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거리의 어려움

2016.10.13
최근 방송을 시작한 JTBC [말하는대로]는 “본인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서 말로 하는 버스킹”이라는 포맷으로 시작했다. 출연하는 버스커들은 여행 에세이를 쓴 김동영 작가부터 이수근 같은 연예인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사부터 환경 문제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다. 이를테면 2회의 손아람 작가는 연애를 키워드로 여성 차별에 대한 주제를 풀어내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여성이 받는 차별로 인한 불이익은 남성에게도 연애의 기회를 적게 하며, 연애 관계로 이어진 남성에게도 불이익이 된다는 관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손아람 작가가 차별의 문제를 ‘내 여자친구’나 ‘내 아내’의 문제가 남성에게도 불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부장제가 남자에게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걸 쉽게 전할 방법을 찾은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전제는 여성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성이 남성의 연애 대상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기본적으로 이성애를 중심으로 하는 접근이고, 이는 여성을 한 명의 사람이 아닌 잠재적인 연애 대상이나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처럼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남성 역시 가부장제 속에서 억압을 경험하는 피해자가 된다는 ‘맨박스’의 개념을 처음 이야기한 토니 포터는 “남자로서 우리는 여자들에게 낮은 가치를 부여하도록, 남자들의 소유물이나 관심 대상으로 보도록 배운다. 우리는 그것이 여성에 대한 폭력과 동일한 것임을 확인한다”고 이야기했다. 여성과의 연애 관계 때문에 남성이 차별적 구조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접근을 택한 손아람 작가의 강연은 ‘맨박스’를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맨박스’ 속으로 들어가는 입장에 가깝다. 

손아람 작가의 강연과 같은 회차에 버스커로 출연한 표창원 국회의원은 손아람 작가의 강연에 대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조금 잘못 풀어내면 반발이 강하게 오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주제를 잘 풀어냈다”고 말했다. 민감한 주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서,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 선 안에서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말하는대로]를 기획한 정효민 PD가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많은 경우를 보는데, 이런 이슈들을 TV를 통해 던지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끌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 생산적인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이슈를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관점이기도 하다. 그의 말처럼 [말하는대로]는 버스커들이 개인의 철학을 자유롭게 풀어낸다는 점과, 거리에서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말하는대로]는 버스킹의 형식을 갖출지라도 결국 방송 프로그램이다. 방송 후 손아람 작가의 발언은 짧은 영상 클립이나 캡처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반면 손아람 작가의 주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방송만큼 퍼뜨릴 방법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다. 대중은 손아람 작가의 주장만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말하는대로]는 지금 대중적인 논의의 장을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한동안 유행했던 ‘자기계발’이나 ‘힐링’ 등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지금 가장 논쟁적일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 시청자들을 상대로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논쟁적인 주제를 다룰수록 제작진이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말하는대로]처럼 버스킹 자리에서 시민의 질문을 몇 개 듣는 것 외에는 강연자의 말이 일방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 사실상 토론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그 방식을 바꾸거나 그 주제에 대해 최대한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손아람 작가의 관점을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그에 대해 어떤 시각과 반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전달할 필요는 있지 않았을까. 정효민 PD는 “사전 미팅 과정에서 주장이 섞인 부분은 제작진에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카운터파트를 제시해보면서 어떤 반론이 있는지 체크한다”고 이야기했다. 1회에서 환경 문제를 이야기했던 타일러의 버스킹은 사전에 다른 단체들의 검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것은 완벽한 해답이 되지는 못한다. [말하는대로]는 처음 ‘말하는 버스킹’을 소개하며, 모든 사람이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말하는 대로(大路)’가 될 것을 이야기했다. 과연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거리에서 이야기를 던지는 것이 그 정답인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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