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미운 우리 새끼], 아들 혼자 산다고 해서

2016.10.12
SBS [미운 우리 새끼]는 같은 요일 10분 전에 시작하는 MBC [나 혼자 산다]에 대한 악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 혼자 산다]에서 혼자 사는 출연자들이 일과 일상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해도, 부모에게는 그저 ‘미운 우리 새끼’일 뿐이라고 말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라면에 남은 치킨을 넣어 먹는 것은 시청자의 호불호는 갈릴지라도 그의 생활 방식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김건모가 소주 전용 냉장고를 사는 것으로도 어머니 이선미의 걱정을 산다.

[미운 우리 새끼]는 [나 혼자 산다]와 달리 출연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싣지 않는다. 대신 어머니들이 그들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호불호를 판단한다. 그래서 [미운 우리 새끼]는 아이돌을 쫓는 사생팬의 시선처럼 출연자들의 일상을 탈탈 턴다. 허지웅이 비뇨기과에서 남성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는 것만으로도 스튜디오의 어머니들은 그에 대해 논평하고, 걱정하고, 각자의 아들 자랑까지 곁들인다. 심지어는 박수홍이 친구들과 포르노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도 공개된다. [미운 우리 새끼]는 부모 앞에서 성인의 사적인 영역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처럼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파헤친다.

그러나 김건모, 박수홍, 토니 안, 허지웅은 모두 어머니를 지원할 경제력을 가졌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여행을 떠날 친구도 있다. 토니 안이 청소를 게을리하거나 식사를 대충하는 것은 보기 싫을 수는 있어도, 그의 일상에 심각한 문제를 만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운 우리 새끼]의 출연자들은 비슷한 나잇대의 남성 중 사회·경제적으로 자신을 가장 잘 책임지는 쪽에 속한다. 박수홍의 어머니 지인숙은 아들이 클럽에 가는 것도, 미혼 남자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는 것도, 결혼을 안 하는 것도 다 싫다. 하지만 어느 것도 막을 수 없다. 이미 마흔이 넘었고, 스스로 집을 마련해 독립했으며, 부모님에게 경제적 지원까지 하는 자식의 생활방식을 부모가 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의 뜻을 따르길 바란다. 그 점에서 [미운 우리 새끼]는 주말 저녁 드라마의 리얼리티쇼 버전이기도 하다. 부모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을 결정한 자식이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 MBC [불어라 미풍아]처럼, 자식이 부모 뜻에 따라 결혼하는 것이 최대의 이벤트이자 효도가 되는 세계. [미운 우리 새끼]에서 어머니들은 “아들 얘기하니 좋다”며 기뻐하고, 출연자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효자’다. 

요즘 1인 가구의 삶을 기성세대의 가족관으로 소화한다. 그러니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다. 박수홍은 가족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할 수 없었고, 그 후 결혼을 원치 않게 됐다. 이런 아들의 모습에 지인숙은 걱정한다. 하지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박수홍이 클럽에 가는 여자 친구라도 생길까 걱정한다. 또한 다른 어머니들과 함께 며느릿감에 대해 말하며 연상, 외국계, 하다못해 명절에 남자친구의 집에 찾아오는 여자도 반대한다. 물론 어머니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운 우리 새끼]는 이 과정을 보여주며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아들과 결혼할 여자에게 미룬다. 김건모가 스무 살 가까이 어린 여자를 찾다 결혼을 못 한다면, 그가 결혼을 포기하거나 기준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건모는 가능성이 희박한 일을 바라는 50세 남자가 아니라 철없지만 착한 아들로 비춰진다. 어머니 역시 그가 방송에서 열거한 기준을 만족시키는 좋은 여자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이것은 모성의 이름으로 당연한 것처럼 묘사된다. 아들과 어머니, 또는 아들로 불리는 중년 남자와 기존의 가족관을 유지하고 싶은 기성세대 모두 아무것도 포기하지도, 서로 설득할 필요도 없다. 아들은 살던 대로 살면 된다. 어머니는 비슷한 상황의 여성들과 아들 걱정만 하면 된다. 대신 아들과 결혼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좋은 여자’에 대한 기준만 점점 늘어간다. 마흔 가까운 남자가 싱크대에 발을 터는 모습에 어머니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것이 TV로 방영된다. 어머니가 아들이 좋은 여자를 만나기 바라는 모습도 함께다. 최소한 한쪽만 보여줘야 할 일이다. 대체 그 좋은 여자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미운 우리 새끼]의 지난 7일 시청률은 6회 만에 10.8%(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 지난 3년간 금요일 밤의 인기 예능이었던 [나 혼자 산다]를 3% 이상 앞질렀다. 그 사이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청자층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성세대에게는 주말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리얼리티쇼로 제시했다. 또한 마음껏 취미 생활을 하면서 젊은 여성에게 자신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아재’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는 중년 남자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니 전략적으로는 옳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가 등장한 것은 1인 가구의 증가로부터였다. TV가 인터넷 콘텐츠와 문화를 수혈한 지도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미운 우리 새끼]는 독신 남자의 삶을 기어이 부모세대의 기준에 맞추려 노력한다. 이것이야말로 현재를 위해 미래를 갉아먹는 것 아닌가. 아이를 키우는 예능은 KBS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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