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만의 와일드월드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며

2016.10.17
이제 한 달여 남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루어진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1차 대선 후보 토론을 두고 [복스]는 “준비가 안 된 남성이 대단히 많이 준비된 여성에게 반복적으로 소리 지르는 게 특징”이었다고 평했다. 최근의 2차 토론을 두고선 뭐라고 했을까? “유능한 여성이 자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남성과 토론을 했다”가 [복스]의 헤드라인이었다. 누가 토론의 승자였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언론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여론 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클린턴이 토론에서 승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7%로, 트럼프가 승자라고 생각하는 42%보다 조금 더 높았다.

이번 미국 대선에선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는 트럼프라는 전례 없는 대통령 후보 때문에 팩트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미국 언론들은 토론에서 언급된 모든 말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팩트 체킹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뉴욕 타임스]의 팩트 체크 기사는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더 많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선 때부터 꾸준히 선동과 날조를 무기로 삼은 트럼프니 놀랄 일은 아니다. 늘 이쯤이면 바닥이겠거니 하는 순간에 이보다 더 낮은 바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트럼프가 아니던가.

2차 토론을 전후로 있었던 사건은 트럼프의 바닥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먼저, 토론 전엔 [뉴욕 타임스]의 특종이 있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1995년 세금 기록을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해 트럼프가 18년 동안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이었고, 그동안 트럼프가 세금 기록 공개를 거부해왔기에 트럼프 캠프에는 타격이 큰 뉴스였다. 그보다 더 큰 타격은 토론 전 날에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05년 [액세스 할리우드]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트럼프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음담패설을 일삼은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에서 트럼프는 “스타가 되면, (무슨 짓을 하든) 여자들이 가만히 있는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세금 건보다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안 그래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미국의 여성들은 이 영상을 보고, 완전히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경험 많은, 준비된 대통령 후보를 두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뭘까? 한 명의 트럼프 지지자를 조명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는 이 질문에 약간의 힌트를 준다. 이 기사에 나오는 트럼프의 지지자는 편집증이 있는 사람으로, 버락 오바마가 게이고, 미셸 오바마가 남자라고 믿는다. 그녀는 “마침내, 누군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트럼프의 승리를 자신한다. 이들에게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팩트가 중요하지 않으니 이들의 판단 기준은 자의적이다.

어쩌면 그것이 미국 언론들로 하여금 전례 없는 사설을 쓰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34년의 역사 동안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던 [USA 투데이]는 처음으로 “트럼프는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는 글을 썼고, [애틀랜틱]은 창간 159년 만에 세 번째로 대통령 후보 지지 사설을 썼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글이지만, 제목이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며”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대선은 11월 8일로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행히 앞서 언급한 사건들로 최근의 분위기는 트럼프보다는 클린턴에게 유리하다. 앞으로 한 달간 어떤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클린턴의 상승세, 아니 트럼프의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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