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 2016│② 1997년의 젝스키스 vs 2016년의 젝스키스

2016.10.18
1997년 데뷔 당시, 젝스키스는 멤버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제법 또렷한 보이 그룹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6년, 다시 뭉친 그들은 캐릭터를 재정비하며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는 과거의 이미지를 벗었지만 중요한 것은 명확한 캐릭터 역시 젝스키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1997년과 2016년, 그리고 그 사이 여섯 멤버들에게 일어난 일들과 변화에 관하여.

은지원, 카리스마 은리더 → 카리스마 은리더
1997년
: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해서 ‘은각하’라 불리기도 했다. 하와이 유학파 출신이라는 경력 덕분인지 은지원에게는 세련된 교포의 ‘간지’가 흘렀고, 듬직한 리더인 동시에 좀처럼 세상에 고분고분 굴 것 같지 않은 악동처럼 보이기도 했다. 솔로는 물론 그룹 클로버(다른 멤버: 길미, 타이푼) 활동까지 젝스키스 해체 후에도 음악을 꾸준히 놓지 않았지만, 결국 사람들이 기억한 것은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의 ‘은초딩’이었다. 맛있는 과자 한 봉지와 ‘우루루 까꿍’ 한마디면 금세 즐거워하는.

2016년: “예능 할 때랑 느낌이 다르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가 지적한 것처럼, 젝스키스로 돌아온 은지원은 예능에서도 예전만큼 나서지 않는다. 컴백 프로젝트 때문에 MBC [무한도전] 측과 처음부터 긴밀하게 소통한 것도 은지원이었으며, 안무 연습을 할 때는 멤버들의 실수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각종 방송에서 멤버들의 발언을 정리하고 다소 직설적인 이재진을 적절히 제지해주는 일도 그의 몫. 무엇보다 연골이 성치 않았음에도 “연습하는 데 지장 올까 봐” 멤버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그의 발언은 책임감 강한 리더의 모범 답안이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친탁’과 ‘총망라’의 뜻은 모른다는 허당이지만.

이재진, 과묵한 댄싱머신 → 은근히 웃긴 4차원
1997년
: 한쪽 눈을 가린 채 등장했지만, 강렬한 눈빛과 선 굵은 이목구비는 숨겨지지 않았다. 오로지 춤밖에 모르는 듯한 모습, 당시 춤을 담당하는 멤버라면 응당 그랬듯 적은 말수와 보기 드문 미소 등도 이재진에게 신비롭고 반항적인 소년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러나 야심 차게 시작한 솔로 활동은 그룹 시절의 명성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고, 문득 자취를 감춘 그의 안부는 동생 이은주와 양현석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 회장의 결혼 등 간간이 들려오는 뉴스로만 유추해야 했다. 다시는 TV에서 이재진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2016년: MBC [무한도전] 출연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유재석을 그려주고도 자신이 그렸기 때문에 선물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거나, 과거 은지원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싸웠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이재진은 익숙지 않아서 웃긴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예능의 문법에 순순히 적응하지 않는 모습에서는 여전히 반항아 같은 면모가 엿보이고, H.O.T.의 장우혁을 압도할 정도라고 스스로 자신하는 춤 실력도 변함없다. 다만, 이제 대중이 그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4차원’다운 재미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SBS [꽃놀이패] 출연과 V앱 라이브 진행 등 적극적으로 방송에 나서는 중.

강성훈, 미소천사 방글이 → 냉동인간
1997년
: 강성훈은 언제나 생긋생긋 웃었다. 과도한 입시경쟁의 폐해를 비판한 데뷔곡 ‘학원별곡’을 부르면서도 해맑게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미성에 가까운 목소리, 웃을 때 반달 모양이 되는 눈, SBS [기쁜 우리 토요일]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에서 은지원이 정말 다친 줄 알고 하늘이 무너진 듯 오열하던 순진한 모습 등 그는 판타지로서 아이돌의 정석 그 자체였다. 영화 [세븐틴]에서도 사소한 일탈을 꿈꾸는 모범적인 반장으로 열연했듯, 어둠이나 나쁜 짓이라고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년. 안타깝게도, 몇 년간 이어진 사기 혐의 논란은 강성훈의 백지 같던 이미지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무혐의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말이다.

2016년: 냉동인간 혹은 방부제 미모. 데뷔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변함없이 하얀 피부와 화사한 미소를 자랑하는 강성훈에게 붙은 별명이다. 아이돌로 활동한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훨씬 더 길었음에도 “10년 동안 많이 기다리셨죠? 이제는 우리 영원히 헤어지지 말아요”, “우리 노랭이들 많이 왔어?” 등 아이돌의 팬 ‘조련용’ 언어를 조금도 민망해하지 않고 구사하는 것까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변함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문제. 길게 내린 더듬이 헤어스타일이 식상하다는 이유로 온스타일 [겟잇뷰티]에서 메이크 오버 당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으며, ‘대박남’, ‘대박녀’라는 자신만의 괴상한 신조어를 쓰는 통에 올드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재덕, 귀여운 재간둥이 → 변함없는 순수보이
1997년
: 뒤통수를 잡고 바닥에 그대로 쓰러지는 ‘백다운’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의 주 무기는 깜찍함이었다.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 순한 강아지처럼 살짝 처진 눈, 그리 크지 않은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도 작고 아담한 키와 몸집,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할 때마다 나오는 부산 사투리. 김재덕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힘이 있었고, 장수원과 결성한 제이워크보다 하우스메이트인 H.O.T. 토니 안과의 알콩달콩한 모습으로 더욱 주목받은 것 역시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주요 업무는 (토니 안의 회사에서) 신인개발‧ 트레이닝과 (토니 안에게) 밥해주기.

2016년: 강성훈과 더불어 겉보기에 가장 변하지 않은 멤버가 아닐까. 예전 같은 무대 의상을 입고 반짝이는 별모양 스티커로 얼굴과 머리카락을 장식해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한다. 이제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소년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YG 구내식당에서 위너의 송민호와 아이콘의 B.I를 목격한 후 “연예인이라서 신기했다”고 이야기할 만큼 여전히 순진한 모습을 보여준다. 젝스키스의 본격적인 활동 후 점점 더 회춘하고 있는 듯한 김재덕에게 딱 하나만 묻고 싶다. 지원이 형이 편해요, 아님 아직도 토니 형이 더 편해요?

장수원, 그냥 막내 → 막내 온 탑
1997년
: 그야말로 멤버 중 한 명이자, 그냥 막내. 항상 싱글싱글 웃는 얼굴은 귀여웠지만 존재감이 아주 크지는 않았다. 훗날 김재덕과 제이워크를 결성해 대부분의 파트를 혼자 부르며 기교는 다소 부족해도 음색에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2013년 3월 [라디오스타]에 번듯한 슈트차림으로 깜짝 등장해 “벤처기업 사장님”, “외제차 딜러” 같다는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 같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가 다 아는 그 장면,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의 로봇 연기로 순식간에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었다.

2016년: 은지원 다음으로 방송에 익숙한 멤버인 만큼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멘트를 던지고, 나머지 멤버들에게 자주 깐족거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무한도전]에서는 김재덕의 위협적인 발차기 경고를 받았으며, [라디오스타]에서는 은지원으로부터 방송에 공개되지 못할 정도로 직설적인 욕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딱히 긴장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싱글싱글 웃으며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장수원은 지금, 진정한 ‘막내 온 탑’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멤버들, 갠차나요? 마이 놀라쬬?

고지용, 도도한 귀공자 → 품위 있는 사업가
1997년
: 젝스키스에서 고지용의 포지션은 비주얼이었다. 살짝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는 노래 잘하는 보컬과는 거리가 멀었고, 춤 역시 여섯 명 사이에서 눈에 띌 정도로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다만, 뽀얗고 자그마한 얼굴과 길고 가느다란 목 등 한눈에도 귀티가 흐르는 외모는 파트가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고지용이라는 이름을 금방 외우게 만들었다. 겉모습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유사하게 실제로도 도도한 왕자님 같은 면이 있었는지, 은지원이 MBC [놀러와]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다 함께 스케줄을 펑크 내고 잠수했을 때 “회사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인 멤버였다고.

2016년: 연예인이 아니라 사업가이고, 무대의상이 아니라 정장을 차려입었으며, 새침떼기 같던 소년이 아니라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다. 20년 동안 전혀 망가지지 않은 모습으로 일에 집중하며 멋지게 나이 들어온 멤버가, 앞으로도 자신의 방식대로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멀리서 팀을 응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그의 결정을 존중하는 동시에 젝스키스라는 그룹에서 고지용의 이름을 굳이 지우지 않는다. 6-1은 5가 아니라 0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함께 하지 못하고도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일체감을 훼손하지 않은 젝스키스의 영리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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