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Q] 아이돌의 호적 정리는 누가 하는가

2016.10.14
얼마 전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가인은 나르샤가 나이를 낮춰 활동하면서 서인영에게 반말을 들었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데뷔순으로는 서인영이 선배이지만, 나르샤의 진짜 나이를 말했는데도 반말을 고수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순간 스튜디오에 흐른 미묘한 분위기는 해당 방송 이후 논란으로 이어졌고, 결국 서인영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선·후배 관계의 예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데뷔순으로 선·후배 관계가 정립되는 가요계에서 나이 차이는 과연 몇 살까지 감안해야 하는 것이며, 그 때문에 관계가 꼬인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여서 그런 것일까. 아이돌 그룹들 사이의 ‘서열 정리’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바탕으로, 궁금해지는 점들을 한번 찾아보았다.

1. 아이돌 멤버들 사이에서 선·후배 관계는 어떻게 정리하는가?
한때 표 형태로 정리한 ‘아이돌 데뷔 서열도’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싸이가 보아 후배”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나오기도 할 만큼, 아이돌 그룹의 선후배 관계는 나이와는 상관없이 앨범이 발매된 데뷔 날짜에 따라 정해진다. 연습생 내부에서도 나이와는 상관없이 연습을 했던 경력으로 선·후배가 되고, 데뷔를 하게 되면 연습생 생활을 한 기간에 상관없이 데뷔 멤버가 연습생들에게 선배가 된다. 한 기획사 관계자 A씨는 “함께 연습하다 한 명이 먼저 데뷔하는 경우 호칭은 평소에 부르던 호칭으로 하기도 하지만, 선배라는 것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획사의 관계자 B씨는 “연습생으로 있을 때에는 연습을 오래 한 경력을 인정해주고, 데뷔를 한다면 연예계에 들어가는 것인 만큼 먼저 경험한 사람에 대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나이라는 익숙한 서열 기준과 연예계에서의 경력을 인정하는 의미의 선·후배라는 기준을 두고, 각자 상황에 따라 균형을 잡아가면서 관계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2. 데뷔라는 기준이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데뷔 연차를 기준으로 선·후배 관계가 이루어질 때, 일정 이상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데뷔 연차를 우선적으로 치는가에 대한 이슈가 생긴다. 최근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언급되었던 서인영과 나르샤, 가희 사이의 ‘서열 정리’의 경우는 이미 SBS [일요일이 좋다] ‘영웅호걸’ 출연 당시부터 오갔던 이야기다. 서인영은 나이가 많지만 데뷔 연차로 따지면 후배가 되는 가희에게 반말을 하자, 가희가 게임 중에 서인영에 대해 “건방지다”고 말한 것이다. 반면 카라의 구하라는 SBS [강심장]에 출연했을 당시 나이가 많은 후배들이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고민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데뷔 루트가 다양해지는 최근에는 아예 데뷔라는 기준 자체도 애매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I.O.I로 데뷔한 정채연의 다이아 활동 경력을 인정해야 하는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이미 대중에게 노출된 멤버들이 1년이 지나 데뷔한다면 그 사이 데뷔한 그룹은 이들을 선배로 생각해야 하는지 등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내의 질문거리가 된다. 기획사 관계자들은 데뷔 후의 선·후배 관계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과는 상관없이 앨범을 발매한 데뷔 날짜를 기준으로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기획사 관계자 C씨는 “최근에는 연예인들 중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친구들이 워낙 많고 동료의식이 어릴 때부터 있어서, 나이가 비슷한 경우에는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3. 각자 알아서 정리할 수는 없는가?
서로를 어떻게 부르는가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며, 실제로 많은 아이돌 그룹과 그 멤버들 사이의 사적인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데뷔한 가수들이 서로 친분을 쌓게 되거나 기존에 있던 친분관계 등으로 나이에 따라 형이나 언니, 동생으로 호칭을 비롯해 관계를 정리한다.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러 그룹에 속한 아이돌 멤버들이 출연하게 되는 경우에도 ‘호적 정리’를 할 때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나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빠른’이라는 ‘족보 브레이커’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AOA의 초아가 ‘빠른 90’으로 시크릿의 효성과 친구가 되었는데, 생일 차이가 몇 달 나지 않는 90년생인 하나와 지은은 효성에게 ‘언니’라고 부르기 때문에 “몰래 친구 먹어야 한다”는 식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재미삼아 여러 보이 그룹들의 ‘족보 브레이커’들이 모두 말을 놓는다면, 89년생인 인피니트의 성규와 94년생인 세훈이 말을 놓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공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1, 2월생이 1년 빠르게 입학하는 문화가 사라져, C씨는 “이제 연습생들 중에도 ‘빠른’이 없고 모두 자기 나이에 맞춰 학교를 다니면서 ‘족보 브레이커’의 소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4. 이렇게 복잡한 ‘호적 정리’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선·후배 상관없이 서로 먼저 인사를 하고, 호칭과 존댓말 등의 문제 역시 당사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정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B씨는 “이미 친한 사이인 경우 평소에는 형이나 언니 같은 호칭을 사용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에 맞게 선배들에 대한 대우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먼저 데뷔해 가요계의 길을 닦은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들어 데뷔하는 아이돌의 평균 나이가 어려지고 작업을 하며 회사 내에서 마주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상당 부분 나아졌지만, 공식적으로는 선배를 ‘선배답게’ 대우하는 것이 예의라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C씨는 “인터뷰나 방송이 나갔을 때 문제가 될 일이 없도록 먼저 데뷔한 팀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선배님이라고 표현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준다. 댓글 등에서의 인성 논란이나, ‘싸가지가 없다’는 식의 악플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씨스타의 보라는 과거 SNS에 ‘카라앓이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댓글로 비난을 받았고, 결국 “앗 선배님이라 생각을 안해서가 아닌데 그렇게 비춰질 수 있었겠네요. 카라 선배님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리고 나서야 이슈가 일단락되었다. 물론 예의를 지키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매번 ‘호적 정리’를 하며 순서를 매겨야만 생겨나는 예의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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