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 2016│① 젝스키스의 전격 복귀 작전

2016.10.18
젝스키스가 10월 7일 발표한 ‘세 단어’는 곧바로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16년 만의 신곡이었다. 같은 날 음원 사이트 멜론의 TOP 100 차트에는 ‘커플’, ‘컴백’, ‘로드 파이터’ 등 그들의 과거 히트곡들이 잇따라 진입했다. ‘세 단어’ 뮤직비디오에서 이재진은 “이 나이에 녹음을 또 하고 앨범을 또 내네요”라며 감개무량해한다. 1997년 데뷔한 젝스키스의 1막은 짧았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3년 1개월 만에 갑작스레 해체를 맞았다. 십 대 후반에 스타가 된 멤버들은 이십 대의 초입에 뿔뿔이 흩어졌다. 그 이후의 긴 시간은 어떤 면에서든 예전 같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6개월은 마치 우주의 기운이 젝스키스의 컴백을 위해 모인 것 같은 시간이었다. MBC [무한도전]이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2’(이하 ‘토토가 2’)에 젝스키스 멤버들을 섭외한 순간, 반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화제성과 선호도 면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3주 연속, 그것도 단지 게스트가 아니라 기획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한다면 엄청난 액수일 대형 프로모션이었다. 영화 [쿵푸 팬더 3]의 잭 블랙이나 [아수라] 팀이 단 1회 출연에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은 것처럼, [무한도전]과의 만남은 은지원의 말대로 ‘기적 같은 기회’였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근황과 심경, 공연 준비, 고지용의 깜짝 출연, 게릴라 콘서트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분위기를 점차 고조시키며 이 모든 것을 젝스키스 팬들만의 추억이 아니라 그 시절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의 추억이라는 서사로 만들어냈다. tvN [응답하라 1997]이 H.O.T. 팬의 추억을 중심으로 90년대를 그려냈다면, ‘토토가 2’는 젝스키스를 온전히 주인공의 자리에 놓은 것이다.

물론 아무리 화려한 쇼도 막을 내리면 잊히기 시작한다. 추억은 힘이 세지만 일단 다시 발굴되고 나면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고, 급하게 팔려다간 빠르게 값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의 계약은 이들이 ‘추억 속의 아이돌’을 넘어 현역 아이돌로 새롭게 포지셔닝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젝스키스가 활동하던 90년대 후반 아이돌 산업은 거의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젝스키스의 소속사였던 대성기획(현 DSP 미디어)은 계약서조차 없이 가수들을 활동시켰다. 내용도 모르는 영화를 촬영하고 뮤지컬과 행사 등 닥치는 대로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앨범 판매 실적이 기대보다 저조하자 소속사 관계자는 ‘너네 망했어’라고 말했다. 라이벌 그룹이었던 H.O.T.가 SM 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 프로모션을 통해 판타지를 강화하고 엄청난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반면, 젝스키스는 인기 아이돌이면서도 종종 뮤직비디오조차 없거나 저예산으로 제작될 만큼 콘텐츠 면에서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불운과 비애의 아이콘이었던 젝스키스가 이재진의 매제인 YG 양현석 대표와의 인연으로, 최소한 돈 걱정 할 필요는 없을 소속사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90년대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2막의 전개였다.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멤버들이 “최고의 대우를 받고 계약했다”며 기뻐했을 때 괜한 흐뭇함을 느낀 것은 비단 젝스키스의 팬만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양현석 대표는 ‘세 단어’가 발표되기 한 달 전부터 SNS를 통해 자신이 젝스키스에게 보냈던 “좋은 곡은 마치 호빵과도 같아서 뜨거울 때 해치워야 한다는 YG의 오랜 속담이 있는데 식기 전에 빨리 해치우자”는 메시지를 공개하며 전에 없이 적극적인 태도로 바람잡이 역할을 자처했다. 9월 중순 체조경기장에서 이틀간 열린 젝스키스의 콘서트 티켓은 매진됐다. 요즘 젝스키스는 자신들이 데뷔했을 때쯤 태어난 아이돌들과 마찬가지로 V앱을 통해 근황을 전하고, 공식 팬클럽 ‘옐로우키스’도 모집하기 시작했다.

“다신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대가 내 앞에 서 있네요. 지킬 수 있을지 모르며 약속했던 그 언젠가가 지금인 거군요”라는 타블로의 가사는 그동안 젝스키스의 모든 서사를 담아낸다. [세븐틴]의 주인공이었던 아이돌은 각자 고군분투하며 청춘의 대부분을 보냈고 평균 나이 서른일곱이 되어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세 단어’는 팬을 위한 노래이면서 러브송이고, 과거에 헤어졌던 것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상처이자 실패로 끝났던 청춘의 기억이, 세월이 흐른 뒤 성공을 통해 보상받는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현재에, 아주 많은 일을 겪은 끝에 도착했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지만, 그런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얘기다. 올해 가장 성공적인 컴백은 그렇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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