의 엄정화는 지금 다시 봐도 끝내주게 멋진데.

진지상: 독고영재
페이크다큐멘터리라는 개념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 [독고영재의 스캔들]은 불륜에 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낚았다. 불륜 현장을 급습하거나 바람피우다 걸린 커플이 피 터지게 싸우는 장면 등은 당연히 연출이었음에도 관련 자막을 아주 잠깐씩만 띄우거나, 출연자들의 얼굴에 굳이 모자이크를 하며 실제 사건으로 착각할 만큼 교묘한 속임수를 쓴 것이다. [독고영재의 스캔들]은 누군가의 불륜 현장을 훔쳐본다는 관음증적 쾌감만을 위한 방송이었지만, 진행을 맡은 독고영재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김상중 뺨치는 엄격‧근엄‧진지한 태도로 짐짓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는 프로그램인 척 무게를 잡았다. 그가 연기해왔던 그 어떤 캐릭터보다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빵상: 빵상 아주머니 황선자 씨
tvN의 인지도는 빵상 아주머니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 점에서 황선자 씨는 tvN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리얼스토리 묘]에 외계인과 교신하는 인간으로 출연한 그는 우주신의 언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빵상(인간들아)”, “깨라까랑(인간들아 뭘 알고 싶느냐)”이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남겼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피식피식 웃는 제작진 앞에서도 “빵빵 똥똥똥똥 땅땅~”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태연하게 부르며 인간세계에 내려온 우주신의 기쁨을 전파하기도 했다. 진실은 여전히 저 너머에 있고 황선자 씨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됐건, 우리 존재 파이팅.

비정상: [화성인 바이러스]
[화성인 바이러스]는 평범한 사람들과 조금 다른 태도 혹은 생활양식을 가진 이들을 ‘화성인’으로 명명했다.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의 페이트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오타쿠, 초콜릿을 밥처럼 먹는 여성, 생고기를 그대로 먹는 남성 등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만큼이나 독특한 사람들이 줄줄이 등장했고, 방송은 이들의 특성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구경거리 삼았다. ‘나와 다른 사람들도 잘 찾아보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왜 그들이 누군가의 이해를 얻어야만 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더불어 KBS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의 귀감이 되었을 거란 점에서도 [화성인 바이러스]는 재평가되어야 한다. 당연히 나쁜 쪽으로.

사랑과전쟁상: [리얼키즈 스토리 레인보우]
똘망똘망한 눈빛과 뽀얀 얼굴을 한 아이들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됐다. [리얼키즈 스토리 레인보우]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한없이 순수하게 비춰졌던 아이들이 거침없이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했다. 가브리엘과 크리스티나, 대니얼, 알레이나, 도윤, 현서가 방송 내내 보여준 것은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로서의 인정투쟁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뒤늦게 합류한 링컨이 마술을 보여준다며 “다둘 눈 깜으세요, 하나 둘 쉐 해주세요!”라고 외칠 때는 마법에 걸린 듯 덩달아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아차상: [빠스껫볼]
곽정환 감독을 비롯한 KBS [추노]의 제작진들이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고 했다. tvN 개국 7주년 드라마라고도 했다. 그런데 ‘아차’ 하는 순간 시작해서 ‘아차’ 하는 순간 끝나버렸다. 일제 강점기의 농구팀이라는 소재는 케이블의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엔 너무나 올드한 것이었고, 고증이 얼마나 꼼꼼하게 됐는가와는 별개로 지상파 아침 시대극을 연상케 하는 엉성한 세트는 보는 재미마저 반감시켰다. 결국 24부작으로 기획됐던 작품은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18회로 조기종영 되었다. 현재 3년 만에 [THE K2]를 연출 중인 곽정환 감독에게 격려를 보낸다. 

드라마부문 투혼상: 서우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유리가면]은 지상파 아침드라마의 굳건한 파이를 조금이나마 차지해보고자 제작된 전형적인 막장극이었다. 모든 아침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그렇듯이 살인자의 딸 강이경 역을 맡은 서우 역시 시도 때도 없이 온갖 수난을 당해야 했다. 당연히 후반부에 펼쳐질 드라마틱한 복수를 위한 밑밥이었지만, 뺨 맞고 내동댕이쳐지고 멱살 잡히고 쫓겨나고 급기야 누군가 던진 오징어채에 맞는 등 오로지 주인공이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작품 속에서 서우는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이제라도 신체적‧정신적 케어를 위한 보상을 제안하는 바다. 

예능부문 투혼상: 유병재
[SNL 코리아]에 작가로 취직했을 때만 해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 방송작가라는 극한직업에 더해 스타들의 매니저 연기라는 또 하나의 극한직업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UCC를 만들던 시절부터 유병재가 뺨 맞는 데 일가견이 있긴 했지만, “회의를 하던 중 한 PD님이 아무래도 얼굴 다 알려진 배우가 하면 리얼리티나 건조한 느낌이 덜할 것 같다”며 그를 굳이 추천한 데는 아무래도 모종의 음모가 있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유병재는 맞고 또 맞았다. 세게 맞고 양쪽 다 맞고 연달아 맞는 등 뺨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맞은 끝에 이전보다 더욱 유명해질 수 있었으니, 과연 성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잘못된만남상: [강용석의 고소한 19]
2010년, 강용석은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의 뒤풀이 자리에서 “아나운서로 성공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냐”고 명백한 성희롱적 발언을 해 비난받았다.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지만 이후 강용석은 고소를 남발하며 ‘고소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강용석의 고소한 19]는 윤리적인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은 채 그의 캐릭터를 활용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나름대로 시사와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결합한 쇼는 강용석을 유명한 엔터테이너로 만들었으나, 끝내 그의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폐지되었다. 역시 시작해서는 안 될 인연도 있는 법이다. 

도플갱어상: 성동일&이일화
[응답하라] 시리즈가 세 번 반복되는 동안, 다른 출연진들은 계속해서 바뀌었지만 성동일과 이일화가 여주인공의 부모라는 점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하는 성동일, 명랑하고 다정다감하면서도 품위 있어 보이는 이일화의 이미지는 이 시리즈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평소에는 퉁명스럽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따뜻한 ‘츤데레’ 아버지와 내조 잘하는 어머니의 스테레오 타입은 [응답하라]의 시대적 배경을 막론하고 두 배우를 통해 꾸준히 강화되었다. 배우들에게는 잘못이 없지만, 도플갱어 혹은 평행우주 수준으로 비슷한 부모 캐릭터가 반복되는 데는 잘못이 있다는 얘기다. 

금손상: 차승원 
고무장갑을 끼고 머릿수건과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종류를 막론하고 요리까지 그렇게 잘할 줄은 더 몰랐다. 매운탕과 홍합짬뽕, 고추잡채 등은 물론 배추김치와 동치미 만들기까지 척척 해내는 차승원에게 제작진은 굳이 ‘차줌마’라는 별명을 붙였지만, 오히려 그가 증명한 것은 요리와 살림을 하는 사람이 여성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tvN에 제안하건대, 하루빨리 백종원과 차승원의 만남을 성사시키거나 화보가 곁들여진 차승원의 요리책을 만들어주기를. 

베스트조연상: [삼시세끼]의 동물들
[삼시세끼]가 정말로 귀신같이 잡아낸 것은 귀촌 혹은 힐링이라는 트렌드가 아니라, 귀여움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인간의 본능이었다. 밍키와 장모치와와 산체, 터키시앙고라 벌이, 염소 잭슨, 오종종 모여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오리들, 유해진의 강아지 겨울이까지 [삼시세끼] 스핀오프로 [동물농장]을 찍어도 될 만큼 다양한 종류의 귀여움이 포진해 있었다. 밥 먹고 재료 구하고 또다시 밥 먹는, 별것 아닌 일상이 조금이나마 더 흥미로워 보였던 것은 가만히 있어도 귀여움이 넘쳐흐르는 동물들 덕분이기도 했다. 특히 ‘고창편’에서 남주혁과 아름다운 투숏을 남긴 겨울이에게 커다란 축복이 있기를 빈다.

워스트조연상: 유가네&트레비
예능과 드라마를 불문하고 PPL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뜬금없이 에어컨과 냉장고를 자랑하고, 방 구하는 어플을 클로즈업하는 노골적인 수준이 아니더라도 간접광고는 곳곳에 도사린다. [미생]과 [시그널]에 모두 협찬을 아끼지 않은 닭갈비 전문점 유가네 덕분에 시청자들은 회사원들과 경찰들이 닭갈비를 먹으며 회식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고, [꽃보다 청춘]에서는 꼭 필요한 짐을 챙기기도 바빴을 출연자들이 머나먼 타국 땅에서조차 한국산 탄산수를 부지런히 마셔대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 이 밖에도 씨그램, CJ 제일제당 알래스카 연어,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등 불청객 조연들이 다수 있었으나 너무나 많은 관계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베스트커플상: 전도연&나나
[굿와이프]에서 김혜경(전도연)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도와준 것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조언을 건넨 것도 조사원 김단(나나)이었다. 김단이 김혜경의 남편 이태준(유지태)과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김혜경을 바라볼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아련해지는 김단의 눈빛은 사랑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인터뷰에서도 “(김단의) 그 눈빛 때문에, 김단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혜경에게 위안이 될 때가 많았다”(전도연), “김단에게 김혜경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다. 자기의 이익을 우선시하던 김단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배려하고 걱정하게 됐다”(나나)며 애틋한 애정을 드러내는 두 사람인 만큼, 잘.됐.으.면.좋.겠.다, 잘.됐.으.면.좋.겠…

공로상: [막돼먹은 영애씨]
드라마 시장에서 미혼 여성이란 얄팍한 로맨스를 소비하는 층으로 간과되고는 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들이 원했지만 거의 제시되지 않았던 이야기의 틈을 발굴했으며, 덕분에 시즌을 거듭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시청자층을 형성해낼 수 있었다.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평범한 외모의 영애(김현숙)가 회사나 직장 상사 때문에 괴로워하고 때로는 사랑하고 이별하며 어떻게든 살아가는 이야기는 또래 여성들을 깊이 이입하게 만들었다.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마침내 자신의 사업까지 벌이게 된, 그러니까 시청자들만큼이나 꼬박꼬박 성장해온 영애 씨는 오는 31일, 열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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