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② MC 윤택과 이승윤 고난사

2016.10.11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시청자들은 자연인을 만나러 가는 두 남자, 윤택과 이승윤의 역할에 대해 ‘극한직업’이라 말한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과 음식들을 선보이는 자연인을 만나 얼음 계곡에 뛰어들고 농사도 같이 짓는 등 온갖 고생을 한다. 특히 이승윤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한 솔직한 표정 덕분에 이른바 ‘짤방’의 단골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0회가 넘는 많은 방송 중 가장 독특한 자연인이 등장해 웃음을 줬던 에피소드와 함께, 자연인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출연자의 고생도도 함께 체크했다.

진짜 자연인을 만나다, 자연인 30년 차 김용호 씨(1회)
MC고생도: ★★★★★ ★★★★★

전설의 시작은 첫 회의 주인공, 자연인 김용호 할아버지에서부터다. 제작진은 친절하게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안 입는다”고 말해줬지만, “장난인 줄 알았”던 이승윤은 제작진의 진심을 무시한 벌을 받는다. 나체로 등장한 자연인은 방송 시작 20분이 지나도록 옷을 입지 않았고, 이승윤은 이 자연인과 3일간 같이 지냈다. 제작진은 자연인이 키운 복숭아를 스케치하며 자꾸 하와이풍의 나른한 음악을 넣어 그곳을 지상낙원인 것처럼 소개했지만, 이어지는 장면마다 이승윤은 어쩐지 울부짖었다. 이를테면 자연인이 카메라 앞에서 볼일을 보는 모습까지 보게 된 것. 이승윤은 “마렵던 볼일이 다시 들어갔다”며 카메라맨의 팔을 자꾸 붙잡기도 했다. 동공지진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이다. 이승윤의 정신붕괴를 뒤로하고 맞이한 둘째 날, 자연인은 심신이 지친 이승윤을 위해 특별식을 준비한다. 갖은 채소가 들어간 카레 냄새에 “맛있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는 아직 진짜 자연인을 만날 준비가 안 된 애송이었을 뿐이다. 개울에 냉장해둔 열댓 개의 생선머리가 담긴 영양식을 본 이승윤은 카메라가 찍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진심으로 성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200회가 넘는 동안 윤택과 이승윤은 그래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오~”라는 감탄사라도 넣었다. 그러나 당시 자연인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던 이승윤은 “굉장히 특이한 음식”, “맛이 오묘”, “음~음~ 오묘해요”, “이거 직접 개발하신 거죠? 껄껄껄”이라며 맛있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꿀벌을 향한 순애보, 자연인 5년 차 허명구 씨(57회)
MC고생도: ★★★

[나는 자연인이다]를 널리 알린 일명 ‘말벌 아저씨’. 재밌는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각종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오는 ‘말벌 아저씨’의 영상은 ‘좋아요’ 1만을 훌쩍 넘긴다. 윤택이 말을 건넬 때마다 “부끄럽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고 온순한 성품에, 텐트에는 태양열 발전기도 있고 가스통도 조달해 가스불로 밥을 해먹으니, 다른 자연인보다는 적응이 쉬워 보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가 유명인이 된 건 남다른 꿀벌 사랑 때문이다.

윤택과 밭에 가다가, 윤택과 대화를 나누다가, 윤택이 웃통을 벗고 등목을 하려는 순간 등 그는 늘 매의 눈으로 저 멀리 있는 양봉통에 접근하는 말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말벌을 향해 돌진한다. 윤택이 “어디 가시냐”라고 묻는 순간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이놈의 말벌이 우리 일벌들을 다 죽이려고!” 혼잣말을 내뱉으며 매번 마음만은 퀵실버로 말벌을 잡으러 달려간다. 이 때문에 이날 방송은 윤택과 자연인의 대화가 쉽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틀째 윤택은 대화를 하다 사라진 자연인을 보고도 놀라지도 신경 쓰지도 않은 채 허망한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는 경지에 오른다.

개구리 베테랑, 자연인 25년 차 정진화 씨(84회)
MC고생도: ★★★

산속 너른 평원에 지은 자연인의 집은 25년이나 됐지만 나름 지붕과 방도 있다. 냉장고가 없는 이곳에서 어떤 나물을 넣고 밥을 하면 상하는 걸 막아준다는 것을 알고, 향기로운 꽃을 따 튀김을 요리하는 등 베테랑 산꾼이기도 하다. 이렇듯 산 재료들의 효능을 알고 있는 자연인은 이승윤을 위해서 특별식을 준비하고, 그는 된장을 풀고 물을 끓이는 자연인을 보며 마냥 해맑은 표정을 짓는데….

이때 자연인이 들고 온 것은 말린 개구리 뭉치였다. 이승윤은 멍해진 표정으로 “그건 왜 가져 오세요?”라고 묻지만 자연인은 당연하다는 듯 된장 풀은 물에 개구리를 넣는다. 게다가 개구리 된장찌개를 끓이는 앞에서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풍경도 연출해주니, 이것이 바로 자연 아니겠는가! 1~2시간이나 고와 먹어야 하는 개구리 된장찌개를 끓이는 동안 자연인이 자신의 아픈 사연을 털어놓기까지 했으니, 이승윤은 정말 이 된장찌개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말린 개구리는 된장물에 불어 더욱 처참한 형상이 됐고, 이승윤은 눈을 감고 먹었는데… “의외로 맛있던데요”라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인다. 그때서야 웃음을 되찾은 이승윤에게 자연인은 “이게 남자 정력에 그렇게 좋대”라며 용기를 더욱 북돋아주었다.

속세왕의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미련, 자연인 5년 차 이연호 씨(102회)
MC고생도: ★★

자연인 이연호 씨는 긴 머리가 귀찮다며 곱게 파마를 하고, 밤에는 나체로 죽부인을 안고 자는데 죽부인의 틈새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큰일 난다는 허당 매력의 소유자다. 이미 다양한 자연인을 만나본 이승윤은 보자마자 그의 자연인 내공을 파악하고 “텃밭을 봐도 아직 초보인 거 같아요”, “소위 말해서 망한 거죠”라며 지나치게 솔직한 평가를 한다. 그러자 자연인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조진 거지”라고 받아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형님♡”, “승윤이♡”라 부르며 짧은 시간 동안 깊은 의를 쌓는다.

그러나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우정은 시험대에 오른다. 낮에 영지버섯을 얻은 자연인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라면에 영지버섯과 잔대를 넣어 끓여 먹기로 한다. 속세의 때를 중화하기 위해 약초를 넣기로 한 것. 그러나 완성된 라면은 영지버섯 향이 매우 심했고, 두 사람 모두 한 입 먹어본 후 표정이 싸늘하게 식는다. 그러자 이승윤을 챙기던 자연인은 “나는 많이 먹었어. 다 먹어”라며 선수를 치고, 이승윤은 어이없어하며 “왜 안 드세요”라며 되묻자 자연인은 “나는 많이 먹었다니까”라는 말을 반복하고, 결국 이승윤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자연인을 추궁했다. “사실은 영지 처음 먹어봤죠?”, “사실 영지는 처음 넣어봤어. 쓰네.” 결국, 두 사람은 약초 라면의 기괴한 맛에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짱돌찌개를 만든 순수한 재간둥이, 자연인 9년 차 이태복 씨(181회)
MC고생도: ★★

이태복 자연인은 아이디어가 넘친다. 한겨울에는 얼음판에서 빨래를 해야 한다며 돌을 따뜻하게 구워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피자와 햄버거 등 기름진 음식을 좋아해 더덕 핫도그, 생선함박스테이크 등 산속 재료로 갖가지 요리를 개발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가며 산다. 그러나, 가끔 상식을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생물이 귀해지는 한겨울, 이승윤과 자연인은 먹을거리를 구하러 꽁꽁 얼은 개울가로 향한다. 얼음을 깨고 돌을 주운 자연인이 “어때, 맛있어 보이지 않아?”라고 묻자, 내레이션으로 “네, 전혀 맛있어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할 정도. 이승윤 역시 잠시 말문이 막히다 “이걸 드신다고요?”라고 묻지만, 자연인은 강가의 짱돌이 “미꾸라지가 등도 긁고 가재가 양치질도 하고 민물고기의 흔적이 묻어 있어서 (가재 등 생물의) 향과 미네랄”이 많다고 답했다. 그리고 찌개에는 더덕, 표고버섯과 커다란 돌 두 짝이 들어갔다. 그러나 반전은 찌개가 멀쩡하게 맛이 있었다는 것. 이승윤이 만족하면서 먹자 자연인은 “미꾸라지, 개구리 맛 안나?”라고 물었다. 하지만 이승윤은 가차 없이 “아니요…”라며 찌개를 퍼먹었다.

산속에서 찾은 근거 없는 자신감, 자연인 16년 차 이인홍 씨(197회)
MC고생도: ★★★★

자연인 이인홍 씨는 3개 국어를 어설프게 구사하고, 사냥에 나설 때는 산짐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다란 모형 일본도를 지닌 채 나선다. 200회 방송이 다가올 즈음, 온갖 자연인을 만났던 이승윤은 이제 웬만하면 칭찬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상황이었으나, 이 레전드 자연인은 그의 한계를 시험한다. 드럼, 아코디언을 좋아해 악기를 수집했다지만 드럼은 박자가 맞지 않고, 아코디언 연주는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전부다. 악기 연주가 반복될수록 이승윤은 고개를 숙이고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우물쭈물하며 ‘제발 그만해’ 달라는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또한 마네킹에 커다란 성기를 직접 조각해 붙여놨는데, 이를 두고 “내 크기에 맞춰서 했다”고 배를 내밀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자연인은 이런 당당함 속에 보드라운 순애보를 감춰두고 있었다. 키우는 백구의 이름을 젊은 시절 짝사랑하던 영어 선생님의 이름을 따서 ‘쉐리’라고 지은 것. 물론, 그 여성과는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 또한 미혼인 자연인은 방 앞에 여성 연예인의 소주 광고 포스터를 걸어놓고 “이런 딸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하며, 포스터 아래에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적힌, 직접 그린 그림을 붙였다. 이를 “괴테가 한 명언”이라 말한 자연인을 보며, 이승윤은 “그… 그건 소크라테스…”라고 기어가듯 말했다.




목록

SPECIAL

image 여성 살해 스트리밍

MAGAZINE

  • imageVol.171
  • imageVol.170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