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이 노래한 것

2016.10.12
박효신은 지난 3일, 6년 만의 새 앨범 [I am A Dreamer]을 발표했다. 그는 2000년 즈음에 데뷔했고, [I am A Dreamer]은 7번째 정규작이다. 그가 2010년 군입대 이전까지 부지런한 행보를 보였다는 말이고, 대중이 그의 새로운 음악을 오래 기다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9월 29일 선공개한 ‘숨’은 다수의 음원차트에서 오랫동안 1위를 지켰고, 앨범의 음원차트 성적도 눈에 띄었다. 그가 현재 차트 성적에 만족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동 세대의 가수들이 수년 만에 낸 앨범으로 누리기 어려운 관심과 조명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박효신은 김범수, 나얼과 함께 이른바 ‘김나박’으로 불리며 ‘가창력’ 분야에서 거의 신성시되는 존재가 되었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고, 자신의 성격 혹은 소속사의 의도에 따라 ‘신비주의’로 불리운 노출전략으로 목소리를 먼저 알린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이들은 조금씩 다른 면모를 갖게 되었다. 김범수는 MBC [일밤] ‘나는 가수다’를 전후로 대중적 접점을 크게 넓혔다. 나얼은 특유의 폐쇄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노래를 듣는 것이 진귀한 경험이 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박효신은 방송에 출연하지 않되, 전 소속사와의 송사 등으로 활동의 제약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음악을 내놓았다. 뮤지컬 활동과 별개로 지난 2년 동안 발표한 ‘야생화’, ‘Happy Together’, ‘Shine Your Light’ 등의 트랙이 단순한 구색이 아님은, 이 노래들이 선행 싱글의 자격으로 [I am A Dreamer]에 수록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나박’으로 상징되는 가창력은 그의 명성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단단한 바위로 만들어 주었고, 가창력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 그가 꾸준히 곡들을 발표하자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스트리밍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좋은 가수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서 듣는다는 환상을 들여오는 것은, 오래 전에 이미 미신이 된 것을 갑자기 과학으로 여기는 일이다. 오히려 [I am A Dreamer]에 대한 반응을 자세히 살펴보면, 박효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든 현상과 그에 따른 기대와는 다른 작품을 만든 뮤지션의 충돌에 가깝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창법’에 대한 것이다. 과거의 독창적인 매력을 잃었다거나 평범한 보컬이 되었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최근 뮤지컬 활동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이 문제의식은 ‘노래를 잘한다’는 가치에 직결된다. 이는 앨범에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 그 음악은 좋은 것인지, 아티스트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문제와는 상관없다. 혹시 가능하다면‘창법’이 아티스트의 의도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가라는 문제와 결부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왜 발라드가 아닌가?’라는 질문은 당연히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요컨대 ‘좋은 노래’를 구성하는 갖은 요소 가운데 ‘노래 잘하는 가수’에 집중적으로 가치를 부여한다. 그의 보컬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계속 변해왔다든가, 음악적 지향에 따라 안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그 가치부여에서 비롯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효신은 [I am A Dreamer]을 역대 가장 음악적으로 진지하게, 자신을 창작의 주체로 곧추세우면서, 무엇보다 어느 때보다 자기고백적인 앨범으로 만들었다. 앨범 전체는 ‘꿈’을 중심으로 그가 자신에게, 또 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다양하게 풀어낸다. 그가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고, “이젠 달이 꺼져도 내 노랜 멈추지 않”는다고 할 때,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또한 그는 “이 노래를 부를 때 넌 나보다 키가 큰 나무가 되”어 달라고 직접 말을 걸어온다. 갑작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미 ‘야생화’가 있었고, ‘Happy Together’가 있었다.

그러나 그조차 ‘얼마나 노래를 잘했는가’의 범주 안에서 평가받는다. 이 충돌 안에서 박효신이 방송 활동을 해야 할 이유는 더욱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일밤] ‘나는 가수다’ 이래 음악예능의 문제와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 혹은 ‘좋은 노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증발한 채, ‘추억의 힘’, ‘목소리의 감동’, ‘터질 듯한 열창’만 남긴 경쟁 속에서 아티스트들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거나, 자신의 곡을 후배나 일반인 출연자가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소비된다. 과거 심야 프로그램 외에는 가수가 노래를 할 수 있는 TV쇼가 없다는 한탄을 들었던 것 같은데, 지난 몇 년간 이 문제는 이상한 방식으로 풀렸다.

박효신이 계속 노래를 잘 할수록, 그리고 자신의 음악에 더욱 진지하게 접근할수록, 하지만 한편에서는 음악과 가창을 동일시하는 경향 속에서, 이 충돌과 균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때, 박효신은, 대중은, 어떤 선택을 할까?



목록

SPECIAL

image 대선 TV

MAGAZINE

  • imageVol.168
  • imageVol.167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